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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T] 영국에서 오렌지는 오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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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오렌지는 오렌지다

[2008-02-28 09:08]

브릿보이의 서바이버 스트리트 회화 시간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왜 갑자기 회화 시간이냐고요? 이게 다 몇몇 애청자. 아니. 애독자분들의 문의 때문이랍니다. 영어 공부도 할 겸 미드를 즐겨보던 차에 요놈의 칼럼 때문에 영드에도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도통 무슨 말들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는 분노와 짜증 섞인 문의였지요. 혹시 쓸거리가 떨어져 이번 주는 쉽게 넘어가보겠다는 심보 아니냐고요? 에이 설마. 그럴 리가. 그럼 오늘의 특별 강사를 맡아주실 브릿라드님 입장입니다.  

브릿보이와 함께하는 영어강좌

 
<스킨스>의 어린 소녀들도 I got a crush on the bloke!

*‘브릿라드’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브릿라드/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브릿라드입니다. :)
*‘분노는 아륀지처럼 파랗다’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아륀지/ 안녕하세요 오늘의 독자 패널 아륀집니다. :D
브릿라드/ 실용주의 시대의 근심을 절실하게 표출하는 아이디군요. 여튼 반갑습니다.
아륀지/ 네. 반갑습니다. 아니 근데 왜 보이가 아니고 라드죠? 라드가 뭔가요?
브릿라드/ 라드(Lad)는 청년이라는 뜻이죠. 미국에서는 Folk나 Chap, 혹은 Guy라는 단어를 자주 쓰죠. 영국인들은 lad라는 표현을 즐겨 씁니다.
아륀지/ Bloke이라는 말도 영드에서는 자주 등장하던걸요. 여주인공들은 꼭 남자들을 bloke이라고 부르던걸요.
브릿라드/ bloke은 격식없는 회화체에서 대단히 자주 쓰이는 단업니다. 뭐랄까요. ‘녀석’ 혹은 ‘짜식’이라는 투죠.
아륀지/ 아하. 그럼, 나 그 녀석에게 반했어,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땐 I got a crush on the bloke! 이라고 하면 되는거죠?  

브릿라드/ 네. 금방 응용하시는군요. 다만 crush on이라는 표현은 미국식이에요. 영국에서는 fancy라는 동사가 가장 널리 쓰입니다. I fancy the bloke!이라고 하면 그 녀석에게 반했다는 의미에요. fancy라는 동사는 일반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말이니 꼭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Do you fancy a cup of tea?(차 한 잔 할래?)라는 문장처럼 영국에서 자주 듣는 말도 드물죠.
아륀지/ 이런. 영국영어와 미국영어는 꽤나 다르군요. 빈번하게 사용되는 숙어도 그렇고, 특정 장소나 물건을 지칭하는 단어도 다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발음도 많이 다르던걸요. 제 영국 친구들은 마돈나도 그냥 마돈나라고 부르더군요. 오렌지도 오렌지라고 부르고.
브릿라드/ 머대너, 아륀지라 부른다고 해서 정확한 발음이라는 법은 없어요. 게다가 그렇게 쌔빠닥을 굴린다고 영어권 사람들이 더 잘 알아들으라는 법도 없고요. 오렌지는 아륀지가 되더라도 언제나 오렌지죠. 여기서 랑그와 빠롤의 개념까지 나아갈 필요는 없으리라 믿습니다.  

대통령 취임식에 마릴린 맨슨이 왔을 때는?

아륀지/ 네 네. 잘 알겠습니다. 오렌지고 아륀지고 간에 이젠 본격적으로 영국 스트리트에서 살아남는 법을 좀 알려주시죠.
브릿라드/ 엥. 무슨....
아륀지/ 비속어! 욕설! 쌍욕!
브릿라드/ _;;; 아. 네....근데 뭐부터 알려드려야할지....
아륀지/ 섹스피스톨즈의 앨범 제목부터요. Never 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 물론 bollocks가 무슨 의민지는 저도 잘 알아요. 남자들 아랫도리에 달려있는 정자 저장고 잖아요. 근데 영드를 보면 남자고 여자고 할것없이 입에 bollocks!를 달고 살더군요. 그거 좀 상스럽지 않나요? 그건 마치 김태희가 <천국의 계단>에서 음모가 실패할 때마다 “씨불X!”이라고 외치는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브릿라드/ 아. 그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사전적으로 bollocks는 testicles라는 의미죠. 하지만 영국에서 이 단어는 미국어의 bullshit과 거의 동일한 어조로 쓰입니다. 이를테면 “개소리 하고 있네”가 미국어로 You’re talking bullshit이라면, 영국어로는 You’re talking bollocks가 되는 거죠. 그리고 그냥 사소한 일로 깜짝 놀라게 될 때도 bollocks!라고 외쳐주면 됩니다. 초큼 부끄러운 표현이긴 하지만 일상적으로 쓰이는 표현이니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아륀지/ 그러니까 이런 건가요. 남대문에 불났대! bollocks! 이명박 취임식에 마릴린 맨슨이 왔대! bollocks!  

