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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붕괴론’의 ‘망령’이 아직도 떠돌고 있다

‘북한 붕괴론’의 ‘망령’이 아직도 떠돌고 있다

2015. 03. 03
조회수 171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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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3년 가까운 시간이 경과했지만 ‘김정은 정권붕괴론’이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그 배경은 김정은 어린 나이와 경험 일천, 잦은 권력엘리트 교체, 장성택 처형, 김정은 건강 문제 등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 상황에서 볼 때 ‘연목구어’인 것 같다. 북한 붕괴론은 당연히 해야 할 남북대화와 대북 지원을 회피하기 위한 논리로 활용된다. 더욱 나쁜 것은 북한 조기 붕괴를 핑계로 회담을 건성건성하거나 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994년 10월에 북미간에 이루어진 ‘북미제네바 합의’였다. 합의과정이 건성건성이었고 합의도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다. 그 배경은 당시 미국측 회담대표였던 갈루치(Robert Gallucci)가 실토했듯이 ‘북한 붕괴론’이었다.    
 

북미 제네바 합의와 북한 붕괴론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 ‘사이비’ 북한전문가들이 언론에 나와 김정일 후계체제는 “3일 아니면 3년 내에” 붕괴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였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정세 분석이 1994년 10월 ‘북미제네바 합의’를 가능하게 하였다. 북한이 곧 붕괴될 터이니 북한이 원하는 북미관계 개선 및 경수로 건설을 합의해 줘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고 경수로 건설 중 북한이 붕괴되면 그것은 어차피 남한 것이 될 것이기 때문에 남한이 비용의 70%를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왔다. 더 큰 문제는 북미제네바 합의를 이행하면서 북한붕괴를 기다리는 바람에 공사가 지연됨으로써 북한의 대미 불신이 매우 커졌고 북한이 미국의 대화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발이 되었다. 즉, 미국은 북한체제를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어떻게든 “북한이 붕괴되기를 바란다”는 인식이 북한 지도부에 박히게 된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북미관계개선이나 평화체제의 정착 없이는 어떤 합의나 성명도 그 뒤에는 북한붕괴 의도가 숨어있다는 극단적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도 ‘북한붕괴론’이 팽배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에 의하면 이명박 정부시기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최고책임자들 모두가 ‘북한붕괴론’을 믿고 있었다. 이런 믿음은 대북 압박정책으로 나타났다. 대북 지원을 끊으면 “북한이 붕괴되든지 무릎을 꿇고 나올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명박 전대통령은 최근 그의 자서전을 통해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쳤다고 자랑했다. 실로 사오정같은 ‘엉뚱한’ 판단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북한이 중국과 더욱 밀착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북한은 부존 광물자원을 중국에 팔기 시작했고, 2008년부터는 붕괴는커녕 오히려 6%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이명박 정부는 중국변수를 고려하지 못했다. 북한이 남한의 대북 지원에 의해 지탱되는 것으로 오산한 것이다. 
 

 노동당 지배를 통한 '절차적 독재'

 

 그렇다면 지금의 ‘김정은 정권 붕괴론’은 어떠한가? 김정은 제1비서가 어리고 경험이 없어 권력엘리트들을 장악하지 못한데다 정책 혼선까지 빚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북한 붕괴론’의 망령이 아직도 떠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내부 정치는 급속히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 그 배경은 김정은 리더십 스타일 변화 및 주민들의 생활 변화 등 2가지이다. 김정은 리더십 스타일은 부친인 김정일과는 다르게 개방적이고 주민들의 생활양식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수령독재는 지속되고 있지만 최소한 ‘절차적 독재’를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군을 약화시키고 노동당에 의한 통치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18일에도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김정은은 부정부패행위 타파를 강조했다. 부정부패 문제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강조한 것은 그만큼 관료부패가 심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시인할 것은 시인하자는 입장이다. 김정은도 관료부패를 청산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을 것임을 안 것이다. 
  김정은 등장 이후 북한 주민들의 생활도 놀랍게 달라지고 있다.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고 부동산 중개업을 필두로 전당포, 계주 등 자본주의식 다양한 직업이 생기고 있다. 주민들의 의식은 이미 자본주의 초입에 들어서 있다. 주민들은 서서히 북한 내에서도 먹고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 시작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처럼 남한의 지원을 통해 생존해 보려는 ‘생존 전략’ 차원에서 남북대화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잘살아보려는” ‘발전 전략’ 차원에서 그것을 원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내부적 생존 문제를 걱정하는 차원은 벗어나 있다. 물론 아직은 외부로부터의 생존 문제는 남아 있다. 김정은 정권은 ‘불행히도(?)’ 장기집권기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도 장기적인 포석과 전략하에 김정은 정권을 상대할 준비를 해야 한다. 집권 3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는 일부 전문가가 주장하는 ‘북한붕괴론’같은 ‘허상’이 아닌 ‘실상’을 토대로 대북 정책을 펴야 과거 실패한 정부의 전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이 칼럼은 남묵물류포럼(http://www.kolofo.org/) 과 함께 공동으로 게재합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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