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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과학에 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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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독자에게
                                   다른과학 10호, "아름다운 마무리 준비된 출발을 위하여", 2001

코끼리를 먹을 수 있는가. 하루에 수십 킬로그램의 식량을 먹어치우는 코끼리를 그의 몇 십분의 일밖에 안 되는 우리가 '먹어치울' 수 있을까?
'코끼리를 먹는 신랑'이라는 어느 동화에서 제시한 해법은 아주 간단했다. 매일매일 조금씩, 아주 오랜 기간동안 도전하는 것이다. 거대한 코끼리를 먹어버릴 때까지 말이다.

주의깊은 독자라면, 책 표지에 우울하게 박혀 있는 '마무리'라는 글자를 발견했을지도 모르겠다. 고백컨대 과학기술 바로보기를 목표로 활동해온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우리 안에서 가장 넘기 힘든 산을 발견했다. 사람들의 무관심을 비판하면서, 사실은 우리 역시 팍팍한 일상 속에 묻어둔 열정을 끄집어내는 데 게을렀던 것이다.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고여 썩지 않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오랜 세월 우리를 지켜봐 온 고마운 이들에 대한 죄송스러움을 무릎쓰고 여기 이 자리에서 소중했던 한 뭉치의 시간을 접으려 한다.

이제 이만큼의 정리가 무엇을 의미할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판단할 일이 되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위 속에 남아 있는 코끼리 고깃덩어리가 약간의 포만감을 남긴다는 사실이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언제고 과학기술이라는 코끼리를 많은 사람들이 남김없이 소화해낼 수 있는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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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어쩌다가 오늘 아침, 5년이 지난 기억이 다시 찾아온다.

1.  '지혜'는 글을 참 잘쓴다.

2.  밑줄 그어진 곳을 읽을 즘엔, 가슴이 울컥 내려앉는다.

3.  그리고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고여 썩지 않기 위해'를 맞닥뜨리고서는 좌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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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그리운 지난 것 혹은 두려운 올 것로의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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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얘기나 써볼까라고 생각한 2004년 7월 27일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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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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