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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2005

9일-10일 이틀동안 부산에 다녀왔다. 이틀동안 힘들게 예매한 네 편의 영화를 봤는데, 하나같이 맘에 들어서 다행이삼^_^

 

어느덧 10회째가 되는 메이저 영화제이지만 실제로 가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선호하는 소규모의 아담한 영화제와는 달리 사람많고 혼잡하고 매우 요란했지만, 그만큼 좋은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었고 볼거리도 많았던 시간이었다.

 

이미 인터넷 예매를 통해 표를 구하려했을 땐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상당수의 인기작들이 다 매진되어버려서 대략 난감했었다. 하지만 취소된 표를 근근히 구하여 볼 영화들을 대략 리스트업 하는데 성공했다. 감독, 영화 내용, 시간 등의 까다로운-_- 조건들을 통과한 작품들은...두둥 ( -_-);;; 개막작이었던 허우샤오시엔의 <쓰리 타임즈>, 영국영화특별전에 출품된 피터 그리너웨이의 <털시 루퍼 스토리>, 볼 타이밍을 놓쳐 안타까워했었던 박찬욱의 <친절한 금자씨>, 그리고 같이 갔던 친구가 좋아하는 프랑수아 오종의 <5X2> 등이다.

 

허우샤오시엔의 전작들을 보진 못했으나 대사가 적고 정적인 대신 감정 묘사에 뛰어나단 얘기를 들었다. <쓰리 타임즈>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고,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은 수작이었다. 대만의 1910년대, 1960년대, 2000년대의 세 시대에 걸친 사랑 이야기를 장첸과 서기를 통해 보여준다. 대만의 역사를 잘 몰라서 시대적인 맥락까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각 시대의 대만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남녀의 모습 역시 훌륭하게 보여준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시대에 따른 사랑의 방식을 <쓰리 타임즈>를 통해 말하려했던 것 같다.

 

<쓰리 타임즈>, 2000년대의 사랑 이야기 중 한 장면.

 

피터 그리너웨이의 작품은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을 본 게 전부다. 미술전공자답게 미적인 화면을 보여주지만, 너무나 (정말 너무나) 색다른 방식의 스토리 텔링 방식과 편집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부산에서 만난 <털시 루퍼 스토리>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미적으로 훌륭한 화면과 비논리적인 스토리 전개, 그리고 관객들을 우롱하는 결말-_-까지 정말 그리너웨이다운 영화였다. <털시 루퍼 스토리>는 원래 3부작으로 나왔는데 이번에 한 편으로 편집해서 선보였다고 한다. 그나마 이번 편집본이 이해하지 쉽다고는 하는데...

 

<털시 루퍼 스토리>, 92개의 가방 중 68번째 가방이다=_=

 

(<친절한 금자씨>는 DVD 발매가 되면 한 번 더 보고 쓰는 게 나을 것 같고...)

 

프랑수아 오종은 내게 낯선 감독이다. 프랑스의 유망한 감독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고 하는데, 그의 필모그래피를 하나도 모르는 나로서는 일단 접해 보고서야 이 사람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5X2>는 올해 노벨 문학상을 거머쥔 헤럴드 핀터의 연극 <배신>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우연히도 얼마 전에 핀터페스티벌에서 <배신>을 봤다는;;;) 한 남녀가 이별에 이르는 과정을 시간의 거슬러 올라가며 보여준다. 사실 이 한 작품으로 프랑수아 오종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느끼진 못하겠지만, 몇 개 안되는 컷과 90분이라는 짧은 런타임을 통해 전체적인 이야기를 펼쳐가는 재능이 뛰어난 것 같았다. 이번 PIFF의 소득 중 하나였던 것 같음^_^

 

<5X2>, 무슨 장면이었더라...-_-

 

전반적으로 정말 즐거웠던 이틀이었다. 다만 1박 2일의 짧은 기간 동안 4편의 영화를 보느라 부산을 즐길 여유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던 점이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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