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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3/26
    밥 먹다 똥 싸기(7)
    너나나나
  2. 2007/03/25
    팔꿈치 부상(3)
    너나나나
  3. 2007/03/24
    블록 쌓기(3)
    너나나나
  4. 2007/03/12
    음악에 소질이 있나?(6)
    너나나나
  5. 2007/03/11
    한밤의 드라이브
    너나나나
  6. 2007/03/10
    안고, 업고 일하기(6)
    너나나나
  7. 2007/03/08
    적응 중(5)
    너나나나
  8. 2007/03/08
    빨대 연습(4)
    너나나나
  9. 2007/03/08
    찬밥 따뜻한 밥(2)
    너나나나
  10. 2007/03/05
    놀이집 첫날(6)
    너나나나

밥 먹다 똥 싸기

미루는 이유식을 아주 잘 먹는데

그만큼 똥도 엄청 쌉니다.

 

똥 싸는 시간도 정해져 있어서

꼭 이유식 먹을 때 똥을 쌉니다.

 

멀티태스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유식 의자에 앉혀 놓고

한참 먹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루 얼굴이 갑자기 빨개지면서

입이 벌어집니다.

 

기회는 이때 인지라

입속에 밥을 한 숟갈 확 집어넣습니다.

 

미루 얼굴은 점점 빨개지고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갑니다.

 

입 속에 밥 집어 넣은게

미안해집니다.

 

"끄..응.."

 

몇 초가 흐른 후

몸을 부르르 떱니다.

 

머리통이 크게 흔들릴 정도로

몸을 떨면

쌌다는 신호입니다.

 

이런 땐 계속 먹일지

기저귀 갈아주고 먹일지 고민입니다.

 

미루가 아무렇지 않게 계속 밥을 받아먹으면

우리도 그냥 모른 척 합니다.

 

"어? 얘봐~"

"또 힘 주네.."

 

다시 얼굴이 빨개집니다.

 

"투투투~~~"

 

입 속에 있던 밥을 전부 투투 뱉어내더니

온 신경을 집중합니다.

 

몸을 부들부들 떱니다.

또 쌌습니다.

 

지켜보던 주선생님이

한 마디 안 할 리가 없습니다.

 

"애가 높아졌어..."

 

무슨 말인지 한참 생각했습니다.

 

눈높이가 약간 높아진 미루에게

우리는 계속 이유식을 먹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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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 부상

"테니스 엘보우란..팔꿈치 바깥 뼈가.."

 

"어? 저거 니 증상이랑 똑같다. 빨리 병원 가봐~"

 

라디오에서 나오는 설명이

주선생님 증상과 같습니다.

 

최근에 주선생님이

미루를 많이 안았는데,

팔꿈치가 고장난 겁니다.

 

"심하면 물건을 아예 못 들 수도 있고..."

 

듣고 보니 심각합니다.

카메라 드는 사람한테는 특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주선생님은 마음이 급해져서

저의 만류를 무릅쓰고

순전히 가깝다는 이유로

지난 번에 제가 허리 아파서

봉침 맞았던 그 한의원을 찾아갔습니다.

 

갔다 왔습니다.

주선생님도 봉침을 맞았답니다.

봉침은 침 끝에 벌침을 묻힌 겁니다.

 

"근데 이거 봐..멍들었어.."

"아픈 건 좀 덜하냐?"

"더 아퍼"

 

그 의사선생님은

자기가 벌인 줄 압니다.

보니까 다른 침도 많드만

꼭 봉침만 놓습니다.

 

"아야!"

 

젖 먹이려는데

미루가 팔꿈치를 쳤습니다.

 

아픈 데 때리는 건

정말 기분 상하는 일입니다.

 

"현숙아, 괜찮어?"

"악!"

 

위로 한답시고 옆에서 까불다가

이번엔 제가 팔꿈치를 쳤습니다.

 

때린 데 또 때리는 건

정말 최고로 기분 상하는 일입니다.

 

"내가..나을 수가 없어, 나을 수가"

 

부자도 아니고

오직 몸으로 때우면서 살아야 하는 처지에

이런 식으로 부상 당하는 건 피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근데 현숙아..여기 진짜 계속 멍들어 있다."

"병원에서 침 맞는데, 새끼 손가락이 찌릿하더라고.."

 

"그래서?"

