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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대안적 미래 모색…울리히 벡 '아름답게 새로운 노동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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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대안적 미래 모색…울리히 벡 '아름답게 새로운 노동세계'
뉴스센터 nuovo@jinbo.net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겪은지 만 2년. 경기가 좋아졌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한국사회는 그 힘겨운 터널을 지났다는 소위 ''통과론''과 아직 그 영향 아래 있다는 ''계속론''이 대립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IMF를 ''통과'' 했다 하더라도, 현재와 미래의 모습이 여전히 고실업.저임금 상태를 의미한다면 이 얼마나 경악할 일인가.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 울리히 벡(55.뮌헨대)이 쓴 ''아름답고 새로운 노동세계'' (홍윤기 옮김.생각의 나무)는 그러한 우울한 전망을 바탕으로 대안적 미래를 모색해 본 책이다.

한마디로 얘기해 이 책의 관심은 "완전고용 사회가 완전히 물 건너간 지금, 민주주의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에 집중돼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기술의 발달과 자본의 세계화에 따라 회사에 소속돼 매일 출.퇴근하는 정규직 노동자의 형태가 떠돌이와 같은 ''노동 유목민''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진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밑바탕이 되는 정규직 노동(중산층)의 몰락이 21세기 사회안전을 해치고 있다는 것.

사실 울리히 벡이 이 책에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벡에게 ''울리히 벡은 이 책에서 자신에게 엄청난 명성을 안겨준 ''위험사회'' (86년)이론을 지구적 현상에 적용시키면서 그것을 한층 거시적이고 정교하게 만들었다.

벡의 ''위험사회''론은 현대화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자리한다.
''취업노동-완전고용-민주주의''가 한데 어울려 고도성장과 부의 축적을 이룩한 것이 ''1차 현대''의 과정이었다면 ''위험사회''는 ''1차 현대''가 만들어낸 부실과 병폐를 뒤치다꺼리해야만 하는 현재의 고된 체제다.
그런 의미에서 벡은 21세기 노동 문제도 현대화의 진행 과정 속에서 지구화. 디지털화. 개인화로 향해간다고 이해한다.
또 이런 세계화가 야기한 국가적 위기를 한 국가 차원에서 대응할 수는 없는 일이며 완전고용 사회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견해인 것이다.

이 주장은 노동조합이나 임금노동자에게는 일견 불손해 보이기 짝이 없지만 벡의 궁극적 주장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다.
즉 완전고용이 불가능해지면서 그 짝패인 민주주의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적 차원의 인식을 촉구하는 것이다.

벡이 해답으로 제시하는 것이 바로 ''시민노동'' 이다.
자본.노동의 계약에 의한 임노동 관계만을 노동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의 민주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모든 활동을 21세기에는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벡은 "시민노동은 취업노동말고도 인간에게 만족감을 줄 뿐만 아니라 일상적 민주주의의 활성화를 통해 개인화. 원자화된 사회에서의 결속도 조성해 주는 대안적 생활방식이다" 라고 말한다.

벡은 시민노동을 이렇게 응용한다.
"신나치주의의 발흥이 큰 문제인 독일사회에서 국가가 홀로 이를 제어할 수 없다면 이들의 발흥을 막는 정치적 활동을 노동으로 인정하자!" 이것은 완전고용을 바랄 수 없는 21세기의 상황에서 노동과 민주주의 둘 다의 위협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라는 것이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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