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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우흑흑흑....상구..엉엉엉"
"현숙아!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미루가...으흐흑흑흑..."
미루를 놀이집에 맡겨 놓고 한 시간쯤 지나서
사무실에 있던 주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는데
전화를 받자 마자
주선생님이 숨넘어가면서 웁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미루한테 무슨 일이 난 모양입니다.
주선생님은 거의 괴성을 지르면서
울부짖고 있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미루한테 무슨 일이 난 거면
나는 어떡해야 하지.
그 짧은 순간에
정말 온갖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냥 내가 계속 데리고 있을걸, 미쳤다고 애를 맡겼나'
"현숙아, 왜 그래..!! 말을 해봐. 무슨 일이야...제발!!"
"상구, 미루가...미루가 보고 싶어.."
간떨어져 죽을 뻔 했습니다.
아니,미루가 보고 싶으면
가서 보면 되지 왜 전화를 해서 울부짖는 것인지
한 반쯤 밖에 이해가 안 됐습니다.
"괜찮아 현숙아...미루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그래도 그런 순간에
전화할 사람이 저 밖에 없어서
의연하게 주선생님을 달래줬습니다.
"근데 갑자기 왜 그렇게 울었어?"
"응, 밥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무슨 외국 드라마를 보다가
애하고 엄마하고 사이에 슬픈 일이 벌어졌답니다.
그걸 보다가 울컥했답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얌얌.."
울음은 다 안 그치고
그 와중에 밥까지 먹으면서
설명합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습니다.
"젖도 잘 먹고, 이유식도 잘 먹었어요~~"
맡긴지 3시간 지나서
찾으러 갔더니 놀이집 선생님이
미루 칭찬을 합니다.
주선생님은 미루를 안고
그저 좋아라합니다.
"오늘 미루가 지원이 때렸대..."
저녁이 돼서
대구탕을 끓이는데
주선생님이 저와 대화를 시도합니다.
"그건 어제 아냐?"
"아, 맞다. 그건 어제지..오늘은 지원이하고 공 갖고 놀았대...내가 보기엔 미루가 지원이 공 뺏어서 혼자 논 것 같애.."
울 땐 언제고
기분이 좋습니다.
"상구, 큰일났어..나중에 미루가 우리 먹을 것 까지 다 뺏어먹을 것 같애"
"오늘은 나한테 큰일 났다고 하지마, 간 떨어질 뻔 했으니까"
미루는 놀이집에
아주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아직 적응 중입니다.
빨대 컵을 줬습니다.
"미루야 이렇게 해~흡!"
주선생님이 시범을 보입니다.
침 다 묻혀놨습니다.
미루가 컵을 받아 듭니다.
한 손으로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흔듭니다. 안에서 물이 출렁거립니다.
빨대를 입에 넣어줬습니다.
뭐든지 잘하는 미루,
한번에 물을 빨아들여서
세상을 놀라게 할 표정입니다.
미루는 너무도 익숙하게 빨대를
잘근잘근 씹었습니다.
한참 씹었습니다.
"헤..."
애가 멋적은 표정을 짓습니다.
"미루야 그런 표정은 너무 시기상조야"
다시 시범을 보여주고
컵을 쥐어줬습니다.
이번엔 두 손으로 컵을 잡더니
곧바로 입으로 가져갑니다.
손잡이를 빱니다.
"미루야, 빨대를 빨아야지..."
말을 알아 들었는지
양 손잡이를 정확히 두 손으로 쥐면서
컵을 들어올립니다.
입을 지나서 계속 들어올립니다.
만세를 부릅니다.
팔이 짧아서 만세를 하면
얼굴이 양팔 사이에 꽉 낍니다.
얼굴이 쭉 늘어나면서 빨개졌는데도 한참 만세상태를 유지합니다.
다시 세 번째 시도.
이번엔 빨대를 입속에 문 채로
컵을 이리저리 움직였는데
빨대가 입속에 있다가 퉁 튕기면서 밥알이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네 번째 시도.
