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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TV `빅브러더'.폐쇄공간 생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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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TV `빅브러더'.폐쇄공간 생존게임
오병일 antiropy@jinbo.net
인권 짓밟는 저질프로 비난
조지 오웰의 무시무시한 미래소설 (1984년)의 빅브러더는 개인
사생활의 자유를 용납치 않는 스탈리니즘의 전체주의 국가였다. 개인
이 빅브러더인 국가의 감시망을 피할 출구는 없는 것이다.
춘삼월의 독일에 '빅브러더'가 부활해 매일 저녁 8시15분부터
45분간 안방을 방문하고 있다. '빅브러더'는 독일 유선 방송인
(RTL2)에서 3월1일부터 방영하고 있는 이색적인 텔레비전 프로
그램이다. 방영 전부터 '대 이벤트', '사상최초' 등의 최상급
수식어로 광고해왔던 '빅브러더'는 실제로 센세이셔널한 면을 여러모
로 안고 있다. 우선 상황 설정이 그렇다. 약 45평 남짓한 컨테
이너에 마련된 인위적인 폐쇄공간에 5쌍의 젊은 남녀(20대)가 1
00일 동안 공동생활하는 것을 28대의 감시카메라와 59대의 소형
마이크로 포착해 방송하는 것이다. 집단 구성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감시카메라에 잡힌다. 카메라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2
4시간 중 1시간에 불과하다. 그 이외에는 계속적으로 감시카메라의
추적을 받으며 외부와의 연락을 두절한 채 견뎌야 한다. 어떤 집단
에서도 그렇듯이 '빅브러더' 하우스에도 규칙은 있다.
2만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빅브러더 감옥에 선발된 10명의 출연
자들은 견디기 힘들 경우 언제나 도중하차할 수 있다. 2주일에 한
번씩 시청자와 출연자들의 투표로 집단 구성원 중 가장 싫고, 부적
당한 사람을 퇴출시킨다. 빅브러더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상업성이
다. 방송사쪽이 높은 시청률과 그에 따른 높은 광고효과 및 광고료
수입을 노리고 있다면, 빅브러더 하우스 '가족 구성원'들이 꿈꾸는
것도 물론 돈이다. 100일 동안을 견디고 생존경쟁의 관문을 통과
한 세사람 가운데 한사람에게 25만마르크라는 상금이 주어진다.
현재 빅브러더는 10대와 40대 시청자들의 인기를 모으며 15.
7%의 양호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물론 현대시민들의 자기노출증
과 생존경쟁의 극치라 할 수 있는 빅브러더는 독일 지식층과 미디어
윤리심의위원회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저질 상품'이라는 비
난을 사고 있다. 방영되기 시작한 3월초부터 미디어윤리심의위원회에
서 방송금지를 검토해왔으나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빅브러더 하우스의 구성원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했고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기 때문에 조금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요제프
안도르퍼 (RTL2) 방송국장의 논리가 현재까지는 통하고 있는 셈
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문제없는 프로그램이 윤리적으로 반드시 타당한가가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 개인 프라이버시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폐쇄된 격리 상황과 타의에 의해 집단구성원들이 축출당하는 살벌한
생존경쟁의 법칙은 '인권을 깔아뭉개는 것'이라는 비난의 표적이 되
고 있다.
사회심리학자 칼 그라머는 "100일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동안 출
연자들에게 심리적인 충격이나 질환이 생길 수 있으며, 예상치 못하
는 집단 싸움이나 폭력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주간 (디차이트)도 "10명의 빅브러더 출연자들은 물질만능주의의
노예이기도 하지만 바로 서민들의 관음적 호기심과 오락.유흥을 위주
로 최고의 상업성을 노리는 유선방송의 희생물"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빅브러더는 민영방송의 윤리 한계선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독일
사회에서 이를 점점 비판의식 없이 수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
다.
그러나 실패로 돌아간 스위스 유선방송 (TV3) 제작 '로빈슨
원정대'는 이런 서바이벌 쇼가 장난이 아니라 출연자들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말레이시아의 섬 텐가에서 50일간
로빈슨 크루소의 극한 상황을 재현하던 출연자들이 불의의 화재사고를
당해 지난주에 철수해야만 했다. 화재로 4만제곱미터의 숲도 불에
탔다.
프랑크푸르트/양한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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