브릿라드/ 후자의 경우에는 wicked!라고 하는 편이 더 낫죠.
아륀지/ 그렇죠. 확실히 사악하니까.
브릿라드/ 아. 아니에요. 영국에서 wicked는 사악하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어의 cool!이라는 의미에요. 멋지다. 죽인다. 그런 뜻이죠. 한국 케이블 TV에서 영드나 영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번역할 때 가장 실수를 자주 저지르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한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그 여자 열라 멋져!’라는 의미로 쓰인 ‘She’s wicked!’를 ‘그녀는 사악해’라고 번역해놨더군요. 전후사정만 잘 살펴도 그런 실수는 없었을 것을....
아륀지/ 요즘 영국판 <퀴어애즈포크>를 보고 있는데 fag이라는 비속어가 거의 쓰이지 않는 것도 신기하더군요. queer라는 표현은 오히려 게이들끼리 서로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 같기도 하고.
브릿라드/ queer라는 단어 역시 욕으로 종종 쓰입니다만 이제는 좀 친근한 단어가 되어버렸죠. 대신 bugger라는 말이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단어로 쓰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건 오히려 지나치게 일반적인 욕이 되어버린 감이 있어요. Screw up!의 영국식 표현이 Bugger up!이니까요. buggerall이라는 표현은 종종 “개뿔도 없어”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죠. I really needed some quid and Mom gave me buggerall(돈이 좀 필요했는데 엄마는 개뿔도 안줬어).  

총각김치처럼 착착 감기는 진짜 욕설

아륀지/ 그럼 잘 익은 총각김치처럼 착착 감기는 진짜 욕설 좀 알려주시죠.
브릿라드/ 가장 험한 영국식 욕들은 대게 ‘남성이 손으로 하는 부끄러운 일’과 연관이 있습니다.
아륀지/ 음....확실히 말하기 부끄럽군요.
브릿라드/ 네. 하지만 알아둘 필요는 있겠죠. 여행 갔는데 누가 Wanker라거나 Tosser라고 말하는데 빙그레 웃어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Wank, Toss(남성이 자기만족을 위해 손으로 부끄러운 짓을 하다)라는 동사에서 만들어진 Wanker와 Tosser가 무슨 의민지는 잘 아시겠죠? 미국식으로 하자면, 그냥 motherfucker나 bastard라고 할법한 상황에서 위 단어들을 사용해주시면 됩니다. 물론 비명횡사가 두려우시다면 백업이 든든한 상황에서만 쓰셔야겠죠.
아륀지/ 아하. 그럼 실전 대화를 한번 해보며 오늘 시간을 마무리할까요?
브릿라드/ 오호. 자신이 있으신가 봐요. 그럼 먼저 갑니다. Can you see my new doctor over there? He’s so fit...I really fancy him.
아륀지/ Bugger up. you’re talking bollocks. He’s such a minger.
브릿라드/ Don’t be such a wanker. The bloke is fit as hell. D’you know what I mean?
아륀지/ I think you just fancy his tardis. say it. you want his tardis! You want to ride his smooth and big tardis!

브릿라드/ 아니에요. 전 정말 닥터가 좋다구요. 타디스따윈 없어도 괜찮앗!
아륀지/.............
브릿라드/ 정말이에욧!
아륀지/ 누가 뭐래나요. 저는 그냥 실전대화를 하고 있었을 뿐인데. 게다가 닥터와 타디스 따윈 여기 없잖아요.
브릿라드/ You are just taking the piss on me.....
아륀지/ 네? 네? 뭐라고 하셨죠?
브릿라드/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늘 시간은 이걸로 마치죠. 저는 애오개역에서 타디스와 약속이 있습니다.
아륀지/ 상수역이 아니구요?
브릿라드/ 이사했어요. 상수역에는 천년만년 기다려봐야 타디스 따윈 오지 않아요.(울면서 달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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