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저 평등의 땅에(3)
- 겨울철쭉
- 2010
-
- 윤선애씨 어디가세요 2 (3)
- 겨울철쭉
- 2010
-
- [독서]두보杜甫시선(1)
- 겨울철쭉
- 2009
-
- 노무현추모 비판과 반비판들
- 겨울철쭉
- 2009
-
- 노무현 사망, 사회운동의 패닉(3)
- 겨울철쭉
- 2009
여행을 준비하면서 잡다하게 챙겨읽고 있는, 여행에 대한 책들 중 한권. 하지만 가장 독특한 책이라고 할 만하다. 여행을 ‘낮선 곳에서 사진을 찍고 오는 행위’가 아닐 수 있게, 여행과 그 속에서 만나는 것들에 여행자가 스스로 의미들을 부여할 수 있도록 사고하게 하는 책.
글쓴이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다양한 장소들, 다양한 측면들.. 낯선 장소를 만나고 보고 느끼고 인식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보들레르나 위즈워스, 고흐와 같은 예술가들의 말을 경유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영국 숲의 덤불속에 어떤 생명에게서 나와 같은 시간대에 같은 행성을 살고 있다는 동류감을 떠올린다. 호퍼의 그림을 통해서, ‘외로움’과는 또 다른 ‘공동의 고립감’에 빠진다. 시나이의 사막에서 신이 빚은 위대한 창조 앞에서, 숭고한 장소들은 부드럽게 우리를 다독여 한계를 인정하게 한다는 것을 느낀다. 남프랑스의 아를에서, 화가들의 작업이란 눈에 보이는 것들 중에서 화가가 보여주고 싶은 현실의 귀중한 특질들을 담아내는 것이라는 점을, 고흐를 통해서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마주치는 아름다움과 그 소유에 대해서도.
보통이 말하는 모든 곳에 가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나도 실험해보고 싶어진다. (다행히 보통이 언급한 몇 군데는 앞으로 다녀오려고 하는 장기간의 여행 예정지 목록에 들어있다.)
특히 러스킨을 통해서 말하는 이 부분은 인용해볼만 하다.
러스킨은 아름다움과 그 소유에 대한 관심을 통해 다섯 가지 중심적 결론에 도달했다.
첫째, 아름다움은 심리적인 동시에 시각적으로 정신에 영향을 주는 수 많은 복잡한 요인들의 결과물이다.
둘째, 사람에게는 아름다움에 반응하고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타고난 경향이 있다.
셋째, 이런 소유에 대한 욕망에는 저급한 표현들이 많다. (앞서 보았듯이, 기념품이나 양탄자를 산다거나, 자기 이름을 기둥에 새긴다거나, 사진을 찍는 행위를 포함해서)
넷째, 아름다움을 제대로 소유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며, 그것은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스스로 아름다움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심리적이고 시각적인)을 의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의식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이 그런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계없이, 그것에 대해 쓰거나 그림을 그림으로써 예술을 통하여 아름다운 장소를 묘사하는 것이다. (문단나누기와 강조는 나)
여행에서 마주친 대상들에 대해서 데생을 하거나, ‘말그림’을 그려보는 방식으로 우리도 러스킨이 말한 것처럼 아름다움을 소유할 수 있다.(그것은 러스킨의 언급처럼 기념품이나 사진으로 이루어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렇게, 여행을 위한 영혼의 준비를 얼추 갖추었다면(아, 그리고 작은 스케치북과 연필, 노트도), 우리는 보들레르처럼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때, 이제 떠나야할 시간이다. (아, 아직도 준비가 너무 부족한데, 이 곳의 눈물은 이미 너무 많구나!)
열차야, 나를 너와 함께 데려가다오! 배야, 나를 여기서 몰래 빼내다오!
나를 멀리, 데려가다오, 이 곳의 진흙은 우리의 눈물로 만들어졌구나!
댓글 목록
구르미
관리 메뉴
본문
이 책은 이상하게 읽을 때 마다 새로 읽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워낙에 잘 모르는 예술가들이 등장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이라는 느낌이 갈 때 마다 늘 새롭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부가 정보
겨울철쭉
관리 메뉴
본문
여행이라는 게 워낙 매번 변화무쌍하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저도 드네요. 보통의 이 책은 여행을 이렇게 느끼고, 또 사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게 매력적입니다. 구르미님 말씀을 보니 여행다녀와서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