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제목대로

협의이혼(합의이혼) 일때 위자료, 재산분할은 어떻게 하나요?

http://www.happyend.co.kr/sub000/Study.aspx?LeftTabId=12

 

http://kin.naver.com/detail/detail.php?d1id=6&dir_id=60503&eid=1vVEMjX4Ds7vcftZDX1r3jvl+QMABrB7&qb=x/nAxyDAzMilILrQx9IgtOu78yDA57vq&enc=euc-kr&pid=fkzOodoi5UCssb0XdVNsss--088946&sid=SbzdECrEvEkAAGx46go

 

 

협의이혼(합의이혼) 일때 위자료, 재산분할은 어떻게 하나요?

jung25

답변채택률 52.8%

2005.12.22 10:41

질문자인사 감사합니다.

  위자료란?
 
@ 위자료란?


위자료란 이혼을 할 경우에 혼인관계를 파탄상태에 이르게 한 유책배우자로 인하여 입게 된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기 위한 것으로, 말하자면 이혼으로 인하여 심리적으로 받게 된 충격. 번민. 슬픔. 불명예 등 ‘이혼 그 자체로 인한 고통’과 부정행위. 부당대우 등 ‘이혼원인인 개별적 유책행위로 인한 고통’을 위로하려는 것입니다.

우리 민법은 이혼의 경우 당사자의 일방은 과실이 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재산상의 손해 외에 정신상의 고통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43조, 제806조).

 

  위자료의 산정기준
 
@ 위자료의 산정기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이혼 등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입힌 정신적인 고통을 위자하기 위한 금액의 산정은 재산상의 손해와 달라서 반드시 이를 증거에 의하여 입증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법원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직권에 의하여 그 액수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인 즉,

책임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산정함에 있어서도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과 책임, 배우자의 연령과 재산상태 등 변론에 나타나는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결정할 수 밖에 없다"라고 밝히고 있는 바,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혼인파탄의 원인(이혼 사유)

2) 유책정도(잘못을 저지른 배우자로부터 받은 정신적 고통의 정도)

3) 혼인기간 및 혼인생활의 실정

4) 당사자의 학력, 경력. 연령, 직업 등 사회적 신분사항

5) 재산상태 및 생활정도

6) 자녀 및 부양관계

7) 이혼의 가능성


결국 위자료의 산정은 법원이 직권으로 결정할 사항이지만, 실무상으로는 이혼사유. 유책정도, 재산상태 및 생활정도, 동거기간 등이 위자료 산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이란
 
@ 재산분할이란


재산분할청구권이란 이혼한 부부의 일방이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하여 이루어놓은 재산(공유재산)을 나누어갖자고 법원에 청구하는 것(민법 제839조의 2)을 말합니다.

이러한 재산분할 청구권은 협의상 및 재판상 이혼 시(843조), 혼인취소 시{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나(2)4호}에 인정되고 있습니다.


@ 재산분할의 취지


재산분할 청구권은 부부가 이혼하여 생활공동체를 해산하고 재산관계를 청산하는 경우, 이때 혼인 중에 취득한 재산이 일방의 명의로 되어 있는 경우 혼인생활에 협력하여온 타방의 기여도(예를 들면, 처의 가사노동)를 반영하여 공유재산을 실질적으로 청산하려는 것입니다.

또한, 이혼 후에 생활능력 있는 쪽이 없는 쪽을 부양하도록 하는 것이 공평할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 경제적 약자인 일방이 이혼후의 경제생활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강자인 상대방의 학대 등 부당한 대우를 받도록 용인하는 것은 혼인생활의 실질에 반하므로, 이혼 시 부부가 협력하여 이루어놓은 재산을 분할함으로써 양성의 평등을 기하고자 하는 제도입니다.

@ 재산분할과 위자료의 상관성

위자료 액수는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법관이 재량으로 결정하나, 1991.1.1 재산분할청구권이 도입된 이래 종래의 재산 분할 적 요소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적 요소만 고려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부부공동재산이란?
 
@ 부부 공동재산이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은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하여 이루어 놓은 공유재산’을 말합니다.

따라서, 1. 혼인 전부터 부부 중 일방이 가지고 있던 재산, 2. 혼인 중에 일방이 상속, 증여 등에 의하여 취득한 재산, 그리고 일방이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장신구. 의류 등(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부부가 합의하여 공유로 한 재산, 부부 공동명의로 취득한 재산, 혼인 중에 공동생활을 위하여 취득한 가재도구 내지 재산은 분할의 대상이 됩니다.

또한, 소유의 명의는 일방에게 있지만 실질적으로 혼인 중에 부부가 협력하여 취득한 재산, 예금, 주식, 부동산 등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됩니다. 다만, 부부일방의 명의로 된 재산은 명의자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되므로 분할을 청구하는 사람이 실질적으로 부부의 공유재산임을 주장하고 입증하여야 합니다.

