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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보다 센 김앤장, 왜 간판이 없을까

삼성보다 센 김앤장, 왜 간판이 없을까
[인터뷰] 김앤장 해부서 펴낸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
구영식 (ysku)
 
 

'마지막 성역'으로 불려온 '법률권력' 김앤장 법률사무소(김앤장)를 파헤친 책이 최근 출간됐다.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양심고백으로 삼성권력이 사회문제로 등장한 가운데, 한 정치인과 노동운동가의 집요한 노력으로 '법조계의 삼성'인 김앤장에 대해서도 실체규명이 시작된 것이다.

 

이같은 내용의 책 <법률사무소 김앤장(후마니타스)>의 저자는 임종인 의원(무소속)과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 특히 장화식 위원장에게 김앤장은 각별하다.

 

장 위원장은 외환은행의 자회사인 외환카드에서 15년을 근무하다 지난 2004년 외환카드가 외환은행에 통합되면서 갑자기 직장에서 쫓겨났다. 그의 해고 뒤에는 한국 최고의 '법률기업' 김앤장이 있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해고를 설명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김앤장의 법률자문과 지도에 따라 두 조직이 통합되었고 해고는 그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내게 통보되었다." (9쪽)

 

"비정규직 노조 깨고 1억1000만원... 그저 법률자문만 한다고?"

 

  
임종인 의원과 함께 김앤장 해부서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펴낸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
ⓒ 오마이뉴스 구영식
장화식

책이 출간된 8일 후마니타스 사무실에서 만난 장 위원장은 "김앤장은 내게 싸움의 대상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앤장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외환은행 해고건만 자문한 게 아니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구조조정·인수합병·해외매각 등에 김앤장이 관여하고 있다. 김앤장에 의해 길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모였다. 그것은 김앤장이 관여한 구조조정 건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그는 '김앤장에 의해 길거리로 내몰린 사람들'과 함께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매주 목요일 김앤장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어왔다.

 

그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고려한 법률자문과 인수합병하는 기업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법률자문은 완전히 다르다"며 "김앤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바스프·미래에셋생명·알리안츠생명·도쿄미쓰비시은행·테트라팩 등의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에 김앤장이 관여했다. 또 까르푸를 이랜드에 매각할 때도 법률자문을 했다. 심지어 동우공영이라는 2차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조를 깨는 데 (법률자문을 하고 수임료로) 1억1000만원이나 받았다.

 

2002년 사무금융노련 시절 '외자기업의 노사관계 실태와 문제점'이란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상당수 외자기업의 노사관계는 상당히 격렬하고 잘 안 풀리고 서로 경직돼 있었다. 왜 그럴까? 외자기업이나 외국인기업의 경우 거의 대부분 김앤장에 법률자문을 맡기고 있었다. 노사관계란 싸우면서도 타협해야 하는데 김앤장은 법대로만 코치를 하기 때문에 (김앤장의 법률자문을 받은 기업의) 노사관계는 격렬해지는 것이다. 김앤장은 법률자문만 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자문을 의뢰한) 회사의 행동을 규율한다."

 

입법·사법·행정 권력도 넘보는 김앤장... 왜 간판은 없을까

 

이렇게 김앤장은 분명히 살아있는 권력임에도 잘 보이지 않는다. 김앤장 건물에서 그 흔한 간판 하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처럼 '보이지 않는 권력' 김앤장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실도 없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임종인 의원이나 여러 정치학 박사들과 토론하면서, 김앤장이 보이지 않는 권력이기 때문에 힘이 더 크다는 걸 알게 됐다. 김앤장은 '보는 세력'이다. 예를 들어서 나하고 관련된 사건에서 김앤장은 보기만 하고 나는 김앤장을 볼 수 없다. 그럴 때 (김앤장에) 권력이 생기고 (김앤장과 나 사이에) 힘의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장 위원장은 "김앤장을 '법조계의 삼성'이라고 부르지만 삼성보다 김앤장의 권력이 더 세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김앤장의 권력은 삼성보다 센 것일까?

 

"권력의 핵심인 법을 다루기 때문이다. 김앤장이 공인중개사나 회계사 집단이었다면, 아무리 그렇게 집단을 만들어 로비를 하더라도 권력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또 거대 법률회사인 로펌이 등장하고 그들이 막대한 수임료를 챙기면서 로펌이 자본을 축적하게 된 것이다. 한 마디로 비즈니스를 규율하는 법률이 법률사업이 된 것이다. 이는 8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현상인데, 우리나라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나타났다.

 

삼성은 돈을 매개로 한 권력이지만 김앤장은 법률을 핵심으로 하는 권력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이 최고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자본이 바탕(하부구조)을 형성한다면 법률은 상층(상부구조)을 형성하고 있다. 법률이 더 힘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재벌총수들이 왜 법률가와 혼맥관계를 맺겠나? (절대권력이라는) 삼성도 금산분리 등 법률에 의해 통제받고 있지 않나? 그러니 김앤장이 삼성보다 힘이 셀 수밖에 없다."

 

  
가려진 권력 김앤장을 처음으로 해부한 <법률사무소 김앤장> 표지과 공저자인 임종인 의원(오른쪽),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
ⓒ 오마이뉴스
김앤장

"정부 고위관료, 은퇴하면 김앤장으로... 성공사업은 '신자유주의'"

 

심지어 장 위원장은 "김앤장은 수퍼권력이라고 부를 만 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원래 법률을 해석하는 곳은 사법부이고 법률을 만드는 곳은 입법부다. 그런데 김앤장은 입법부나 사법부의 능력 일부를 가지고 있다. 김앤장의 (법률) 해석이 사법부의 판결이 된다. 형식만 사법부의 판결이지 사실 김앤장의 판결이나 다름없다. 또 김앤장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입법자들을 통해 법률을 바꾸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김앤장의 힘이 커졌다."

