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인제 진짜 사람 같다

어쨌거나 시간은 가고

미루는 무럭 무럭 크고 있습니다.

 

"하루 하루가 달라~"

 

저희 어머니께서

언젠가 하신 말씀입니다.

 

하루하루가 다른 것까진 아니지만

정말 눈에 띄는 변화들이 많이 보입니다.

 

얼마전까진 한 손이 다른 손을 잡았습니다.

주로 입으로 달려가는 오른손을 왼손이 가로 막았습니다.

 

미루는 짜증을 냅니다.

손가락을 빨고 싶은데 못 빨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그때까지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몰랐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두손을 사이좋게 꼭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꽤 자유롭게 사용합니다.

 

젖 먹을 때 엄마 가슴을 긁거나

약 먹일 때 약숟가락을 쳐냅니다.

빠르고 정확한 동작입니다.

 

 

지난 3일간 혀도 놀랍게 발전했습니다.

 

"내가 진짜 이게 무슨 꼴이냐...미치겠다, 정말.."

 

계속 우는 미루 옆에서

너무 힘들어서 신세한탄을 하는데

갑자기 미루가 우는 걸 멈춥니다.

 

웬일인가 하고 쳐다보니

미루가 혀를 쏙 내밀고 저를 쳐다봅니다.

누가 봐도 약올리는 표정입니다.

 

그 날 이후로 혀의 움직임은

날로 현란해졌습니다.

 

3일만에 지금은 혀를 있는 대로

다 내놓고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립니다.

어른 하는 짓 하고 똑같습니다.

 

"미루야~~"

 

부르면 열번 중에 일곱번은 쳐다 봅니다.

사실은 다섯번 정도 쳐다 보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예전에 눈길도 안 주던 때와는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주선생님 얘기로는

미루가 드디어 한 인간으로 느껴진답니다.

 

"누워 있을 때 얼굴을 만져 보면 진짜 사람 같애..."

 

저도 비슷한 걸 느꼈습니다.

 

트림시킬려고 안았는데

정말 한 인간을 안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독립된 존재의 호흡과 체취가

여느 사람과 똑같은 무게감으로 느껴집니다.

 

이런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드디어, 사람됐구나~"

이건 철든 어른한테 하는 소리입니다.

 

"인제 좀 인간같네~"

이건 일주일 동안 머리 안 감은 사람이

머리 감고 나서 하는 말입니다.

 

"에구, 우리 애기 다 컸네~"

이 말은 아직 안 큰 애의 사기진작용입니다.

 

어쨌든 미루는

인제 진짜 사람 같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