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림, 여행, 책... 일상의 문화적 향유가 어떤 이미지로 남았는지에 대한 기록'에 해당되는 글 176건

Posted on 2009/07/01 17:17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 쌍차투쟁에 안절부절, 장투 사업장 동지들 상황에 안절부절, 폐업한 사내하청 지회장의 눈물에 안절부절...

 

- 친한 동지들이 여러가지로 어려운 6월이었다.

 

- 한 동지와 그 동지의 언니를 같이 만나 즐거운 6월이기두 했다. 집에만 있고 가끔 술을 마신다는 언니가, 남편의 친구들을 만나면 맨날 자기 모르는 이야기만 해서 화난다는 그 언니가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고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 나아지는게 아닌가 싶었다.

 

- 사회주의라는 용어가 추상적으로 들리는 자리. 모호한 수준으로 크게 정리하는게 좋은지 조목조목 자세히 그려서 대안 사회가 눈앞에 펼쳐지게 만드는게 좋은지 약간 헤깔렸다. 한편, 그리고 싶다면 대안사회를 그릴 수가 있는 건지도 궁금했다. 능력이 부족한건지 내용이 없는건지 손발이 없는 건지.

 

- 지식인들과 현장의 간극. 넘쳐나는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오해들. 맑스를 고민하되 주체들이 없는 자리. 그 답답함이 싫었다.

 

- 노동의 의미, 계급의 정의... 답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니 자꾸 개념의 범위와 정의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현실에 근거가 개념의 재구성이 필요한 것은 사실인데, 기왕이면 이런 재구성을 주체들의 요구와 필요를 수렴하는 방향으로 그이들의 필요와 요구조차 재구성의 대상이 되게 하는 것이면 더 좋을텐데.

 

 

#1. 마더

 

김혜자의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파르르 떨리는 감정을 눈빛 하나로 표현하고 신경증적인 '모성'을 절절하게 연기한다. 최근에 케이트 윈슬렛에서 느꼈던 소름 끼치는 연기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김혜자가 한 수 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불안하다. 이는 엄마의 정서가 주되게 스토리를 이어가기 때문이기도 하고 품고 있는 의미들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보느는 내내 반복되는 엄마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언급과 도준과 엄마사이의 미묘한 듯한 섹슈얼리티의 느낌이 더욱 그런 정서를 만든 것 같다.

 

게다가 누구나가 보편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성애라는 것이 얼마나 편협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면서도 폭력적인 것인지를 차근차근 드러내는 봉테일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주도 더 멋지게 드러난다. 무능력한 공권력과 무기력한 체제에 대한 비판의 관점에서 봉준호는 여전히 한발 더 나아갔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번 영화는 약간 지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스릴러는 아니지만 앞의 흐름이 조금 지겨운 듯 했다. 엄마와 주변 인물의 캐릭터를 드러내느라 그런 것이기는 하겠지만 조금 더 빨리 본론에 진입하는 것도 괜찮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얼굴의 한 부위를 잘라내는 클로즈업이나 2.35:1의 화면 구석에 인물을 배치하는 등 촬영도 엄마의 불안하고 신경증적인 정서를 잘 따라간다. 그리고 두 번의 춤사위가 담긴 그 씬들. 갈대받에서 춤과 버스 안에서의 춤은 무언가를 잊고 엄마가 항상 이야기하던 막힌 것을 내리고 잊기 위한 일종의 의식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전자가 자신의 죄를 씯고자 하는 몸짓임에 비해 후자는 보통의 엄마들과 섞이고자 하는 발악이 섞여 있는 느낌이었다.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망각의 자리에 침을 놓고 버스안, 엄마들 사이에 허부적 허부적 끼어 들어가는 그녀의 춤사위 장면은 최근에 본 영화의 엔딩신 중에 최고라고 생각했다.

 

예술성은 높아진 듯 하지만 대중성은 줄어든 듯한 느낌. 봉준호가 박찬욱화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2. 김씨표류기
 

 

역시 이해준! 유쾌하고 귀여운 영화속에 무거운 주제를 풀어내는 그의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자살을 택하는 신용불량자와 왕따로 광장공포증이 있는 히키코모리의 댓글(?) 소통은 발랄한 상상력으로 반짝 거리고 정재영과 정려원의 연기는 허항된 이야기에 진실된 힘을 불어넣는다.

 

각자의 우리에서 나와서 만난 그들은 여전히 이 세상속에서 살아가기에 겁나고 무섭겠지만 또 그 나름의 즐거움과 기쁨을 찾아가지 않을까싶다. 사람들에게 희망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고 노동과 생태에 대한 현재의 고민을 가볍게 녹여낸 솜씨도 훌륭하다.

 

영화를 보고나니 짜장면이나 짜파게티가 엄청 땡겨 한 그릇 뚝딱 하고 말았다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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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1 17:17 2009/07/0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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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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