또한, 부부의 일방의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의 대산이 되지 않으나, 공유재산은 없고 오로지 이러한 특유재산만 있는 경우, 그 타방이 위 특유재산을 유지. 증가 등에 일정한 기여를 하였다고 보는 경우에는 공평의 관점에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됩니다. 물론 위와 같은 기여도를 얼마로 평가하느냐는 법원이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재량적으로 판단합니다.


참조1) 퇴직금은 일방이 이미 받았거나 가까운 장래에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부부의 협력에 의한 재산으로 보아 청산의 대상이 됩니다.


참조2) 공동재산은 없으나 상대방이 혼인 중에 장래의 고액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의사, 변호사 등의 자격을 취득한 경우에는 장래의 재산취득예상액도 청산의 대상이 됩니다.


참조3) 당사자 일방이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는 그것이 일상가사대리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한 채무를 분할하지는 않으나, 주택융자금이나 혼인생활비 등 과 같이 부부생활에 소요된 비용은 개인채무라도 분할의 대상이 됩니다.

 

  재산분할의 기준
 
@ 재산분할의 내용


이혼과 함께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당사자들의 대부분은 이혼보다 얼마 정도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재산분할의 비율은 결혼 생활 동안 재산형성에 있어서 부부의 기여도를 기준으로 하게 되는데, 이러한 기여도도 수량화한다는 것이 어려우나, 실무상으로는 혼인기간, 혼인 중 생활정도, 유책성, 현재의 재산정도(자산, 수입, 직업), 장래 전망(연령, 취업가능성, 건강상태, 재혼가능성, 자활 능력 등), 요 부양자 유무 등을 고려하게 됩니다.

재산분할은 재판상이혼이 되는 경우에 주로 문제되는데,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르고 난 후 현실적으로 재산분할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바, 재산증감, 물가변동등으로 아니하여 언제의 재산을 기준으로 분할할 것인가에 대하여, 대법원 재판상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에 있어 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그 액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하여 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0.5.2. 선고, 2000스13 판결 등 참조)

출처 : 해피엔드 이혼상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야간집회=폭력화” “평화적 촛불집회 많아”

야간집회=폭력화” “평화적 촛불집회 많아”

한겨레 | 입력 2009.03.12 20:00 | 수정 2009.03.12 23:10

 

 




[한겨레] 헌재 '야간 옥외집회 금지' 공개변론…'합헌' '위헌' 대립 팽팽

"야간 옥외집회이기 때문에 폭력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야간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단속을 하다보니 폭력 문제가 발생한 것인가?"(송두환 재판관) "촛불집회는 초기에는 평화적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폭력적으로 된 것을 보면 단속 때문에 폭력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이귀남 법무부 차관)

12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날 변론은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의 재판 개입 파문의 중심 사건 격인 안진걸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팀장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위헌제청에 따른 것이다. 특히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이귀남 차관이 변론에 나섰다.

송 재판관의 질문에 앞서 이 차관은 "촛불집회가 규모가 커지고 장기화되면서 과격화·폭력화된 사실, 야간이 되자 익명성에 기대 전경버스를 전복하고 청와대 진격까지 시도했던 사실 등을 보면 우리나라의 야간 옥외집회의 위험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쉽게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송 재판관은 "(폭력 발생의) 원인과 결과가 악순환된 점은 없는지"를 확인하려 했지만, 이 차관은 '폭력적이어서 폭력적이었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이 차관은 또 "강력한 표현수단인 인터넷"의 등장으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미네르바 사건을 언급했지만, '미네르바' 박아무개씨가 구속된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위헌제청 신청인 쪽 대리인인 김남근 변호사는 "정부는 평화로운 촛불집회조차도 야간에 이뤄졌다는 이유로 처벌했다"며 "일몰 이후에 집회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주간에 생업과 학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박주민 변호사도 "전체 집회 가운데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것은 0.5%에 불과하다. 폭력이 발생하는 경우도 법무부 의견서에도 나오듯이 경찰이 과도한 병력을 투입해 해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는 야간 집회의 폭력 사례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2002~2008년 야간 옥외집회 40건이 허용된 점을 들어, 야간 옥외집회가 원천적으로 금지됐다는 청구인 쪽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헌재 관계자는 "법무부 등이 제출한 자료에서도 주간과 야간의 폭력 발생에 의미 있는 차이가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대 재판관은 집회의 사전 허가를 금지한 헌법 21조2항이 '87년 체제'의 산물임을 거론하며 이 조항이 신설된 취지를 법무부 쪽에 물었다. 이에 김희준 법무부 공판송무과장은 "집회의 자유를 다른 기본권보다 좀더 강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법무부 차관이 변론에 참여한 것을 두고 법무부가 '정치적' 사건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평소 법무부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등 중요한 민생법안의 위헌 여부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 한겨레 > [ 한겨레신문 구독 | 한겨레21 구독 ]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야간집회 허용되면 큰 혼란" - "과잉규제로 전과자 양산"

오마이뉴스 | 입력 2009.03.12 21:34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현행 법의 위헌 여부를 둘러싼 법무부와 참여연대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12일 헌법재판소에서 펼쳐졌다.

