'영화, 그림, 여행, 책... 일상의 문화적 향유가 어떤 이미지로 남았는지에 대한 기록'에 해당되는 글 176건

Posted on 2006/10/22 14:20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스포일러 경고 : 귀향 뿐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해당됨다.)

 

 

별르고 별러서 시네큐브에서 상영하는 마지막회를 간신히 보았다. 아트큐브의 제일 뒷줄 제일 구석에 처박혀서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고 보았다.

 

남성들의 폭력 속에 상처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죽이는 것이어서, 죽이고도 쓸데 없는 죄책감 따위에 시달리지 않고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는 것이어서 너무 아프면서도 정말 사랑스러웠다.

 

완전 사랑하는 이나영이 나온다는 이유로 (개인적으로 강동원은 별로 안 좋아한다. 학교앞에서 우연히 뭔가를 촬영할때 실물을 봤는데 완전 빼짝 말라서 정말 없어보이더라는...ㅋㅋ) 혼자 눈물 콧물 쏟아가면서 본 우행시의 엄마는 딸이 사촌오빠라는 새끼한테 강간당한 사실을 알고도 모르는 척 해버리는 엄마였는데...

 

귀향의 엄마들은 남편을 죽여버리기도 하고 자신을 강간하려는 아빠를 살해한 딸을 보듬고 시체도 잘 처리하고(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최강희가 김치 냉장고에 시체를 담아 자~알 매장하는 것처럼 냉동고에 담아서 그 새끼가 좋아하던 곳에 고이 묻어 준다.) 행복하게 잘 산다. 딸을 겁탈하려다가 죽은 - 오늘은 안 하고 싶다는 그녀의 의사를 무시한테 등 뒤에서 지 혼자 섹스를 시도하던 그 그지같은 - 놈의 거시기를 바지안에 밀어넣던 페넬로페 크루주의 상반신 신에서 보여지던 그 덤덤한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물론, 우행시의 엄마도 귀향의 엄마도 어찌보면 현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타입은 아니지만... 

 

아... 이 얼마나 상쾌 발랄,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인지...

 

사내넘들의 폭력이 어디서나 넘쳐난다는 사실이 지긋지긋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료하며 '함께' 살아가며 여성들이 관계를 만들어 가는 방식이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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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2 14:20 2006/10/2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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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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