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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낮술 일병 무거운 마음으로 사무실 들어오는 길.

아니 벌써 목련이!

이 추위에, 정말!

하고는 다시 자세히 들여본다.

혹, 알딸딸해 허옇게 늘러붙은 먼지를 흰 목련으로 착각하는건지

겨우내 녹지 않은 눈을 그걸로 착각하는건지

다시 한번 올려본다

그런데,

히야, 두말할 것 없이 목련이 아닌가!

 

나의 의지와 전연 상관없이

시간이 가고

술에 스며

봄에 젖어드는 마냥

목련은 봉우리를 맺고 레디고를 기다리는 중이었구나.

드디어 더이상 물러설 곳 없이 봄이로구나.

 



 

 

어제 길을 지나던 중이었소.

길가 담벼락 너머로 막 피어나던 목련꽃이 내게 말을 걸었소.

아프지마라, 아프지마라..

내가 아팠던건지 아닌건지는 모르오.

다만, 목련이 날 보고 그렇게 말했다는 것뿐.

 

햇살에 눈을 찌푸린 내가 찌푸린 얼굴로 목련을 올려다 보았을 때,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목련은 막 꽃봉우리를 밀어내고 있는 중이었소.

세상에,

이 세상에 꽃을 피워내려 안간심을 쓰는 목련보다 더 아픈것이 어디있단 말이요?

근데 날더러는 아프지 말라 하더이다.

자기가 더 아프다면서.. 목련이 내게 주는 그게 무엇이오?

그 아픈 목련이 내게 하는 걱정의 말이,

그게 도대체 무엇이건데 내 마음이 이렇게 따뜻해지더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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