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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 연습

빨대 컵을 줬습니다.

 

"미루야 이렇게 해~흡!"

 

주선생님이 시범을 보입니다.

침 다 묻혀놨습니다.

 

미루가 컵을 받아 듭니다.

 

한 손으로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흔듭니다. 안에서 물이 출렁거립니다.

 

빨대를 입에 넣어줬습니다.

 

뭐든지 잘하는 미루,

한번에 물을 빨아들여서

세상을 놀라게 할 표정입니다.

 

미루는 너무도 익숙하게 빨대를

 

잘근잘근 씹었습니다.

한참 씹었습니다.

 

"헤..."

 

애가 멋적은 표정을 짓습니다.

 

"미루야 그런 표정은 너무 시기상조야"

 

다시 시범을 보여주고

컵을 쥐어줬습니다.

 

이번엔 두 손으로 컵을 잡더니

곧바로 입으로 가져갑니다.

 

손잡이를 빱니다.

 

"미루야, 빨대를 빨아야지..."

 

말을 알아 들었는지

양 손잡이를 정확히 두 손으로 쥐면서

컵을 들어올립니다.

 

입을 지나서 계속 들어올립니다.

만세를 부릅니다.

 

팔이 짧아서 만세를 하면

얼굴이 양팔 사이에 꽉 낍니다.

얼굴이 쭉 늘어나면서 빨개졌는데도 한참 만세상태를 유지합니다.

 

다시 세 번째 시도.

이번엔 빨대를 입속에 문 채로

컵을 이리저리 움직였는데

빨대가 입속에 있다가 퉁 튕기면서 밥알이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네 번째 시도.

미루는 열심인데

제 눈 앞엔 왠지 밥알이 아른거립니다.

쌀 한 톨도 아까워 하는 농민사랑의 마음이 아직 살아있습니다.

 

안경에 밥알이 붙어 있습니다.

 

"어어..올라간다, 올라간다"

 

그 순간 빨대 속에서

물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합동응원전을 펼쳤습니다.

 

"힘내라, 힘내라"

 

물은 더 안 올라옵니다. 실패입니다.

인제 미루는 짜증을 내더니 막 씩씩댑니다.

 

성격 나빠질까봐

빨대 연습은 다음에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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