 

장 위원장은 "김앤장의 권력은 입법·사법·행정에 다 뻗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부에서 일했던 고위 관료들이 고문·전문위원·실장의 직함을 달고 김앤장에 근무한다는 것은 이제 제법 알려진 사실이다.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긴 관료들의 상당수가 돈을 다루는 부서(재경부·국세청·관세청·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 등)출신이라는 점을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

 

그는 이러한 김앤장의 권력을 '정부관료-투기자본-법률엘리트'의 삼각동맹'으로 설명했다.

 

"김앤장과 투기자본은 거의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김앤장은 법률서비스를 앞세워 투기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관료들은 퇴직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취업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의뢰인을 위해 일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판·검사와 고위공직자 출신의 이들이 공직생활에서 배운 자신의 전문성을 투기자본으로부터의 고액의 수수료와 맞바꾸는 것이다. 투기자본은 공공성에 대한 공격과 노동자에 대한 해고와 구조조정, 비정규직 확산과 저임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니 만큼, 이들이 받는 엄청난 보수는 결국 비정규직과 해고자, 공공성 파괴로 인한 대가인 셈이다." (178쪽)

 

흥미로운 사실은 김앤장의 전성기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들어선 민주파 정부의 집권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는 모순된 현상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에 '신자유주의를 성공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김앤장은 신자유주의를 성공사업으로 만들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민영화·해외매각·인수합병 등의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그 과정에 법률(김앤장)이 개입해서 사업으로 만든 것이다. 거기서 막대한 수임료를 챙기면서 법률가집단이 법률도 다루면서 자본도 집적하게 됐다. 97년엔가 김앤장은 기아그룹 계열사들에 16건의 법률자문을 해주고 28억원을 받았는데 그것이 너무 많다고 해서 변협 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았을 정도다.

 

법률을 다루는 전문가에 대한 국민의 통제 등을 고민했어야 하는데 (민주파 정부에) 그런 고민이 없었다. 그런 법률권력을 통제해서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법 앞에, 권력 앞에 평등할 수 있는지 고민했어야 했다. 그냥 절차적 민주화가 완성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례로 노무현 대통령이 '이제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얘기한 걸 들 수 있다. 법률권력이 (사회적 통제에서 벗어나) 법률가에게 넘어간 것이다."

 

"왜 삼성특검에 김앤장 문제는 빠져 있나?"

 

하지만 김앤장은 이러한 우려와 문제제기에 대해 '토종 로펌론'으로 맞서고 있다. 일종의 '애국주의'에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장 위원장의 격한 비판이 이어졌다.

 

"김앤장이 토종으로서 한 게 뭐가 있나? 외국 로펌들이 들어오니까 방패로서 토종로펌론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는 공포감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앤장이 토종으로 있거나 외국자본이 김앤장을 운영하거나 무슨 차이가 있겠나? 누구를 위해 법률서비스를 하느냐의 문제에 있어 차이가 없다고 본다."

 

이어 장 위원장은 "김앤장은 법률을 가진 자의 이익에만 복무시키고 있다"며 이런 지적을 내놓았다. 

 

"김앤장은 고객을 위해 최대한의 서비스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김앤장의 고객이 누구인가? 다른 데보다 훨씬 높은 수임료를 받는데 그걸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이 누가 되겠나? 김앤장도 선택을 한다. 노동자 편에 서겠나? 안 선다. 이런 문제 때문에 김앤장은 가진 자의 이익을 위해서만 법률서비스를 하게 된다. 결국 법률이 강자의 이익에만 복무하도록 (김앤장이) 작용하는 것이다."

 

  
장화식 위원장은 "김앤장의 권력은 입법, 사법, 행정 등에 뻗어 있다"며 "수퍼권력이라고 부를 만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앤장 인터넷 홈페이지.
ⓒ 김앤장 홈페이지
김앤장

 

그렇다면 '김앤장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먼저 책 속에는 이런 해답이 나와 있다.

 

"최소한 김앤장의 실제 모습과 사회적 역할을 객관화하는 것에서 시작해, 보이지 않는 권력과 잘못된 신화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도록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 가야 할 것이다. 과도할 정도로 특권화되어 있는 법의 영역 역시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리에 맞도록 변화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이 일은 법률전문가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며, 우리 사회 모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260쪽)

 

장 위원장은 "김앤장의 실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드러내면 힘을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앤장의 활동이 드러난 게 없다.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나? 수익을 알 수 있나? 누구를 변호한다는 것만 공개된다. 그것(변론)도 김앤장이 아니라 개인으로 들어간다. 김앤장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김앤장이란 문을 열고 들어가 권력화된 법률집단을 어떻게 시민의 처지에서 통제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은 그 '김앤장 문제'를 생각하는 문이다.

 

사법개혁·민주주의·인권 등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모여 권력이 된 로펌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우리는 독점자본 삼성권력에 대해 많이 얘기하면서도 김앤장에 대해선 거의 얘기를 하지 않는다. 단적인 예가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김앤장이 에버랜드사건(전환사채 헐값 발행사건)의 조작을 주도했다고 폭로했다. 그런데 삼성 특검 대상에는 김앤장이 빠져 있다. 왜 빠져 있는지 모르겠다."

 

인터뷰 도중 출판사 사무실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김앤장에서 책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전화였다. 책을 검토한 뒤 소송이라도 제기하려는 것일까?   

 

"김앤장의 장기니까 고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만 썼는데 고소하겠나? 보이지 않는 권력이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쪽을 복종시키는 것은 (10억원대 소송제기 압박으로 정정보도를 받아낸) <뉴스메이커>건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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