"그래서 여기가 찌릿한데요 했더니, 그래요? 그럼 안되는데 그러면서 침을 빼더라?"

"의사선생님이?"

"응"

 

그런 식으로 몇 번 했답니다.

가만히 보아하니 주선생님,

마음에 벌을 쏘인 표정입니다.

 

어떻게 달래줘야 하나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주선생님은 제 앞에서

무표정하게 앉아있습니다.

 

한 20초쯤 그러고 앉아 있었을까

 

주선생님이 갑자기

새끼 손가락 두개를 동시에 양쪽 콧구멍에 넣고

막 팝니다.

 

"뭐 해?"

"마음을 달래려고 쌍코파기 하는 거야"

"쌍코파기?"

 

뭐, 충분히 그럴 만 합니다.

저도 예전에 허리에 침 맞으면서

마음이 허했었습니다.

 

계속 팝니다.

저러다 코피 나면

그게 바로 말로만 듣던 쌍코피겠구나 싶습니다.

 

"오...진짜 마음이 달래진다."

"그래?"

"응...상구도 해봐"

 

전 그냥 속으로 말했습니다.

 

"아냐, 지금 위로가 필요한 건 너니까

실컷 마음을 달래...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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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 쌓기

옆집에 갔더니

블록이 있습니다.

 

모든 블록을 세로로 세워서

가장 높이 쌓기에 도전했습니다.

 

사실 도전할 생각은 없었고

그냥 재미로 시작했는데

안 무너지는 바람에 거의 끝까지 갔습니다.

 

블록 4개 남겨놓고 무너졌는데

거의 제 어깨 높이에 닿았습니다.

기념 사진 두 장을 찍었습니다.

 

블록쌓기를 마치자

메스꺼움이 몰려옵니다.

정신을 너무 집중했습니다.

 

"상구...나 질렀어.."

"또 뭘?"

 

이젠 놀라는 척 하는 것도

지루합니다.

 

"블록..."

 

옆집에서 블록 쌓았던 날의 감격을

주선생님이 잊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집에 52개 짜리 블록이 도착했습니다.

 

상자 안에는 블록을 별스럽게 쌓아놓은

예시들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바로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림대로 하는 거 쉽지 않겠다"

"그러게"

 

상당히 고난이도 작품들이 많습니다.

 

"이거 두고 두고 갖고 놀겠는데?"

"아무래도 그렇지?"

"미루 말고 상구가..."

 

주선생님 말대로

블록 하나만 열심히 빠는 미루 옆에서

저는 한참 블록을 쌓았습니다.

 

문득 피곤해 집니다.

저녁 시간도 됐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습니다.

 

샤워기를 틀어놓고

이빨을 닦습니다.

 

괜히 오래 집중했다가

또 어지러울 뻔 했는데

오늘은 훌륭한 자제력을 보였습니다.

 

"상구~!!!!!!!! 빨리 나와봐~~~"

 

갑자기 다급한 주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으악...빨리!!!"

 

무슨 일이 났습니다.

미루가 어디서 떨어지는 걸 간신히 잡고 있던가

아니면 더 급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냥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현숙아, 무슨 일이야???!!!"

 

주선생님

잔뜩 놀란 눈을 하고 말합니다.

 

"미루가 이걸 무너뜨릴려고 그래...그 전에 보라고..."

 

블록으로 탑을 쌓아놓고

미루의 접근을 간신히 막고 있는 주선생님의 모습이

웬수 같습니다.

 

블록 가지고 두고두고

놀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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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소질이 있나?

구리시로 가는 차 안에서

처남이 주선생님한테 묻습니다.

 

"잘 갖고 놀아?"

 

지난 번에 만났을 때

처남이 미루한테 인형을 사줬었습니다.

 

"응...곰 인형이 손에 벌을 잡고 있잖아...그 벌을 좋아해"

"오호..그래? 곰은 안 좋아하고?"

"벌이 반짝 거려서 좋아하는 것 같애, 글고 곰에 붙은 라벨도 좋아해..."

 

처남은 미루한테 외삼촌입니다.

 

미루를 만나면

잘 놀아주고 많이 이뻐해주는데

 

지난 번엔 인형까지 선물로 사줘서

고마웠었습니다.

 

처제 딸한테는 훨씬 비싸 보이는 아이용 건반을 사줬습니다.

