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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뒷모습

 

터미널은 온통 웃음과 기대로 넘쳐나고

손에 잔뜩 들린 선물상자와 과일바구니들은

버스 타는 발길을 더욱 재촉한다

 

하지만

그들의 유쾌함 뒤로

나는 안경 너머 그의 근심어린 눈빛과

초조함을 눈치챈다

 

초가을의 한낮은 쾌청하고

그를 둘러싼 모두가 행복에 겨워하는 것만 같아

'역시 여기서도 나는 혼자로군' 하고 그가 조용히 읊조리던 찰나

 

버스는 어김없이 그 자리로 들어오고

출입문이 촤악 하고 열린다

모두들 조잘조잘 발걸음도 가벼웁게 버스로 올라탄다

 

순간 그의 왼발이 주춤한다

동시에 나의 마음이 조마조마

곧 그는 뒷주머니의 표를 확인한다

조그만 한숨이 들려오는듯도 하지만 나는 듣지 못한척 한다

 

어차피 가야한다면

조금 일찍 출발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꺼에요

나는 그에게 말하고 싶다

 

다시 찾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의 마음속 무거운 짐은

잠시 여기 터미널 의자 밑에 맡겨두고 떠나기를 기도하며

나는 돌아선다

 

그와는 또다른 길을 떠날

나의 발길을 재촉한다

.

.

 

어렵사리 버스에 올라탄 그를 비롯해

지치고 상처받은 모두들

추석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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