논란이 되는 법 조항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10조. 집시법은 "누구든 해 뜨기 전이나 해진 후에는 옥외집회를 해서는 안 된다. 다만, 부득이한 상황에서 미리 신고하면 관할 경찰서장이 질서유지 조건을 붙여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21조2항과 모순된다는 것이 위헌신청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집시법 10조에 대한 헌법소원은 작년 10월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가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제청함으로써 이뤄졌다. 헌재는 94년 4월 동일한 안건에 대해 8대 1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정부 측 대리인으로 이귀남 법무부 차관이 참석해 정부 논리를 설파했다. 헌재의 공개변론에 정부의 실·국장급 실무자가 아니라 차관이 직접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풀이된다.

이 차관은 "우리나라의 집회문화는 선진국보다 더 격렬하고 폭력적인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야간집회의 정도는 더 심하다"며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 2~3시에 구호를 외치며 심야의 평화를 깨뜨리는 소란스러운 집회 상황을 생각해보면, 왜 규제가 필요한 지 쉽게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차관은 "특히 지난 주말에 열린 용산참사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관 16명을 폭행하고 무전기 6대를 빼앗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 시간이 오후 9∼11시였다"며 "이는 집회 참가자들이 야간이 되면 어떻게 변모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차관은 "미네르바 사태에서 보듯 인터넷의 등장으로 사회적 소수자들도 강력한 표현수단을 새로이 획득했으므로 집회의 자유에 여타 기본권보다 우월적 지위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데, 야간 집회·시위를 허용하면 우리나라는 과격폭력시위로 큰 소란에 빠지고 막대한 사회 비용을 치를 것이다. 헌정 질서는 작은 혼란에도 쉽게 동요되어 붕괴되기 쉽지만, 이를 다시 세우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재판관들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

경찰청장을 대리한 서규영 변호사도 "지난 촛불집회는 당초 기대와 달리 폭력·불법 집회로 변질됨으로써 헌법상 집회·시위의 자유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이는 역설적으로 야간 옥외집회 규제가 필요한 대표사례가 되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에 따르면, 2002~2008년까지 야간집회 신고 건수는 52건으로 이 중에서 허용된 게 40건(약 77%). 집회주관단체의 폭력시위 전력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현행법에서도 야간집회를 융통성 있게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위헌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서 변호사는 "심각한 국론분열과 장기간의 대립·반목, 소모적 논쟁을 야기한 촛불집회로 인해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며 집시법 '합헌' 결정을 강력히 주문했다.

반면, 안 국장의 형사재판 변호인을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는 "일몰 기준으로 야간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현행 집시법은 평일 퇴근시간 이후가 아니면 집회에 참여할 수 없는 시민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처럼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독일과 프랑스도 각각 '주거지역'과 '주요 간선도로' 등으로 특정장소에서의 집회를 제한하고 있을 뿐이지, 야간 옥외집회를 전면금지하는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한다.

"야간집회라고 해도 작년 5월 말 이전의 집회는 평화롭게 치러졌고, 일부 시민들의 폭력에도 대다수 시민들은 이를 말리며 비폭력 기조를 견지했다. 그런데 야간 집회에 단순히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50만원의 벌금형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잉 규제로 인해 전과자가 대량 양산되고 이것이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낳는 셈이다."

박주민 변호사(박주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도 "야간집회를 허용하면 폭력충돌이 늘어난다는 법무부의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며 "야간집회 금지를 뒷받침하는 법무부 의견서에조차 '시위대 해산을 위해 대규모 경찰병력을 투입했을 때 오히려 물리적 충돌이 늘어나고 있다'고 되어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법무부·검찰·경찰 모두 우리나라 집회문화의 폭력성을 강조하는데, 집회·시위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독일에서 97~99년 전체 집회 중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는 비율은 2.7%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0.6%에 불과하다"는 말도 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연세대 김종철 교수(위헌)와 부산대 김승대 교수(합헌)의 입장도 팽팽했다.

김종철 교수는 "과거 헌법에서 '집회의 자유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가 1987년 민주화 이후 헌법을 개정하면서 이를 삭제한 것은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법률로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사 출신의 김승대 교수는 "정치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현재에 이르러 타인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무제약적인 집회와 시위는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된다"며 "야간집회를 금지하면서도 부득이한 경우 야간집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행 허가제를 위헌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헌법재판관들의 질문은 주로 폭력과 야간집회의 상관성에 집중됐다.
송두환 재판관은 "법무부는 '야간집회일수록 폭력성이 더 하다'고 주장했는데, 법무부의 1993~2004년 통계자료를 보니 폭력집회의 주간 대 야간 발생비율이 68.9% 대 31.1%로 나왔다"며 "야간이라 폭력 집회가 많은 것인지, 야간 집회에 대한 경찰 단속에 따라 폭력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인과관계가 불명확 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김희준 송무국장은 이에 대해 "(주간보다) 야간의 폭력 건수가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심각한 폭력 행사는 야간에 늘어나는 추세"라고 답했다.