 

"근데 미루는 소리 나는 거 좋아해"

 

그때도 미루는 인형은 옆으로 던지고

처제 딸 아영이가 건반 가지고 노는 걸 밀어낸 다음

자기가 막 놀았었습니다.

아영이는 옆에서 울었습니다.

 

처남이 대답합니다.

 

"안 그래도 사놨지~!!"

 

센스 있는 처남입니다.

그때 미루가 건반에 흠뻑 취하는 걸 보더니

하나 사놨답니다.

 

"지난 번 거 보다 기능 훨씬 좋은 걸로 사놨어...손잡이도 있어"

 

이런! 정말 센스가 넘칩니다.

 

"근데 조금 싼 걸로 샀어"

 

주선생님은 신이 났습니다.

 

저도 신이 났지만,

진지한 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촐싹대진 않았습니다.

 

주선생님, 말이 많아집니다.

 

"그래? 어디서 샀는데?"

"마트"

 

"미루가 좋아하겠다"

"마트 가면 요새는 장난감 코너가 눈에 들어오더라"

 

"그지? 맞어, 맞어. 예전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정말 그렇더라구"

 

"근데 미루는 진짜 리듬감각이 좋아, 음악에 재능이 있나봐"

 

미루가 손바닥으로 벽이나 장롱을 칠 때 보면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주선생님은 미루가 그 재능을 살려서

나중에 음악을 좋아하고, 잘 하기도 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몇 번 말한 적이 있습니다.

 

처남은 전혀 호응을 안 해줍니다.

 

"우히히..엄마들은 다 그렇게 얘기해~"

"아냐, 진짜야~~"

 

"내 친구들 중에 애가 돌된 애들 있거든? 다 똑같은 얘기하더라"

"아니라니까, 미루는 진짜 재능이 있어"

 

애처로운 주선생님입니다.

 

이럴 땐 미루가 뭔가 능력을 보여주면

처남도 믿을 테니까, 그때를 기다려야지

자꾸 우겨봐야 소용없습니다.

 

처가집에서 드디어

미루가 처남이 사 준 건반을 만났습니다.

 

건반을 보자 마자 달려듭니다.

 

손으로 건반을 누릅니다.

마구 누릅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느껴집니다.

 

몇 번 치더니 손잡이를 잡고

악기를 방바닥에 막 내려칩니다.

 

지난 번 것보다 싼 거라서 그럴리는 없고,

피아노 보다는 난타 쪽에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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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드라이브

장인어른 생신이어서

처남 차를 얻어타고 구리시로 출발했습니다.

 

저녁 11시

 

한참 곤히 자는 미루한테 우주복을 입히고

번쩍 들어 안아서 집을 나섭니다.

 

미루는 정말 목놓아 울었는데

우리도 자는데 밤11시에 누가 와서 업고 가면

막 울었을 것 같습니다.

 

"누나~괴물 있던 데가 원효대교던가?"

"응"

 

근처에 친구 만나러 온 김에

우리를 태워가겠다던 처남이

한참 늦게 왔는데, 길을 잘못 들었었답니다.

 

"난 한강대교인 줄 알고 아까 한강대교를 건넜었지....한참 헤맸네"

"넌 길을 그런 식으로 기억하냐?"

 

창밖을 보니까

서울 밤 불빛이 좋습니다.

 

밤에 드라이브하는 건

주선생님이나 저나 참 오랜만입니다.

 

"이야...야경이 좋다..."

 

주선생님이 굉장히 좋아합니다.

"차가 있으면 이런 게 좋다, 그치?"

 

한 동안 차 한대 살까 하다가

그냥 없던 일 비슷하게 되면서 넘어갔는데

다시 생각나나 봅니다.

 

"근데 이 차 이름이 뭐지? 아벤트?"

"아니, 아반떼..."

 

처남이 어이 없어 합니다.

 

"현숙아, 아벤트는 젖병 이름아냐?"

"아~그렇지!!"

 

우리한텐 자동차 이름 보단

젖병 이름이 익숙합니다.

 

아기띠를 풀러서

미루를 무릎 위에 눕힌 다음에

주선생님은 미루를 주물러주고, 다독거리면서

드라이브 내내 편안한 실내 분위기 조성에 힘을 썼습니다.

