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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란 한 글자 위력

 

 

 

등’이란 한 글자 위력
한나라당 “이사 추천자 조항에 넣어라”
열린우리 “개방형이사제 무력화…안돼”
한겨레 허미경 기자 최현준 기자
▲ 여야가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27일 비정규직 관련 법안 등을 논의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열리지 못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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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사립학교법의 ‘개방형 이사제’ 조항은 ‘학교법인은 이사 정수의 4분의 1 이상은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가 2배수 추천하는 인사 중에서 선임해야 한다’(제14조 3항)고 돼 있다. 이사 정수는 ‘7인 이상’이다.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5일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열린우리당 쪽에 요구하면서 이 조항에 ‘등’을 삽입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한다면 4월 임시국회에 계류중인 다른 법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여당과 “대승적으로 타협하겠다”고 했다. 위 조항 가운데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를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 등’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글자 수는 한 글자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특히 교육현장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등’이란 낱말 하나가 개방형이사제 도입의 근간을 뒤바꾼다는 것이다.

▲ 사학법은 민생법안의 올가미?

새 사학법의 취지는 사학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했고, 친인척의 학교장 취임을 금지해 족벌경영의 폐단을 막고자 했다. ‘등’을 넣는 순간 개방형이사제 도입은 무력해진다는 게 교육·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초·중·고교의 학교운영위와 대학의 평의원회는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결정할 수 있는 법정 기구다. ‘등’을 통해 개방형이사 추천권을 다른 임의기구에 줄 경우, 이른바 재단의 뜻을 대변하는 ‘들러리’ 기구들이 추천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학교 현장은 추천권을 둘러싼 갈등의 장으로 변모한다.

사립학교개혁 국민운동본부(사학개혁국본) 박경양 상임대표는 “법정기구인 평의원회,학운위가 있는데 개방형이사 추천권을 다른 임의기구에 부여한다면 몇명이 모여 임의로 ‘개방형이사 추천’ 기구를 구성한 뒤 이사를 추천하겠다고 줄줄이 나설 경우 막을 길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방형이사 추천 주체를 확대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요구는 학교현장을 추천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몰아넣는 일이자 개방형이사 도입 취지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학개혁국본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의 사학법 재개정 움직임을 정치야합으로 못박았다. 이들은 “지난해의 사학법 개정은 열린우리당의 생색내기용 결과물이 아니라, 사학의 공공성을 바라는 국민적 투쟁의 성과물”이라며 “여야의 사학법 개악 음모에 맞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미경 최현준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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