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미루한테 말걸기

저와 주선생님이

서로한테 할 얘기를

미루한테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거 신기한 습관입니다.

 

"미루야, 엄마 준비 됐다. 젖 먹자~~!!"

 

미루를 쇼파로 데리고 오라는 소리입니다.

 

"자, 엄마가 업어줄께 이리 와~"

 

아기띠를 멨으니까

미루를 안아 올려달라는 얘기입니다.

 

주선생님은 주로 저에게

미루한테 뭔가를 해주라고 할 때

이런 식으로 말을 합니다.

 

"미루, 트림할래?"

 

저는 졸다가도 달려가서 그 무거운 애를 번쩍 들고 트림을 시킵니다.

 

미루한테 말걸기는

'티격태격'이 심각해지지 않도록 하는

용도로도 쓰입니다.

 

주선생님이 유난히 피곤해 해서

거의 점심시간이 다 돼서 일어났습니다.

 

때마침 미루도 일어나서 보챕니다.

 

아침부터 일어나서 기다렸던 저는

주선생님한테 왜 늦게 일어났냐고 말할 순 없으니까

괜히 미루를 구박합니다.

 

"아침부터 울지 마~~어휴, 진짜....

아빠..배고파 죽겠단 말야, 이놈아~~"

 

"미안해..."

 

주선생님이 대답합니다.

 

제가 개발한 이 방법이

저에게 그대로 돌아올 때도 많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는데

마사지 시간에 또 늦은 지난 금요일 아침,

아무래도 제가 깔끔 떤 것 때문에 시간이 지체된 듯한 상황이었습니다.

 

주선생님 역시 미루한테 얘기합니다.

 

"미루야...빨리 가자~

오늘은 일찍 일어났는데도 늦었네..."

 

 

미루한테 말걸기는 때때로,

심각해진 분위기를 푸는 데도 쓰입니다.

 

미루가 하도 안 자서

제 신경질이 섭씨 100도를 넘었을 때의 일입니다.

 

주선생님이 갑자기 물었습니다.

"미루 왜 이렇게 안 잘까?"

"그러게 말야.."

"사람은 왜 그렇게 뭐든지 오래 걸려?"

"내 말이..사슴은 태어나자마자 걷드만...

"동물들은 불면증 없지?"

"글쎄..."

"부엉이는 불면증인가? "

 

주선생님, 우리 집에서 금기시되는

썰렁한 유모어를 합니다.

 

귀찮아서 그냥 대답했습니다.

 

"아마, 아닐거야.."

 

"미루야~이거 봐..

내가 썰렁한 개그 했는데, 아빠가 진지하게 대답하잖아..

저게 피곤하다는 증거야..

그러니까, 울지 말고 자...알았지~?"

 

어이가 없어서 화를 풀었습니다.

 

두 사람이었다가

세 사람이 되니까

이런 건 좋은 점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