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건대 무거운 주제를 무겁게만 짓누르는 것은

별로 주제를 다룰 내공이 없다는 걸 자인하는 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 중요해. 더 엄숙해지고, 진지해지란 말야.

그래서 고민해라." 라고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부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정 무겁고 진지한 것일수록 더욱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김원, <그녀들의 反역사, 여공 1970>(이매진, 2005)

몸서리쳐지게 공감하고 또 공감하면서도, 스스로 참 막막해지는 말이기도 하다.

저런 극내공이 이뤄질 땐 과연 언젤까나. 흑.

피.에쑤.

인용한 저 책이요, 선후배를 막론하고 강력히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책쓴이 김원씨의 이력이나 그로부터 붙었을 공력이나,

이 곳을 가끔이나마 드나드는 이들이라면 좀체 외면할 수 없는

우리네 자화상 한자락 아닐까 싶어서요.

보니까 89학번이던데요, 참, 고마운 사람이란 생각이 들대요.

뭣보다 90년대 우리가 <우리 역사 이야기> 같은 텍스트를 통해 알던

역사(구체적으로 민중사)에 관한 모든 통념을 유쾌하게 뒤집는단 점에서

단순한 '교양서'도 아니라는 게 이 책의 강점이지요.

기왕의 민중사가 과거를 '자학'했다며

이젠 '자랑스런 대한민국사' 서술에 모든 걸 걸어야 하는 양 구는

상당수 운동권출신 지식인들의 '뒤집기'가 실은 비겁한 것도 모자라

불쾌하기까지 한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음을 생생히 보여주거든요.

물론 아무리 유쾌하더래도, 뒤집기 자체가 마뜩치 않은 분덜껜

이 책의 강점은 되려 약점일 수도 있겠다 싶네요.

여튼 마니 두껍지만^^ 읽다보면 그런 것 따윈 잊게 될 듯.

글고 <노동의 힘>(그린비, 2005)이란 책이 있는데요,

19세기~현재에 이르는 세계노동운동의 궤적과 전망을

세계체제론적 시각에서 다룬 책입니다.

흔히 '유럽'지역 노동운동사 또는 노동사를 '세계'노동운동사와 동일시해 온

과거의 지적 편향(의식적이었건 불가피했건)을 교정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책으로 보이던데요.

지구적-세계사적 규모에서 볼 때 노동운동의 전망은 암울한 게 아니라

새로운 여명기적 상황에 가깝다는 걸 논증하고 있는 책이지요.

이 책 내느라 20여 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바친 저자의 열정이 그저 경외로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