 

"성수대교다~"

"지난 번에 자전거 타고 여기까지 왔었잖아~"

 

"그때는 미루가 없었는데..."

"나중에 미루 크면 자전거 태워서 돌아다니자~"

 

수다를 떨다 보니까

어느새 구리시 입구입니다.

 

저녁 시간이라 길도 안 막히고

금세 왔습니다.

 

"금방이네..안 막히니까 좋다..."

 

한 밤의 드라이브

이거 할 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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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고, 업고 일하기

정말 어쩔 수 없어서

미루를 안거나 업고 일할 때가 있습니다.

 

"휴...미루야 너 오늘 컨디션이 진짜 안 좋은 갑다...."

 

막 보채길래

졸려하는 줄 알고

한참을 안고 있었습니다.

점점 활발해집니다.

 

20분을 넘기니까

짜증을 토할 것 같습니다.

 

내려놨습니다.

심금을 울리는 징징거림이 또 시작됩니다.

 

"너, 자건 말건 난 일 한다"

 

아기띠로 미루를 안고

식탁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밥 먹을 때 꺼내놨던

메인 반찬은 김치 3가지.

 

그 그릇들을 포개서 한 번에 들어야 하는데

미루를 안고 있어서 그렇게 못 합니다.

일단 하나를 들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고

그릇을 냉장고 아래칸쯤에

넣습니다.

 

"에취"

 

몸을 숙였더니

미루가 냉장고 쪽으로 휙 기울어지면서

찬 기운에 휩싸였나 봅니다. 기침을 합니다.

 

"어? 미안, 미안"

 

후딱 몸을 세우고

냉장고 문을 닫습니다.

 

요새, 생활의 집중력이 떨어져서

냉장고 속이 엉망이라

그릇 넣을 공간 찾는 게 일입니다.

 

두 번째 그릇을 들고 다시 냉장고를 엽니다.

 

미루가 고개를 사정없이 뒤로 돌리면서

냉장고 안을 한번 볼려고 시도합니다.

 

"야!! 가만 있어!!"

 

 

설거지를 시작했습니다.

 

"미루야~인제부터 설거지 할 건데 널 업어야겠어..."

 

아이를 업으면 보통은 업힌 아기 답게

얌전히 꼼지락 대다가 고개를 등에 대고 잠을 자기도 합니다.

다른 애들이 그렇다는 겁니다.

 

이런 전통의 시나리오가

미루한텐 안 통합니다.

 

그냥 막 버둥대고

꽥꽥 소리를 지릅니다.

 

노리개 젖꼭지를 넘겨줬더니

잠깐 조용해졌습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몸을 부지런히 위아래로 떨면서

설거지를 하다 보면

미루가 잠들 지도 모릅니다.

 

"툭"

 

노리개 젖꼭지 떨어뜨렸습니다.

다시 꽥꽥 소리를 지릅니다.

 

"에이, 진짜"

 

주워주려고 확 몸을 숙였는데

미루 머리가 싱크대를 아슬아슬하게 빗겨갑니다.

대형사태날 뻔 했습니다.

 

설거지는 막바지에 이르고

몸을 계속 떨었지만 미루는 여전합니다.

 

"으아아악~~"

 

이제는 팔을 쭉 뻗어서

제 등을 밉니다.

남다른 근력을 자랑하는 미루가 미니까

등이 앞으로 확 휩니다.

 

고통 속에서

완벽한 S라인이 만들어집니다.

 

한참 동안 애 업고 일 하고 나면

누가 절 좀 업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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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 중

"여보세요?"

"우흑흑흑....상구..엉엉엉"

"현숙아!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미루가...으흐흑흑흑..."

 

미루를 놀이집에 맡겨 놓고 한 시간쯤 지나서

사무실에 있던 주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는데

 

전화를 받자 마자

주선생님이 숨넘어가면서 웁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미루한테 무슨 일이 난 모양입니다.

 

주선생님은 거의 괴성을 지르면서

울부짖고 있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미루한테 무슨 일이 난 거면

나는 어떡해야 하지.

 

그 짧은 순간에

정말 온갖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냥 내가 계속 데리고 있을걸, 미쳤다고 애를 맡겼나'

 

"현숙아, 왜 그래..!! 말을 해봐. 무슨 일이야...제발!!"

"상구, 미루가...미루가 보고 싶어.."

 

간떨어져 죽을 뻔 했습니다.

