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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예찬

아마 2년도 채 안되었을 듯한데

산엘 왜 가기 시작했는지

또 어땠길래

그 후로도 쭉 가게 되었는지

당시의 정황과

긍정적 느낌들은 도무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언제부턴가 나는 산에 가는걸 싫어하지 않게 되었고

(지금도 열일 다 제끼고 갈 만큼 좋아하는건 아니니까)

주변에 등산하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한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던거 같다

 

모르겠다

내가 산엘 다니면서부터 우연히 그런 사람들을 알게 된건지

그 사람들을 알게 된 후부터 나도 함께 산에 다니기 시작한건지는

 

인과관계는

심히 미적지근하지만

이제 나는 산책삼아

(결코 '극기' 목적의 산행은 아니라는거다)

산에 오르는걸 좋아하기 시작했고

 

작정하고

숨이 목구멍에 차오를때까지

쉬지 않고 걸을때의

그 심장 터질듯한 기분과

동시에 떠오르는

'아직 내가 살아 이런 죽을맛을 느끼는구나'

에 무릎을 친다

 

물론

혼자 보단 고만고만한 서넛이 함께 즐기는 산행이 즐거우며

또한

서로 별 말 하지 않아도

전혀 어색할 이유없어

다음 말을 찾느라 머릿속을 분주히 뛰어다니는

불필요한 수고를 덜어줄 사이라면 더욱 즐겁겠다

 

산에다는 쓰레기만 놓고 오지 않으면 되겠다

지고 갔던 내 어깨 위 무거운 짐들일랑

길위에 던져두고 흙더미속에 묻어두고 풀숲에 그냥 남겨두고 돌아설수 있다는 소리다

또 다람쥐들 겨울식량만 탐내지 않으면 될 일이지,

몰아치는 산뜻한 기분과 밀려오는 희망 따위를 마구마구 가져온들 누가 상관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걷는다.

산길을 숲속길을.

나로 돌아오는 마음 길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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