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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03
    2007/11/03
    Fabi
  2. 2007/07/11
    사회운동포럼
    Fabi

2007/11/03

 

 

 

언제나 나는 나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했었다

한때는 지칠줄 모르는 호랑이처럼 잘 내달리고 있다는 자신감에 찼었지만 돌아본 내 발자국은 채 여물지않은 고양이만도 못해, 한없이 나를 부끄러워했던것이 내 첫번째 잘못이었다

그 잘못으로부터 얼굴을 들지 못하고 상처에 전염되고 외로움에 전염되고. 아무것도 아닌 내가 나로부터 도망치면 모든것이 지워지는줄 알고.

언제나 그렇듯 어색한 눈짓과 말투로 짐짓 어른인척 살아만왔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나인지, 도로 나의 몸속을 찬찬히 돌아보아야겠다

힘껏 손뻗고 발뻗어, 최초부터 최후까지. 내몸구석구석 안닿는곳 없이 비비고 문대면서

느낌도 온도도 모양도, 모두 기억할거야

누구에게도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방법은 언제나 좋은 나인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아는건데

본것만 많아 욕심만 앞서고, 아무것도 할줄아는 것없던 실속없는 한 사람은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다

누군가의 앞에서는 한없이 부끄러워하고, 끊임없이 그 기억을 재생시키며 혼자 잠을자던 이불속에서도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고 이불속으로 숨어버리던 멍청이가 있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부끄러워할 망정 지우고싶은 기억과는, 지우고싶은 나와는 조우하지 않겠다

사실, 또 그렇게되겠지만.

 

 

유리를 넘어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 약간의 부산함, 커피와 담배

종로거리 메가폰소리, 덜덜추운 여의도 칼바람

책방의 책냄새, 주르륵 놓여진 색색깔 '이번호' 책들. 조금지났어도 그자리에 놓아둔 좋은 책들

이른아침 버스의 공기. 때론 함께가는 길에, 때론 나만 역행하는 길에. 역행하는 길엔 술냄새와 피로도 함께

첫차를 기다리며 눈비비는 시간, 수업에 늦어 뛰어오르는 언덕

뜬금없이 일없는 날이면 해지는 시간 저녁을 대신해 나에게 대접하는 배부른 영화한편

늘 가겠다고, 떠나겠다고 숱한 결심만을 날리며 보냈던 봄날과 가을의 어느날들

습한공기,

더러운 쓰레기,

화장실 냄새,

떡볶이 포장마차,

김밥천국의 천원짜리 김밥과 물한병 모두

모두 진짜 내것이었던 때에

난 좀 더 좋은 사람이었어야했다

이제와서 생각한들, 1달을 잠으로만 보내는 것만 못한것 뿐들이다

지워진 시간, 사라진 시간말고 실재할 미래의 시간이 현재로 오는 시점에서의 현재를 만들어가는 과거의 인간이 지금에 존재해야한다는 것만이 중요하다

 

 

 

나는 나, 결코 조급해하지 않는다. 이로서 "완벽하게" 다시 원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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