 

아니,미루가 보고 싶으면

가서 보면 되지 왜 전화를 해서 울부짖는 것인지

한 반쯤 밖에 이해가 안 됐습니다.

 

"괜찮아 현숙아...미루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그래도 그런 순간에

전화할 사람이 저 밖에 없어서

의연하게 주선생님을 달래줬습니다.

 

"근데 갑자기 왜 그렇게 울었어?"

 

"응, 밥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무슨 외국 드라마를 보다가

애하고 엄마하고 사이에 슬픈 일이 벌어졌답니다.

그걸 보다가 울컥했답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얌얌.."

 

울음은 다 안 그치고

그 와중에 밥까지 먹으면서

설명합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습니다.

 

"젖도 잘 먹고, 이유식도 잘 먹었어요~~"

 

맡긴지 3시간 지나서

찾으러 갔더니 놀이집 선생님이

미루 칭찬을 합니다.

 

주선생님은 미루를 안고

그저 좋아라합니다.

 

"오늘 미루가 지원이 때렸대..."

 

저녁이 돼서

대구탕을 끓이는데

주선생님이 저와 대화를 시도합니다.

 

"그건 어제 아냐?"

"아, 맞다. 그건 어제지..오늘은 지원이하고 공 갖고 놀았대...내가 보기엔 미루가 지원이 공 뺏어서 혼자 논 것 같애.."

 

울 땐 언제고

기분이 좋습니다.

 

"상구, 큰일났어..나중에 미루가 우리 먹을 것 까지 다 뺏어먹을 것 같애"

"오늘은 나한테 큰일 났다고 하지마, 간 떨어질 뻔 했으니까"

 

미루는 놀이집에

아주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아직 적응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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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 연습

빨대 컵을 줬습니다.

 

"미루야 이렇게 해~흡!"

 

주선생님이 시범을 보입니다.

침 다 묻혀놨습니다.

 

미루가 컵을 받아 듭니다.

 

한 손으로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흔듭니다. 안에서 물이 출렁거립니다.

 

빨대를 입에 넣어줬습니다.

 

뭐든지 잘하는 미루,

한번에 물을 빨아들여서

세상을 놀라게 할 표정입니다.

 

미루는 너무도 익숙하게 빨대를

 

잘근잘근 씹었습니다.

한참 씹었습니다.

 

"헤..."

 

애가 멋적은 표정을 짓습니다.

 

"미루야 그런 표정은 너무 시기상조야"

 

다시 시범을 보여주고

컵을 쥐어줬습니다.

 

이번엔 두 손으로 컵을 잡더니

곧바로 입으로 가져갑니다.

 

손잡이를 빱니다.

 

"미루야, 빨대를 빨아야지..."

 

말을 알아 들었는지

양 손잡이를 정확히 두 손으로 쥐면서

컵을 들어올립니다.

 

입을 지나서 계속 들어올립니다.

만세를 부릅니다.

 

팔이 짧아서 만세를 하면

얼굴이 양팔 사이에 꽉 낍니다.

얼굴이 쭉 늘어나면서 빨개졌는데도 한참 만세상태를 유지합니다.

 

다시 세 번째 시도.

이번엔 빨대를 입속에 문 채로

컵을 이리저리 움직였는데

빨대가 입속에 있다가 퉁 튕기면서 밥알이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네 번째 시도.

미루는 열심인데

제 눈 앞엔 왠지 밥알이 아른거립니다.

쌀 한 톨도 아까워 하는 농민사랑의 마음이 아직 살아있습니다.

 

안경에 밥알이 붙어 있습니다.

 

"어어..올라간다, 올라간다"

 

그 순간 빨대 속에서

물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합동응원전을 펼쳤습니다.

 

"힘내라, 힘내라"

 

물은 더 안 올라옵니다. 실패입니다.

인제 미루는 짜증을 내더니 막 씩씩댑니다.

 

성격 나빠질까봐

빨대 연습은 다음에 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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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따뜻한 밥

미루가 입을 꼭 다물고 안 벌립니다.

 

처음에 이유식 한 숟갈을 물었는데

맛만 보더니 딴 데 쳐다 봅니다.

 

"미루야~너 왜 이유식 안 먹어?"

 

계속 숟가락을 피합니다.

 

"밥이 뜨거운가?....."

