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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로 나가자

혼자 떠나는 여행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도

오롯이 유쾌하지만도 않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로맨스도

석양에 부서지는 은빛 바다도

영화속 이야기인걸.

 

외로움과 배고픔,

어떨땐 낯선이들의 시선과 싸워야 할때도.

 

게다가 잘 곳을 미리 정하지 못한채라면

그 서글픔은 더해진다는걸

아마도 혼자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거다

 

하지만

커피콩 한움큼을 책상위에 펼쳐놓았는데도

또, 반나절동안 양치질을 무려 세 번이나 해주었는데도

시들어버린 홍당무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간단히 짐을 꾸려

터미널로 나가자.

 

거기엔,

적어도 나침반을 든채 길을 잃어버린 기분따위는 없을 것이므로.

 

영화속 설정 없이

딱히 목적도 없이

왜 지금 내가 훌쩍 가방을 꾸리는지

아마도 혼자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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