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림, 여행, 책... 일상의 문화적 향유가 어떤 이미지로 남았는지에 대한 기록'에 해당되는 글 176건

Posted on 2007/01/07 11:00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주말 아침, 연이틀 계속된 과도한 음주가무에 술기운이 아직도 살짝도는 아침, 눈이 엄청왔다고 엄마가 전하신다.

 

침대에서 뒤척거리며 불쑥 '담배를 그만 피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참으로 뜬금없는 새해 '시즌'의 결심이라 할 것이다. 사실을 끊고 싶은게 하나 더 있었는데... 건 일단 보류하기로 하고,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수락산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뭐 별거 있으려나 했다. 국립공원도 도립공원도 아니 그저 동네 뒷산 수준인줄 알았다. 깔딱고개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는 하나 올라가는데 별로 힘이 들지 않아서 '뒷산'수준이라는 내 예상은 적중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깔딱고개를 넘어 정상까지 이어진 능선은 거의 암벽타기를 해야만 하는 험한 바윗길이었다. 거기에다 바람에 사람이 떠밀릴 정도(세상에... 이렇게 떡대가 좋은 내가 바람에 떠밀리는 경험을 했다. ㅠㅠ)인데다가 눈보라가 무섭게 치고 눈도 점점 많이 오는 악천후에 잡고 올라가야 하는 철로된 와이어(그냥 밧줄이면 훨 나았을 텐데.. 미끄러워 돌아가시는줄 알았다.)가 얼어서리 얼은 장갑으로 와이어를 잡는데 죽죽 미끄러진다. 이리저리 미끄러지고 부딪히고... 기온은 급강하하며 내린 눈이 다시 바람에 미세한 하얀 가루가 되어 날린다. 간만에 아~~주 험악한 산행이었다.

 

게다가 나는 학교 선배들이 인정한 '팔힘부족'이 아니던가? 어린시절 철거촌에서 병만들기와 던지기 연습을 하던 때 고작 5m도 못 던지는 나를 보며 선배들이 온갖 포물선론, 각도론을 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코앞에 떨어지는 나를 보며, '넌 만드는 거나 열심히 배워라'고 얘기했던 아픈(?) 기억이 새록새록 떠 오를 정도로 팔힘 딸림을 심각하게 느꼈다(그 덕분에 푹 자고 일어난 오늘 아침도 평상시에 아픈 무릎, 엄지발가락 따위는 하나도 아프지 않고 그저... 팔만 아프다. ㅠㅠ). 5년전엔가 6개월 할부로 구입했던 고레텍스와 윈드스토퍼덕에 춥지 않았던건 정말, 정말, 다행이다.

 

글애두.... 펑펑 눈보라 날리는 지대로된 겨울산행이라 뿌듯했다. 이쁘기도 넘넘 이뻤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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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7 11:00 2007/01/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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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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