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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있는 거 꺼내 먹기

며칠 째 반찬이 계속 정체입니다.

 

냉장고에는 각종 고대 음식이

잘 보관되어 있습니다.

 

가히 반찬의 박물관입니다.

 

"현숙아..오늘 아침은

있는 거 꺼내 먹기의 하일라이트가 될 것 같애.."

 

좀 미안하지만 할 수 없습니다.

 

3일된 호박볶음을 꺼냅니다.

역시 3일된 닦고기 볶음도 꺼냅니다.

 

그 보다 반나절 더 오래된 국을 올려놨습니다.

딴 건 몰라도 이 순간 만큼은 많이 고통스러웠습니다.

 

눅눅해진 김도 올려놓습니다.

 

그러게 전 작게 잘라져서

한번 먹을 만큼씩 파는 김이 좋습니다.

큰 김은 꼭 남아서 눅눅해집니다.

 

반찬 그릇을 다 꺼내놓고 보니까

아무래도 너무한다 싶습니다.

 

할 수 없이 비상수단을 쓰기로 했습니다.

 

"상구..뭐 해?"

 

접시를 왕창 꺼내서

반찬을 일일이 담았습니다.

 

손님이 왔을 때나 하는 짓입니다.

 

보기 좋게 담아놓으니까

분위기가 확 다릅니다.

 

"오...좋아 좋아..오늘 반찬 죽이는데.."

 

주선생님이 한 말이 아니고

제가 한 말입니다.

 

다시 봐도 좋습니다.

이것이 바로 보기 좋은 떡의 위력입니다.

 

이런 기술은 가끔 써먹을 때

효과가 있습니다.

 

근데 다음 끼니는

또 어떻게 준비하나 걱정입니다.

 

"따르르릉..."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님입니다.

 

"여보세요.."

"상구야~반찬 택배로 보냈다.."

 

살았습니다.

 

다양한 설반찬이 곧 집으로 옵니다.

 

요새 시골에서 반찬 갖다 먹는거

완전히 재미 붙였습니다.

 

이게 도착하면

또, 있는 거 꺼내먹기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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