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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 부수고 단식장에 집단행동…갈등 속 드러난 ‘조계종 민낯’

피켓 부수고 단식장에 집단행동…갈등 속 드러난 ‘조계종 민낯’
  • 김정현 기자
  • 승인 2017.09.2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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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8
 
 
 

단식 중인 비구니 스님에 대한 호법부의 집단행동이 구설에 오른 가운데, 이번엔 한 호법부 스님이 호법부 규탄 시위에 나선 불자들의 피켓을 찢고 사람을 밀치는 일이 발생했다. 격분한 불자들이 거센 항의에 나서자 조계종 종무원 70여 명이 단체로 단식정진단을 찾아 목소리를 높이고 천막을 철거하려 하는 등 집단행동을 반복했다. 내부 문제에는 침묵으로 일관한 채 외부 비판에 발끈하는 조계종의 민낯이 다시 한 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제환스님이 피켓을 찢고 몇몇 여성불자를 밀친 행위에 대해 불자들이 항의를 표하며 앉아있는 모습.

호법부 집단행동에 뿔난 불자들, 총무원 앞 기습시위

나무여성인권상담소와 불교환경연대, 종교와젠더연구소 등 불교계 단체 관계자들은 25일 오전 8시 30분 경 조계종 총무원이 위치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앞에서 기습시위에 나섰다. 지난 22일 호법부 스님들과 일부 종무원들이 단식장에 집단으로 몰려와 비구니 스님에게 등원을 요구한 것에 대한 항의성 시위였다. (관련기사: ‘단식 7일’ 비구니 스님에게 집단으로 찾아온 호법부)

이들은 ‘공무를 빙자한 비구니 스님 겁박, 호법부를 규탄한다’, ‘비구니에 대한 위압적 태도, 여성불자 분노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여성불자들이 준비해 온 피켓. 이후 제환스님에 의해 해당 피켓이 찢겨졌다.

이들은 “등기 우편으로 등원 통지서를 보내던 관례에도 불구하고 호법부 스님들이 집단으로 몰려와 비구니 스님들에게 등원 통지서를 받으라고 강요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백번 양보해서 직접 통지한다고 해도 담당자 한두 명이면 될 것을 수십 명이 떼로 몰려오는 이유는 공권력을 동원해 공포심을 조장하고 무조건적 복종을 요구하는 무자비한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시위가 시작되자 몇몇 조계종 종무원들이 나와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고 가로막았다. 이어 호법부 스님들이 나와 “왜 여기서 이러시냐. 밖에 나가서 시위를 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불자들은 자리를 지킨 채 시위를 이어갔다.

호법부 상임감찰 제환스님이 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의 피켓을 뺏으려 하는 모습.

피켓 부수고 사람 밀치고…호법부 스님의 폭력 행동

이때 사단이 발생했다. 호법부 상임감찰 제환스님이 항의 피켓을 부수고 여성불자들을 밀치는 등 폭력을 행사한 것. 제환스님은 기자의 카메라를 밀친 뒤 삿대질을 하며 “찍지 마. 찍지 마”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비구니 스님에 대한 폭력적 등원 통지를 규탄하러 나선 현장에서 되레 폭력을 당하자 불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들은 기념관 앞에 주저앉아 항의를 이어갔다. 일부 불자들은 “저게 스님이냐”, “나와서 원상복귀 해놓으라”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한 불자는 “저 스님이 예전에 시위하던 우리에게 다가와 ‘옷 벗고 피를 보자’고 했던 그 사람이다. 스님다워야 스님이라 부르지 않겠느냐”는 증언을 내놓았다.

현장을 목격한 몇몇 종무원들이 나와 “왜 스님에게 욕을 내뱉느냐”고 항의하면서 언쟁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후 5분가량 자리를 지킨 불자들은 호법부에 대한 정식 항의방문을 요청했지만 호법부 관계자는 이를 거절했다. 이에 이들은 준비해 온 성명서를 낭독한 뒤 자리를 벗어났다.

조계종 종무원 70여 명이 단식장에 방문, 집단행동에 나섰다. 한 불자가 스님에게 욕설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들은 피켓을 찢고 여성불자들을 밀친 스님의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스님에게 왜 욕하냐" 집단 행동 나선 종무원들…폭력에는 '침묵'

상황이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이번엔 아침 조회를 마친 조계종 종무원들이 집단으로 단식정진단에 항의 방문을 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일반직 종무원 차팀장 인사를 주축으로 한 종무원 70여 명이 비구니 스님들이 10일째 단식 중인 천막 앞에 진을 치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몇몇 불자가 호법부 제환스님에게 '새X' 라고 욕설을 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건장한 남자 종무원 몇몇이 단식중인 비구니스님의 천막을 걷어내기 위해 위력을 행사했다. 스님을 향한 욕설을 이유로 집단행동에 나선 이들이 정작 10일째 단식 중인 비구니 스님들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현장에 있던 나이 많은 여성 불자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천막에 매달렸다.

70여 명의 종무원들이 현장에 진을 친 가운데 차팀장 급 종무원 몇 명이 “스님한테 욕한게 누구야”라고 소리 지르며 색출에 나섰다. 해당 불자가 나타나자 천막이 굴곡지도록 몸을 밀친 이들은 왜 욕을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스님이 저지른 폭력적 행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고성과 욕설, 각종 실랑이가 오가던 현장은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종무원들 '이교도' 지적…현장실천단 "전형적 물타기"

현장에서는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가 한 봉사자를 가리켜 “이 사람 핸드폰에 성모마리아상이 있다. 이교도다. 이러고도 뭐 적폐?”라고 되물으며 고발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뭘 알고 떠들어”라고 윽박질렀다.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에서 주로 언급한 ‘이교도 논란’을 부각시키려는 듯한 모양새였다.

이에 대해 단식정진 현장실천단 단장 김병관 거사는 “해당 부분은 내부에서도 문제제기가 발생해 어제 이야기가 나온 부분”이라며 “채증 당했다는 이웃 종교 여성분은 여기 봉사자가 아니다. 최근 마음대로 드나들어 몇번이나 출입 자제를 해주시기를 청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나갈것을 정중히 요청했으나 또 다시 무단 출입해 시위장소에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다.

김 거사는 “처음부터 여성 불자들만 가야한다고 말했음에도 오늘 시위장소에 멋대로 뛰어들어 문제를 일으켰다. 오늘 아침 출입 자제를 재차 요구했다”며 “다만 이를 콕 찝어 마치 우리가 모두 이교도들인양 몰아세운 몇몇 종무원의 행태는 전형적인 물타기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제환스님이 피켓을 찢고 몇몇 여성불자를 밀친 행위에 대해 불자들이 항의를 표하며 앉아있는 모습.

"왜 부끄러움을 모르는가"

이날 시위에 나선 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에 출재가가 따로 없음을 발견하고 크게 놀랐다”면서 “지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불자들이 왜 이렇게 분노하는지 전혀 반성하지 않고 큰소리치며 막말하는 재가 종무원들을 보며 부끄러움이 없는 집단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임지연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는 “앞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제스쳐를 내비친 종단의 대화 태도가 결국 폭력과 억압이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일말의 희망조차 없어진 기분”이라며 “적폐청산을 일구는 그날까지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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