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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으로부터, 거리.

지역지부 동지들을 만나서 술을 늦게까지 마시면서, 이런 화제로 이야기를 한다.

오늘 현장간부들과 진행한 신규조합원 상담. 무엇보다, 상담한 노동자는 억울한 상황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기뻐했다고 한다.
노조의 "미조직 비정규직 전략조직화 사업"을 지역에서 유사한 부문의 사업장끼리 같이 진행하기 위한 사업단위를 꾸리자는 제안을 한다. 앞으로 업종을 넘어선 지역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하다.
한 사업장 안에서 정규직-직접고용/간접고용비정규직을 모두 조직할 수 있는 전략 사업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담당자를 어느 정도 시기 동안 집중적으로 배치하면 할 수 있을 것같은데, 그게 쉽지 않다.
해고 투쟁 중인 분회 동지에게 지부 상근 활동을 제안한다. 어렵다고 발을 빼지만 마음 깊이는 설득하면, 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다.
집에 가는 길이 두시간 넘게 걸리는 동지가 술자리 중간에 먼저 간다. 멀다.
내일 한 사업장의 조정회의.  조정회의에서 합의를 만들 것인지, 투쟁을 조직할 것인지 종합적인 판단을 하자는 토론을, 현장의 상황, 활동가들의 고민을 이야기한다. 내일 오후에 지노위 조정회의가 있으니, 오전 중에 다시 이야기해야한다.

그래서, 오후에 있는 한 투쟁 분회 집회 참석 일정을 조정한다.

이런 이야기로 술을 마시고, 새벽 2시, 집에 들어왔다.
이것이 우리 노조, 지역지부 활동의 일상이다.

병가와 휴직 6개월,
그리고 지역본부를 떠나 탁상공론이나 난무하는 노조 정책담당자라는 자리로 복귀한 세달 동안,
이런 조합원들의 삶과, 투쟁에, 불과 몇달 전에 나의 고민이었던 것들과 얼마나 멀어져왔는지,
울컥해지고 말았다.

노조, 노동자운동의 대중조직에서 일한다는 게 뭔지, 생각하다,
나의 상황에 막막해졌다.
 



거의 기적같은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매일 이어지는, 어쩌면 노동운동의 대세에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고, 중대한 사회적 쟁점으로 보이지도 않고, 깔끔하게 어떤 결과로 해결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리 많은 수의 조합원도 아닌 현장의 하나하나의 쟁점에 매일 부딪히고 끈질기게 싸우는 활동가들이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나만 하더라도, 그런 매일매일의 싸움을 지쳐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열정을 유지하면서 해나간다는 것이 가능할지를 다시 묻게 되는 것이다.

그런 활동가들, 쉽게 찾을 수 없지만 그러나 사라지지는 않는, 그런 유형의 사람들이 세상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어떤 때는 그것이 이 세상의 진짜 "기적"이라고, 신이 있다면 그 축복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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