이동흡 재판관이 "야간에 심리적으로 난폭해지고 범법행위 채증도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고 견해를 묻자 청구인측 김남근 변호사는 "시위대가 과격해지는 것은 시간대보다는 집회내용으로 더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이귀남 법무차관 "집회 자유는 제한 가능"

연합뉴스 | 입력 2009.03.12 15:19 | 수정 2009.03.12 15:38 | 누가 봤을까? 30대 남성, 광주

 

 




헌재 `야간 옥외집회 금지' 憲訴 공개변론
김남근 변호사 "야간 집회 금지는 기본권 침해"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이귀남 법무부 차관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공개변론에 출석해 "집회의 자유는 절대적 기본권이 아닌 상대적 기본권으로 법률상 제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12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어 찬반 의견을 들었다.

이 차관은 "야간 옥외집회는 폭력 집회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고 시민들의 수면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야간 옥외집회의 경우에도 추가적 허용 규정을 두고 집회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제한에 예외를 두고 집회의 자유를 넓게 인정해주는 단서 규정을 사전허가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집시법 10조는 `누구든 해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 집회를 해서는 안되지만 부득이한 상황에서 미리 신고하면 관할 경찰서장이 질서유지 조건을 붙여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21조에 따르면 집회ㆍ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규정해 사전허가 금지 원칙을 취하고 있다.

쟁점은 야간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부득이한 상황에 한해 허가하는 관련 법률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경찰청장 대리인인 서규영 변호사도 "야간 옥외집회는 주간 집회보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침해할 개연성이 높다. 평화적ㆍ합법적 시위문화가 정착됐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야간 옥외집회 금지는 공익 달성을 위한 정당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남근 변호사는 "위험성이 현존하지 않는데도 폭력 시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게다가 대부분의 시민은 퇴근 시간대에 집회에 참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몰 기준으로 저녁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또 "외국의 경우 주거지역이나 도로 등 특정 지역에서의 집회를 금지하는 경우는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옥외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경우는 없어 이 또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설명했다.

박주민 변호사도 "법무부는 야간 집회가 허용되면 사회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전체 집회 가운데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경우는 0.5%에 불과하다"며 "야간집회가 허용되면 폭력집회가 난무한다는 것은 억측"이라고 밝혔다.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의혹을 촉발한 이번 사건은 지난해 10월13일 박재영 전 판사가 해당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일부 촛불재판 판사들이 헌재의 판단을 기다려보자며 재판을 중단하자 신 대법관은 조속한 재판을 촉구하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고 이로 인해 신 대법관이 재판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헌재는 1994년 4월 해당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고 박 전 판사는 올해 2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냈다.

jesus7864@yna.co.kr
(끝)
< WBC의 생생 현장! 3210 + 무선인터넷키 >
< 긴급속보 SMS 신청 >
< 포토 매거진 >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세계 만방에 'B급 국가' 선포하려나&quot;

 

 

세계 만방에 'B급 국가' 선포하려나"

[기고] 무식한 '인권위 축소', 당장 중단하라

기사입력 2009-03-05 오전 10:18:31

  • 크게보기
  • 작게보기
  • 기사스크랩
  • 바로가기 복사
  • 프린트
정권차원에서 추진된 특정정책에 대해 이렇듯 한목소리로 반대론만 쏟아진 경우가 과거에도 있었나 싶다. 행정안전부, 아니 청와대가 추진 중인 국가인권위원회 축소방침은 적어도 공론의 장에선 찬성론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반면 반대하는 소리는 크고 절박하다. 국제사회, 야당, 시민사회, 인권단체, 법학교수, 전임 인권위원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일제히 '아니오'를 합창하며 '인권위 구하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누구보다 인권단체들이 치열하게 투쟁 중이다. 그중 제일 속이 타는 건 장애단체들이다. 인권위 인력을 축소하면 천신만고 끝에 제정한 장애차별금지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권위 지역사무소 폐쇄방침을 접한 부산, 광주, 대구의 시민사회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개소식에 참석한지 2~3년도 안 됐는데 폐소식을 하라니.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게 뭐냐"는 볼멘소리가 절로 나온다. 당연히 강도 높은 상경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평소 인권위와 적당히 거리를 두며, 이른바 협력 속의 긴장 관계를 유지해 온 인권단체들이 '인권위 지킴이'를 자임하며 똘똘 뭉친 셈이다.

국제사회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움직인다. 지난 2월 25일 유엔인권최고대표(인권고등판무관)은 직접 외교통상부장관과 행전안전부장관에게 편지를 보내서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공개되지 않아서 내용은 잘 알 수 없지만, 인권위에 거는 국제적 기대와 인권위가 획득한 국제적 위상을 거론하며 인권위 축소강행은 인권위와 정부의 국제적 평판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담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 인권위를 모범기구로 칭송하며 벤치마킹을 주문해온 아시아 각국의 주요 인권단체와 아시아 중심의 국제인권단체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조만간 국가인권기구국제조정위원회(International Coordinating Committee)에 한국 인권위 사태를 조사할 다국적 진상조사단 파견 및 한국정부의 독립성 침해시도에 대한 특별심사절차 회부를 공식 요청할 태세다. 이렇게 되면 한국정부는 향후 국제 인권사회에서 독립성 침해사례의 악명 높은 주인공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인권단체는 지난 2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행정안전부의 국가인권위원회 축소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인권위 축소론은 건전한 법리와 상식에 반한다

법학계가 집단적으로 1개 국가기관의 축소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힌 점도 몹시 이례적이다. 유엔인권최고대표의 항의서한이 전달된 날은 무려 252명의 법학교수들이 인권위 축소 반대 성명서를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인권법 전임교수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은 한국법학풍토에서 지금까지 가장 많은 법학교수들이 참여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인권위 축소론은 건전한 법리와 상식에 반한다.