 

호호 불어서

밥을 좀 식혔습니다.

 

이제 받아 먹습니다.

 

"현숙..미루가 이유식 차가워지니까 잘 먹는다."

"그래? 앞으로 찬밥 먹여야겠네.."

 

생각해보니까

저도 어릴 때 찬밥 좋아했었습니다.

 

"상구도 그랬어? 나도 그랬는데.."

"근데 자꾸 어른들이 뜨건 밥 먹으라고, 그게 맛있다고 했잖아."

 

"그러게...그땐 찬밥이 훨씬 좋았는데.."

"맞어, 맞어"

 

"근데 다르긴 다르데, 영양이..."

"그래?"

 

"탄수화물인가가 녹말화된대든가...옛날 가사시간에 배웠어"

"정말?"

 

생활의 달인 주선생님이 말하는 거니까

아마 맞을 겁니다.

 

"근데 난 그때도 그게 음모라고 생각했어"

"누구의 음모? 따뜻한 밥을 먹기 위한 남자들의 음모?"

"그때 이미 난 집에서 밥 했거든"

 

어릴 때 주선생님은

어머니 아버지가 모두 일을 나가셔서

동생들 밥을 자기가 해줬답니다.

 

밥만 한 게 아닙니다.

 

"어릴 때 맨날

동네 골목길에서 뛰어다니면서 놀았어.

개구리 잡으러 논에 갈 때도 있었고"

 

또 저는 어릴 때

쌓아놓은 볏단 사이에서

뛰어다니면서 놀기도 하고

애들하고 딱지치기도 엄청 했었습니다.

 

"나는 봉투 붙였는데..."

 

주선생님은 어릴 때

봉투도 붙이고 인형 눈도 달았답니다.

 

잠시 옛날 생각을 하는 사이에

미루는 그 많은 이유식을 거의 다 먹었습니다.

이유식이 식을수록 속도가 빨라집니다.

 

한 그릇을 다 비웠습니다.

어른 밥 반 공기는 되는 양입니다.

 

역시 이유식 매니아다운 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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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집 첫날

"휴..앞으로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을까.."

 

놀이집에 데려갈려고

미루 옷을 입히는 데

한숨이 나옵니다.

 

가서 잘할 지 울진 않을 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내가 어젯밤에 바로 그랬어~~"

 

"더웠다며?"

 

주선생님이 가슴을

퍽퍽 칩니다.

 

"마음이 더웠지, 마음이..."

 

미루가 놀이집에 가는 첫날

어제와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어제까지는 따뜻한 봄날이었는데

오늘은 영하랍니다. 바람도 엄청 붑니다.

 

놀이집에 도착하니까

선생님이 미루를 확 뺏어갑니다.

 

장난감을 마구 보여주면서

울 타이밍을 안 줍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가져간 준비물을 드리고

미루에게 떨리는 인사를 했습니다.

 

인사하고 나가려는 데

미루가 안기려고 합니다.

 

주선생님은 손만 흔들었습니다.

저는 손도 못 흔들었습니다.

 

"빠이빠이~~"

 

미루의 당황스러워하는 눈빛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말 없이 걸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말하면 입 속으로 찬바람 다 들어옵니다.

 

문득 주선생님이 말을 건넵니다.

 

"이게 얼마만이야~~~"

 

둘이서만 걷는 게 미루 낳고 처음입니다.

 

"슬픈 일이 있으면 기쁜 일도 있구만..안 그래 미루~~? 아니 상구~~?"

 

저 앞에 골목에서

잘 생기고 튼튼하게 생긴 젊은 남자 하나가

걸어 옵니다.

 

미루도 나중에 저렇게

건강하게 키워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남자는 이 추운 날씨에,

반팔 면티에 할머니 몸빼를 입고

슈퍼로 걸어 들어가고

 

주선생님과 저는

근처의 주선생님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시간이 흐릅니다.

 

"인제 미루 데리러 가자~!!"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미루를 데리러 가는 시간입니다.

 

떨립니다.

다시 얼굴을 보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합니다.

 

"미루야~~~!!!"

 

미루가 너무 반가워합니다.

우리도 반갑습니다.

 

별로 안 울었답니다.

역시 미루는 굉장합니다.

그 동안 엄마아빠 없이 잘 지내준 게 너무 고맙습니다.

 

헤어지고 1시간만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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