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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2006) / 121분
/2006-11-30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인데 뒤늦게 보았다. 작년에도 11월말에 개봉했으니, 여름이 배경이기는 하지만 겨울에 보는 게 적당한 것같기도 하다. 조금 더 영화와 거리를 둘 수 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영화는 관객 대부분이 갖고 있을 각자의 '그 해 여름'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래, 바로 '그 해 여름'이었다.
사실, 영화는 좀 어설픈 점들이 없지 않다. 1969년의 농활이라는 설정도 그렇거니와, 시대적인 배경을 생각해볼 때 영화에 나오는 방식으로 대학생들이 농민들을 만나는 설정도 어색하다. 그리고 서울에서 온 대학생이 농촌의 처녀를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은, 도시-농촌, 지식인-무지자의 차이를 남성-여성으로 환유하는 불편한 구도다. 사건의 전개는 어쩌면 상투적이기도 하다.
여튼, 진부한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영화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봄날은 간다>의 상우/유지태)라는 질문에 대해서, "어떤 사랑은 변하지 않아"라고 말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헤어지더라도 말이다. 그 마음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다시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정인(수애)처럼 혼자서 편백나무 잎을 세상 어딘가로 열심히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모든 사랑은 변한다"" 혹은 "어떤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서로 상충되는 두 가지 주장들이 가능할 것이다. 어느 쪽이 되든 절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뭐, 어느 쪽이든 좋은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런저런 어설픈 틈새들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살아있는 건 거의 두 명의 주연 배우 덕분이다. 특히 (그리 예쁘다고 할 수는 없는) 수애라는 배우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도 없었더랬는데 영화를 보면서 아주 깊은 매력이 있는 배우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흔한 미모보다는, 다른 종류의 매력이 있다. 좋은 배우를 좋은 연기로 만난 것같아 좋다.
영화를 보려고 떠올렸던 건, 영화와 별 상관은 없지만 제목은 같은 노래 때문이다. 새로산 MP3플레이어에 놓을 노래들을 고르다가, 한동안 잊고 있던 곡을 다시 듣게 되었다. '펄스데이(Pearl's Day)'의 '그해 여름'이라는 곡이다. 우연찮게도 이 영화에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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