법학교수들은 특히, 인권위법 제18조에서 '조직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한 것은 인권위 자체의 법규 제정권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일 뿐, 대통령이나 정부가 제멋대로 인권위 조직과 인원을 감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권위 직제를 대통령령으로 규정해놓은 취지는 인권위가 헌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일 뿐, 인권위의 직제와 인력을 대통령이 마음대로 손대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인권위의 독립성은 조금도 기대할 수 없다. 정부한테 밉보이는 순간 인권위의 인력과 예산이 바로 반토막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어서 지난 3월 2일에는 16명의 전직 국가인권위원들이 긴급호소문을 발표했다. "선진화를 추구하는 현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선진화의 핵심목표 중 하나가 인권보장에 있느니만큼 인권위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절절한 호소를 담았다. 이들은 내년도 국가인권기구국제조정위원회 의장국으로 추대될 한국 인권위의 국제적 위상을 정부가 앞장서서 깎아내리는 일을 해서야 되겠느냐는 은근한 질책도 곁들였다.

싸움의 승부는 이미 나있다

국내외 다양한 구성원들이 이렇듯 인권위 축소방침에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걸 보면 인권위가 지난 7년간 국내외에서 상당히 괜찮은 평가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한국 인권위는 초기부터 국제인권공동체에서 독립성과 진정성을 인정받아서 국제인권 외교무대에서도 한몫을 단단히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권위는 벌써 아시아태평양 국가인권기구포럼(APF)의 의장국을 역임한데 이어 현재 국가인권기구국제조정위원회(ICC)의 부의장국이자 국제조정위원회 승인심사소위의 아태지역 대표위원국으로 활동 중이며, 내년에는 기구축소와 같은 특별한 사정만 없으면 ICC 의장국으로 피선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안부, 아니 청와대는 3월 중 국무회의에서 인권위직제 개정안을 통과시켜 인권위 축소방침을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한다. 특히 이달곤 행안부 장관이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강행의지를 밝힌 점이 매우 우려된다. 어물쩡 넘어가도 그만인 청문회에서 이렇게 답변한 이상 청와대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월 중 이명박 정권과 국내외 인권공동체가 인권위 축소여부를 둘러싸고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싸움의 승부는 이미 나있다. 정부 방침에 찬성의견을 밝히는 사람은 국내외를 통틀어 단 한 사람도 없는 반면 국내외에서 반대의견이 쏟아지고 있다면 승부는 보나마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혼자서 법령상의 형식적 권한을 알량한 핑계 삼아 축소방침을 강행한다면 이보다 더 반지성적이고 반인권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이명박 정권이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도대체 민생경제가 도탄에 빠진 상황에서 할 일 많은 정부가 이렇게 승산 없고 실익 없는 싸움에 매달려도 되는지, 한숨만 나온다.

아무리 미워도 이러진 않았다

왜 국내외가 다 자랑스러워하는 인권위를 유독 이명박 정권은 미워하는가. 아마도 가까이는 촛불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을 인정해 정권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고 멀게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소극성, 공권력 행사에 대한 엄격성 등 인권위의 접근방식이 체질적으로 거슬리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인권위가 정부의 입지를 난처하게 만든 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더 심했다. 대표적인 예로, 인권위는 김대중 정부 시절 테러방지법 제정을 무산시키고 교육정보시스템(NEIS) 도입에 반대했으며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비정규직법안에서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주고 여의도 농민집회 사망사고와 관련해 경찰청장의 징계를 권고했다. 당시의 정권도 이명박 정권 못지않게 인권위에 미움과 분노를 보였지만 인력감축을 겁주진 않았다. 인권위가 독립성을 지키는 이상 인권위는 어느 정권에게나 눈엣가시같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설령 인권위의 업무수행방식에 대한 현 정부의 불만과 부담에도 일리가 있다 치자. 그렇다고 해서 대규모 인력감축을 단행해 팔다리를 자르는 보복성 방식으로 불만을 해소하여야 하는가. 이것이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정권의 보호와 증진을 위한 것인가. 도대체 이런 방침을 세우면서 인권의 실질적 주체인 약자와 소수자의 처지를 한순간이라도 헤아려본 적이 있는가. 이래서는 안 된다. 시간이 흐르면 위원장과 인권위원의 임기가 종료돼 자연스레 인권위를 재구성할 것 아닌가. 인권위의 인력을 대폭 줄여서 무력화하면 이명박 정권이 임명할 인권위원장은 어떻게 일하라는 말인가. 어떻게 이토록 단견일 수 있으며 이토록 자가당착일 수 있는가. 이건 누가 봐도 벼룩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향후 경제공황상태에서 쏟아질 실업자, 사회경제적 약자의 열악한 지위를 생각하면 정부는 이 '연약한 지체들'의 인권을 지켜줄 책무를 갖는 인권위에 인력감축이 아니라 더 정력적으로 일해줄 것을 주문하며 필요하면 인력증원도 마다않겠노라고 약속해야 옳다. 구구하게 말할 것 없다. 법학교수들이 성명서에서 날카롭게 지적한대로, 다른 국가기관의 인력은 2%도 감축하지 않으면서 유독 인권위만 30% 감축하라는 건 촛불시위 '과잉진압' 결정에 대한 보복성 표적감축이 아닐 수 없다.