미루는 열심인데
제 눈 앞엔 왠지 밥알이 아른거립니다.
쌀 한 톨도 아까워 하는 농민사랑의 마음이 아직 살아있습니다.
안경에 밥알이 붙어 있습니다.
"어어..올라간다, 올라간다"
그 순간 빨대 속에서
물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합동응원전을 펼쳤습니다.
"힘내라, 힘내라"
물은 더 안 올라옵니다. 실패입니다.
인제 미루는 짜증을 내더니 막 씩씩댑니다.
성격 나빠질까봐
빨대 연습은 다음에 하기로 했습니다.
미루가 입을 꼭 다물고 안 벌립니다.
처음에 이유식 한 숟갈을 물었는데
맛만 보더니 딴 데 쳐다 봅니다.
"미루야~너 왜 이유식 안 먹어?"
계속 숟가락을 피합니다.
"밥이 뜨거운가?....."
호호 불어서
밥을 좀 식혔습니다.
이제 받아 먹습니다.
"현숙..미루가 이유식 차가워지니까 잘 먹는다."
"그래? 앞으로 찬밥 먹여야겠네.."
생각해보니까
저도 어릴 때 찬밥 좋아했었습니다.
"상구도 그랬어? 나도 그랬는데.."
"근데 자꾸 어른들이 뜨건 밥 먹으라고, 그게 맛있다고 했잖아."
"그러게...그땐 찬밥이 훨씬 좋았는데.."
"맞어, 맞어"
"근데 다르긴 다르데, 영양이..."
"그래?"
"탄수화물인가가 녹말화된대든가...옛날 가사시간에 배웠어"
"정말?"
생활의 달인 주선생님이 말하는 거니까
아마 맞을 겁니다.
"근데 난 그때도 그게 음모라고 생각했어"
"누구의 음모? 따뜻한 밥을 먹기 위한 남자들의 음모?"
"그때 이미 난 집에서 밥 했거든"
어릴 때 주선생님은
어머니 아버지가 모두 일을 나가셔서
동생들 밥을 자기가 해줬답니다.
밥만 한 게 아닙니다.
"어릴 때 맨날
동네 골목길에서 뛰어다니면서 놀았어.
개구리 잡으러 논에 갈 때도 있었고"
또 저는 어릴 때
쌓아놓은 볏단 사이에서
뛰어다니면서 놀기도 하고
애들하고 딱지치기도 엄청 했었습니다.
"나는 봉투 붙였는데..."
주선생님은 어릴 때
봉투도 붙이고 인형 눈도 달았답니다.
잠시 옛날 생각을 하는 사이에
미루는 그 많은 이유식을 거의 다 먹었습니다.
이유식이 식을수록 속도가 빨라집니다.
한 그릇을 다 비웠습니다.
어른 밥 반 공기는 되는 양입니다.
역시 이유식 매니아다운 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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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조금 전 "거침 없이 하이킥" 보다가 울었어요. 단이는 잘 자고 있는데도...(거기서 아가가 아프더군요.)암튼, 밥 먹다가, 울다가, 전화해 호소하다가... 절절 동감합니다.^^
씩씩한 미루, ㅋㅋㅋ 힘도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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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러시는군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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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가끔 연우가 우물에 빠지는 거나 같이 여객선 타고 가다가 난간에서 미끄러져 바다에 빠지는 상상을 합니다. 상상 중간에 머리를 어질 어질 할 만큼 마구 흔들면서 앞쪽 부분의 영상도 다 지워버려요. 안 돼!!! 하면서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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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적응해가고 있군요. 부모가 자식한테 독립하기란 참 힘들일이죠. 저두 그때쯤 화두가 독립이었던것 같아요. 히히맞다. 자랑해야지. 누리가 올챙이반에서 개구리반으로 올라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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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루집/ 온갖 상상을 다 하시는군요. 저랑 같애요..ㅎㅎ누리맘/ 오호, 축하축하...개구리반이 됐으니까 이제 풀쩍 풀쩍 뛰어다니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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