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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와 표준

일반적이라고 하기엔 좀 뭐하지만, 많은 프로그래머들과 파워유저들은 리눅스와 파이어폭스를 좋아합니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아마도 리눅서들만큼 많은 답변이 돌아오겠지만, 아마도 "오픈소스"라는 점은 빠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들은 소스코드가 공개되어 있고 누구나 수정할 수 있으며 배포 역시 자유로운, 말 그대로 자유 소프트웨어입니다.(자유 소프트웨어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사이에는 용어상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사실상 거의 같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것은 이 페이지의 "Free software"와 "Open source software" 항목을 참조하세요.)

 

또한 이들은 표준을 잘 지키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기도 합니다. 리눅스 같은 OS 레벨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이하 IE)와 모질라 파이어폭스(이하 FF)를 비교하면 이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IE는 MS가 중심이 되어 제안한 표준안을 많이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웹표준 기구인 W3C의 표준을 (종종) 무시하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FF는 W3C 표준을 고지식하리만큼 따르고 있으며, 그래서 간혹 FF는 표준에 대한 유효성 검사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IE와 FF 등 이기종 브라우저 사이의 차이에 대해서는 (웹개발자라면 한 번쯤은 읽어봤을만한) Cross Browsing 가이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리눅스를 (서버로는 지겹도록 사용하고 있는 것에 비해) 개인용 OS로 사용해본 기간이 매우 짧습니다. 당시 KDE를 GUI로 사용했었는데, 윈도 환경과 너무 다르고 디자인도 구린(씨익^_^) 나머지 적응에 실패했었죠. 가장 불편했던 점은 윈도키와 같은 단축키를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점인데, MS의 윈도가 키보드에 윈도키를 넣음으로써 얻는 이득이 어마어마하단 점을 새삼 느끼게 되었었죠.

 

FF는 현재 웹개발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일상적인 용도로 FF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윈도 환경에서 FF는 IE보다 무겁고(제 PC 환경에서 아무 것도 없는 빈페이지를 띄웠을 때, IE가 12M/5M(메모리/VM)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FF는 17M/9M를 사용합니다), ActiveX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 뱅킹을 할 수 없으며, 역시 결정적으로 디자인이 구립니다-_-(이건 개인적인 취향이죠) 굳이 써야 한다면 오히려 같은 모질라 엔진을 사용하는 넷스케이프 8.0을 선호하는 편이죠. 오히려 FF는 개발툴로 유용한데, 자바스크립트 콘솔은 저주스러운-_- IE의 자바스크립트 에러 메시지의 짜증을 날려주는 매우 훌륭한 툴이고, 쿠키 정보 역시 한 눈에 볼 수 있기에 페이지 테스트 시에는 반드시 FF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물론 전혀 불편하지 않게 자유 소프트웨어를 잘 사용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을 감수하고서라도 리눅스와 FF를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불편한 것은 원래 불편하게 만들어놔서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컴퓨팅 환경이 MS 중심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죠. 자유 소프트웨어들이 점유율을 높여간다면 이러한 격차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MS에게 표준 사용을 어느 정도 강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평등한 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 자유 소프트웨어는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floss님의 의견과는 달리, 그리고 덧글에서 말코비치님이 말씀하신 것과 비슷하게) 자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 또는 표준을 준수하는 것에 도덕적인 가치를 부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만이 저항적이라 볼 수 없으며, 표준에 얽매여서도 안된다고 보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자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 못지않게 상업 소프트웨어를 크랙해서 쓰는 것 역시 저항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 소프트웨어는 기존의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통용되는 저작권과 가치체계에 대한 대안의 의미로 유용하지만, 점유율을 상업 소프트웨어와 어깨를 겨룰만큼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기존 질서에 타격을 줄 수 없습니다. 이에 비해 상업 소프트웨어를 크랙해 사용하는 행위는 기존 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며 그들에게 직접적인 손실을 주게 됩니다. 이미 음악에 대한 온라인 저작권 강화에 앞서 널리 유포된 "상업 소프트웨어는 (그들이 책정한 가격에 맞게) 돈주고 사서 써야 한다"는 도덕적 명제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에 대한 불복종밖에 없기 때문이죠. 자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과 상업 소프트웨어를 크랙해 사용하는 것은 단지 방법론의 차이일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표준에 대해서 역시 비슷한 생각입니다. (국제적인) 표준이기 때문에 표준을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은 물론 아니죠. (모질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계시는) 윤석찬님의 웹사이트 접근성을 위한 소고에 잘 나와 있지만, 표준은 모든 계층의 접근성을 높여주고 유지/보수를 쉽게 해 주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지킬 가치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MS가 제공하는 비표준이지만 편리한 메소드들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환경에서 무리없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니까요. 표준만 사용했다고 우월하다고 할 수 없으며, 표준"도" 지원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유 소프트웨어의 사용자층이 아직까지는 파워유저들이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정보접근권이 제약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은 윈도 98에 IE 5.0을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윈도는 블루스크린을 위시한 수많은 버그들과 보안취약성으로 온갖 곳에서 욕을 들어먹고 있지만(그리고 충분히 그럴만 하지만), 최소한 유저 인터페이스로서의 직관성과 편리성에 있어서는 X윈도를 앞선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이 부분의 지존은 맥OS이지만요) 이런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자유 소프트웨어가 민중적이라고 부르기에는 머뭇거리게 하는 점이 존재하는 셈이죠.

 

결론적으로 진보단체에서 자유 소프트웨어를 선도적으로 사용할 도덕적 의무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는 단지 방법론적인 차이일 뿐이고, 오픈 오피스 운동이 "전략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 운동을 전개할 문제라고 봅니다.

 

하지만 doc와 hwp, ppt 만으로 문서를 올리는 것은 저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웹문서 + 정 필요하다면 문서 파일의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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