▲ "다른 국가기관의 인력은 2%도 감축하지 않으면서 유독 인권위만 30% 감축하라는 건 촛불시위 '과잉진압' 결정에 대한 보복성 표적감축이 아닐 수 없다." 국회에 출석한 이달곤 행안부 장관. ⓒ뉴시스

1년 새 유엔에서 항의서한 두 번 받는 '불명예 기록'

이명박 정권은 인수위 시절의 인권위 장악시도와 최근의 인권위 무력화 시도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한껏 망신살이 뻗쳤다. 이렇게 가면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인권공동체에서 기피인물로 낙인찍히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이미 당시 루이스 아버 유엔인권최고대표의 항의서한을 받은 바 있다. 인수위가 인권위의 위상을 대통령 직속으로 변경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이 대통령은 필레이 유엔인권최고대표로부터 다시 한 번 인권위의 인력감축에 항의하는 공식서한을 받음으로써 불과 1년 동안 유엔인권최고대표에게 두 번이나 항의서한을 받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국가인권기구는 좀 별난 구석이 많은 이색적인 국가기관이다. 무엇보다도 헌법기관이 아니면서도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기관이라는 점이 그렇다. 인권위의 독립적 위상은 인권단체들이 입법과정에서 무려 3년 넘게 법무부와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 획득한 국민들의 귀중한 공유재산이다. 덕분에 현재 대통령, 총리, 장관은 인권위에 대해 어떤 지시나 명령도 할 수 없다. 반면 인권위는 대통령, 총리, 장관에게 인권관련 법제와 정책의 개선을 권고하는 것은 물론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는 장관, 청장, 기타 공무원에 대한 해임 기타 징계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인권위의 활동을 지켜보는 국제기관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다. 인권위는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유엔원칙, 일명 파리원칙(Paris Principles)에 대한 부합여부를 정기적으로 심사받는다. 전세계의 모든 국가인권기구들은 파리원칙이 요구하는 독립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매5년마다 심사받는다. 파리원칙의 이행수준에 따라 등급을 부여받고 그에 따라 발언권과 의결권이 달라진다. A등급 인권기구만이 유엔인권이사회 발언권과 국제조정위원회 의결권을 갖는다. 매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1~2개 국가인권기구는 A급에서 B급으로 하향 조정되는 수모를 겪는다. 독립성이나 실효성을 침해한 자국정부의 형편없는 조치들 때문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시아 인권단체들은 곧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에 한국인권위에 대한 특별심사 회부를 요청할 것이다. 만약 국제조정위원회가 특별심사 회부결정을 내리면 한국인권위의 A등급 지위는 조만간 B등급으로 격하될 것이 틀림없다. 인권의 관점에서 B급 정부를 만난 탓에 A급 인권위가 B급 인권위로 강등되게 생긴 셈인다. 해서 이명박 정부에 묻는다. 이러한 상황을 뻔히 알고도 축소고집을 부릴 것인가. 하루속히 축소방침 철회 방침을 세워서 국제사회에 알려야 한다. 그래야 위와 같은 수치스런 시나리오가 작동하지 않는다.

인권위에 대한 무지는 더 이상 변명이 되지 못한다

한국인권위는 현재 국제조정위원회의 부의장국이자 국제조정위원회 등급심사소위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국이다. 등급심사소위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미주에서 각1개국씩 모두 4개 인권기구대표로 구성된다. 최근에 특별심사절차에 회부된 경우는 네팔, 스리랑카, 나이지리아, 말레이시아 등인데 모두 정부의 독립성 침해조치 때문이었다. 예컨대, 나이지리아에선 정부가 정당한 이유 없이 사무총장을 경질한 것이 문제됐다. 스리랑카의 경우 대통령의 무리한 인권위원 임명이 화근이었다. 네팔에서는 친위쿠데타 직후 국왕이 인권위원 모두를 친쿠데타 왕당파로 교체한 데 대해 국제사회가 딴지를 걸었다.

