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10/22 14:20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스포일러 경고 : 귀향 뿐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해당됨다.)

 

 

별르고 별러서 시네큐브에서 상영하는 마지막회를 간신히 보았다. 아트큐브의 제일 뒷줄 제일 구석에 처박혀서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고 보았다.

 

남성들의 폭력 속에 상처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죽이는 것이어서, 죽이고도 쓸데 없는 죄책감 따위에 시달리지 않고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는 것이어서 너무 아프면서도 정말 사랑스러웠다.

 

완전 사랑하는 이나영이 나온다는 이유로 (개인적으로 강동원은 별로 안 좋아한다. 학교앞에서 우연히 뭔가를 촬영할때 실물을 봤는데 완전 빼짝 말라서 정말 없어보이더라는...ㅋㅋ) 혼자 눈물 콧물 쏟아가면서 본 우행시의 엄마는 딸이 사촌오빠라는 새끼한테 강간당한 사실을 알고도 모르는 척 해버리는 엄마였는데...

 

귀향의 엄마들은 남편을 죽여버리기도 하고 자신을 강간하려는 아빠를 살해한 딸을 보듬고 시체도 잘 처리하고(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최강희가 김치 냉장고에 시체를 담아 자~알 매장하는 것처럼 냉동고에 담아서 그 새끼가 좋아하던 곳에 고이 묻어 준다.) 행복하게 잘 산다. 딸을 겁탈하려다가 죽은 - 오늘은 안 하고 싶다는 그녀의 의사를 무시한테 등 뒤에서 지 혼자 섹스를 시도하던 그 그지같은 - 놈의 거시기를 바지안에 밀어넣던 페넬로페 크루주의 상반신 신에서 보여지던 그 덤덤한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물론, 우행시의 엄마도 귀향의 엄마도 어찌보면 현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타입은 아니지만... 

 

아... 이 얼마나 상쾌 발랄,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인지...

 

사내넘들의 폭력이 어디서나 넘쳐난다는 사실이 지긋지긋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료하며 '함께' 살아가며 여성들이 관계를 만들어 가는 방식이 감동적이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0/22 14:20 2006/10/22 14:20
TAG :

트랙백 주소 : http://blog.jinbo.net/ptdoctor/trackback/243

  1. Subject : [volver: 귀향] 어데로 돌아가는가

    Tracked from / 2006/11/06 09:54  삭제

    해미님의 [[귀향] 아프지만 사랑스러운 그녀들] 에 관련된 글. 어제 밤에 바다소녀와 함께 대전시네마테크에서 영화 [귀향] - 원제 "Volver"를 보았다. 영화 제목이 이토록 많은 뜻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나름 2006/10/22 18: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가지 영화의 엄청난 스포일러군요ㅋㅋㅋ 내가 둘다 봤기 망정이지 우후후

  2. 해미 2006/10/22 2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 글고보니 그러네. 내가 워낙에 영화를 늦게봐서리... 스포일러 경고문 붙여야 겠다. ㅋㅋ

  3. 마법사얀 2006/10/30 0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이 영화 이야기와 상관없는 댓글입니다. --

    힘내세요~~
    술 사줘요!!
    오예스 드릴까요? (아 이건 참 맥락없는 말이긴 하지만 집에 오예스가 남아돌아서요... ^^;;)

  4. 마법사얀 2006/10/30 01: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또 상관없는 말이긴 하지만... 전 최근에 "버스정류장" 이란 영화와 "광식이 동생 광태"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제가 참 '오래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버스 정류장의 주인공 처럼 되기는 참 싫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어쩌면 그렇게 밖에 될수 없을 거 같기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조만간 저도 학원계에서 잠시나마 혹은 오랫동안 일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러니...
    술 사주세용...
    아.. 공유 선배한테도 얻어먹어야 되는데.. 일단 선배부터 먼저 얻어먹고 싶어요~~~

  5. 마법사얀 2006/10/30 0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 덧글을 많이 다는 이유는 혹시 덧글 달린지 눈치를 못 챌까봐 열심히 달고 있는 거입니다. 오예스가 집에 쌓여있는 이유는 그게 무슨 세계 미술 여행 이벤트인가를 하거든요. 영국 내셔널 갤러리랑 프랑스 오르셰랑 이탈리아의 미술관인데 저번에 선배가 갔다온 데인거 같기도 합니다.

  6. 마법사얀 2006/10/30 0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고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자면 송윤아가 나오는 공포영화가 있는데요 이름이 아랑전설인가.. 그것도 "남성의 폭력을 여성들의 자매애로 극복한다" 정도의 유사점을 가질수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남자인 저로서는 '자매애'가 사실 좀 당황스럽기는 하죠. 왠지 내가 '적'이 된거 같거든요.

  7. 마법사얀 2006/10/30 0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암튼... 주저리 주저리 쓸데없는 댓글을 잔뜩 달아서 좀 그렇긴 하네요. 모름지기 도배란 폭력이 될 가능성이 워낙 많으니까요. 그간의 과정이 있었더라면, 무언가의 축적이 있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텐데요. 게다가 온라인이란 건 좀 거시기한게 있으니까요.. 아.. 발표문 쓰기 싫어라... 다음주에 비판 사회학 대회라고 있는데 거기 발표를 하래요. 자칭 진보적인 학자들이 모이는 곳인데 말이죠.. 흠.. 웃기는 건 제가 논문에서 까댄 사람들이 바로 그런 학자들이라는 건데..
    그러니 술사주세용

  8. 해미 2006/11/02 20: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법사얀/ 폭력적은 아니었다우. 갑자기 부~~쩍 친해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ㅋㅋ 방명록에 답글 남겼으니 확인해봐요.

About

by 해미

Notice

Counter

· Total
: 423686
· Today
: 120
· Yesterday
: 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