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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직장에 복귀하고 두 달이 흘렸습니다.

 

육아휴직이 끝나더라도

일기는 계속해서 써야겠다고

마음 굳게 먹었는데,

머리랑 손이 굳었습니다.

 

"오호~상구~두 달 사이에 많이 둔해졌는데?!"

 

며칠 전 어떤 잡지사 기자가 인터뷰를 왔는데

제가 영 안 생생한 얘기를 늘어놨습니다.

 

두 달 전에는

아이 키우기의 흔적이

온 몸에서 파닥파닥 거렸었습니다.

 

굳이 말로 열심히 설명을 안 해도

제 주변에 육아의 기운이

예식장에 드라이 아이스 깔리듯 했는데

 

이제는

열심히 생각해야

겨우 몇 마디 합니다.

 

근데 그 동안에

미루는 아주 부쩍 커버렸습니다.

 

어느날 벌떡 서더니

막 걷기 시작했습니다.

 

느닷없이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고

여러 사람이 "이게 뭐야"로 해석한 소리를 내고

작은 감정 표현들이 늘었습니다.

 

예전엔 미루가 내보이는 감정이

모 아니면 도였는데

이제는 그 사이에 다른 게 잔뜩 생겼습니다.

 

"일단 종이에다가 대충이라도 써 놓자"

 

처음엔

시간 없으니까

종이에라도 일기를 써놓으면

나중에 블로그에 옮길 수 있겠지 싶어서

맹렬한 기세로 그날 그날 미루와의 일을 적었습니다.

3일 썼습니다.

 

있었던 일을 전해줄 때는 항상

동화구연사가 되는 주선생님은

밤마다 저한테 그날의 스토리를 얘기해줬습니다.

 

"상구~육아 일기 다시 써라...응?"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지가 쓰지..."

  

요새 좀 많이 무기력한데

육아 뒤끝에 겪었던 우울증이

남아 있는 듯 합니다.

 

힘 내야겠습니다.

그러다가 머리도 풀리고 손도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미루랑 주선생님이 주인공인 일기는

여러번 봐도 재밌는데

이 재미를 끊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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