한국 인권위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독립성과 실효성이 훨씬 뛰어나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시아의 모범적 인권기구가 인력과 업무를 1/3이나 줄여야 하는 새로운 사태 앞에서 아시아의 주요 인권단체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한국 인권위가 있어서 모범과 위안을 삼을 수 있었는데 이제 이것마저 형편없이 쪼그라들면 아시아의 국가인권기구 중에 반듯한 것은 아무 것도 없지 않느냐는 한탄이다. 그래서 국가인권기구 감시를 위한 아시아 인권단체네트워크(ANNI, Asian Network on NHRIs)는 지금 초비상이다. 한국 인권위를 살리는 일은 이처럼 비단 한국의 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아시아의 일이자 세계의 일로 인식되고 있다.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 정동기 민정수석, 이달곤 행안부장관은 자신들의 보수적인 성향과 어긋나는 인권위의 결정 몇 개를 기억하고 있을 뿐 인권위가 과연 무엇을 하는 기관이며 어떤 점에서 위상과 역할이 독특한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정책에 대해 국제사회와 시민사회가 일제히 심각한 이의를 제기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인권위에 대한 무지는 더 이상 변명이 되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는 인권위 축소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사법 스캔들' 주인공은 바로 이용훈 대법원장&quot;

 

 

'사법 스캔들' 주인공은 바로 이용훈 대법원장"

[기고]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고함

기사입력 2009-03-11 오전 9:55:04

  • 크게보기
  • 작게보기
  • 기사스크랩
  • 바로가기 복사
  • 프린트
Google 광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고심 끝에 내놓은 뉴딜(New Deal)법안들이 번번이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특히 1935년의 경제재건법 위헌 판결에 평소 자신을 지지한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마저 가담한 사실을 알고는 충격과 울화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종신직인 연방법관직의 속성상 연방법원의 노령화가 필연적이라는 사실에서 연방법원, 특히 대법원의 보수화 근거를 찾아냈다. 1936년 말의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로 재선된 루스벨트 대통령은 70세가 넘는 고령법관의 수만큼 연방법관 정원을 늘리는 법원재편법안(court packing bill)을 1937년 2월 5일 의회에 제출한다.

법원재편법안이 통과되면 루스벨트는 무려 6인의 대법관과 44명의 연방판사를 자신의 입맛에 따라 신규 임명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연방대법원이 루스벨트의 개혁 법안을 무효화할 가능성도 사라질 것이었다. 하지만 이 야심찬 법안은 루스벨트에게 불명예와 상처만 남기고 곧바로 폐기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여론 주도층 사이에서 반대와 조롱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민주당 성향의 진보적 대법관들도 공개적으로 비판할 정도였다. 루스벨트의 법원재편법안은 지금도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침해 시도의 하나로 회자된다. 루스벨트의 명예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남은 셈이다.

계엄 아래서도 '코드 배당', '코드 배제'는 절대금기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입법과 행정 조치는 심지어 비상계엄 상황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비상 사태라고 해도 계엄정부가 제멋대로 법원 조직을 뒤흔들고 재판부를 재구성하는 따위의 일은 금지된다는 것이 확립된 비상 사태 통제법리의 일부다. 그나마 이와 같은 법적 제약마저 없으면 모든 쿠데타 정부는 평소 미운털이 박힌 법관들을 마구잡이로 해임하거나 주요 재판에서 배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특정 판사에 대한 '코드 배당'과 특정 판사에 대한 '코드 배제'는 이처럼 계엄통치 아래서도 금지되는 사법 세계의 절대금기다.

사실 분쟁 당사자 간에 사생결단으로 싸우다가도 법관의 판결이 나는 순간 그것을 고분고분 따르는 걸 당연시하는 재판 제도의 위대한 마술은 법관과 재판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한시도 유지될 수 없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일반 국민들이 법관의 판결만은 신주단지 모시듯 일단 받아들이는 이유도 법관이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서 재판할 것이라는 헌법상의 보증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특정 법관에게 특정 사건을 특별히 배당하는 '코드 배당'과 특정사건에서 특정 법관을 특별히 배제하는 '코드 배제'는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공적 신뢰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 신뢰를 좀먹는 최악의 사법 파괴 행위이자 국기 문란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난해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삼성 재판과 촛불 재판에서 대법원과 중앙지법이 이러한 절대금기를 정면으로 위배한 사실이 지난 2월 말부터 언론의 집중 취재를 통해 드러남으로써 전례 없는 사법 파동으로 발전할 조짐을 보이는 것이 현 상황이다. 이미 법원행정처 진상 조사단이 이용훈 대법원장과 신영철 대법관을 위시하여 관련 판사들에 대한 진상조사에 돌입했을 뿐 아니라 법원 내부에서도 신대법관의 용퇴촉구 등 자성과 자정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 탓에 모두들 현 사태가 과연 제5차 사법 파동으로 비화할 것인지를 예의주시 중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봄·여름의 촛불 시위 관련 사건을 처음에는 특정 성향의 판사에게 몰아주었으나 소장 판사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자 서둘러 전자배당 방식으로 바꿨다. 그 후 박재영 판사의 야간 집회 금지 위헌심판 제청으로 촛불 사건 담당 판사들이 동요하자 당시 법원장이 여러 차례 이메일을 보내 위헌심판 결과를 기다릴 것 없이 야간 집회 금지 법규에 따라 촛불 재판을 계속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 '촛불 재판 개입 스캔들'의 요체다.

