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날이 춥다

창문을 여는 순간

흠칫,

할 만큼 바람이 분다

그래도 열어젖힌다

영화라면 이때쯤 여주인공의 머리칼이 그림처럼 사뿐 날리겠지만

빼꼼내민 내 이마위로는 강풍이 쏟아지고 미친듯 잔머리가 넘어간다



우유우유우유우유우유우유우유우

계속 이렇게 말하다보면

나중엔 '우유'가 무슨 뜻인지

무슨 물건을 지칭하는 소리인지

순간적으로 갸웃하게 되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어쩌면 지금 내가

그런 순간일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만 말하기로 한다

마시면 배탈나는 흰우유,

빠나나우유는 우울할때 마시자,

우유는 대체로 배부르다

 

그러면 애초 '우유'의 뜻은 조금도 변색되지 않은채

부분의 합으로써만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물론

더 많은 시간과 노력

게다가, 저런 미친년, 소리까지 감수해야할지 모르지만

최선이라면 나는 그렇게 하기로 작정한다

 

그리곤 창문을 닫는다

바람은 여전하다

또 한번 바람에 흠칫 놀라는

나역시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마 어제보다 더욱 길고 힘들 것이다

아니 어쩌면 돌아가지 못할지 모른다

다만

골목 중간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면

경쾌하게 타닥타닥 발맞춰 걸어주어야겠다고까지만 생각하기로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