▲ "지난해부터 이어진 촛불 집회 관련 재판은 촛불 정국에 미치는 정치적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정치권은 물론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렸다. 대법원의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 사태가 과연 제5차 사법 파동으로 비화할 것인지를 예의주시 중이다." ⓒ뉴시스

야간 집회 금지 위헌심판 제청이 낳은 파장

지난해 8월부터 촛불 집회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검찰과 경찰은 본격적인 처벌 국면에 돌입한다. 촛불 시위 참가자에 대한 법원의 구속여부와 처벌강도는 따라서 촛불 집회의 정당성 및 지속가능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범죄 혐의와 적용 형량만 놓고 보면 단독판사가 처리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사건들이지만 촛불 정국에 미치는 정치적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정치권은 물론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렸던 것이다.

중앙지법도 처음에는 촛불 집회 관련 사건들을 임의배당이 가능한 중요 사건으로 인식해서 보수 성향의 특정 판사에게 몰아줬다. 하지만 다른 단독판사들이 집단 반발하자 곧바로 전자배당 방식으로 바꾼다. 중대 사건에 대한 법원장의 임의배당 권한이 현행법상 인정되는 이상 여기까지는 크게 문제 삼기 어렵다. 단독판사들의 집단적 항의를 받고 지체 없이 기계적 배당 방식으로 바꿨으니 더욱 그렇다.

진짜 문제는 중앙지법의 한 판사가 작년 10월 9일 야간 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하면서부터 발생한다. 박재영 판사의 위헌심판 제청은 중앙지법은 물론 전국 법원에서 진행되는 촛불 형사 재판 모두를 중단시킬 수 있는 메가톤급 위력을 가진 것이었다. 형사법규에 대한 위헌심판 제청이 있으면 문제 조항의 적용 여부가 걸려있는 동종 사건들의 재판부들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판결 때까지 사안 심리를 중단하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물론 동종 사건에 대한 심리 계속이나 문제 조항에 따른 판결 선고를 금하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이 경우 헌재의 위헌 판결로 문제 조항이 무효가 되면 재심 청구 등으로 사태가 복잡하게 꼬인다. 따라서 어지간히 배포가 좋은 판사들이 아니면 일단 재판 진행을 중단하고 헌재 결정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특히 문제 조항에 위헌적 요소가 강하다고 판단하는 판사들은 그 때문에 구속된 피고인을 과감하게 보석으로 풀어주기도 한다.

그런데 일반적 관행에 따라 대부분의 판사들이 촛불 재판의 진행을 중단하게 되면 촛불 집회 시위자에 대한 형사 처벌이 헌재 결정 시점까지 불가능해진다. 더불어 '촛불' 형사 처벌을 통한 위하(威嚇) 및 예방 효과도 사라질 판이었다. 믈론 이러한 상황 전개는 당시 촛불 국면의 조기 진화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올인하던 1년차 이명박 정권의 심기를 크게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대외비도 모자라 '대내비' 강조한 법원장의 이메일

당시 중앙지법원장의 이메일 내용은 이런 특수 상황을 배경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법원장의 거듭된 메시지는 위헌심판 제청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중단하지 말고 현행법(야간 집회 금지조항)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라는 것. 법원장의 이런 이메일 지침은 조금만 뜯어보면 내용과 형식에서 모두 문제투성이다.

내용적으로는 판사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할 위헌심판 제청에 따른 재판 중단 여부에 대해 간섭한 것이다. 더욱이 법원장은 대법원장도 같은 의견임을 강조했다. 마지막 이메일에서는 2월의 정기 인사 이동을 상기시키면서 그 전까지 사건 처리를 마쳐서 후임자의 부담을 덜어달라고 호소했다. 심지어 구속 사건이 아닌 이상 현행법(야간 집회 금지조항)에 따라 유죄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 내외부의 거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못 박기까지 했다.

형식적으로는 친전 이메일의 '대내외비' 요구가 걸린다. 기자들이나 국민들에게 대외비로 하자는 뜻까지는 알겠는데 '대내비'는 다소 엉뚱하고 낯설다. 취지는 물론 중앙지법의 다른 판사들, 특히 똑같은 이메일을 받았을 동료 단독판사들한테도 비밀로 해달라는 것. 다시 말해서 동료 단독판사들과도 법원장의 '밀지'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아달라는 것.

만약 '현행법'에 따른 조속 처리 당부가 법원장의 공식적이고 떳떳한 사법행정 권한의 범주에 속하는 사항이라면 대내비는 물론 대외비를 신신당부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법원장의 뜻이 헌재를 포함한 법원 내외부의 일치된 의견, 특히 대법원장의 의견과 같다면 그 방침을 정정당당하게 공표하면 될 일이었다.

짐작 가능한 신 대법관의 '정치 계산'

법조계의 중론은 당시 중앙지법원장이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서 정치적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로 모아진다. 그는 2009년 2월 중으로 고참 대법관이 임기 만료를 맞이해 빈자리가 생긴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았을 것이다. 대법관이 되려면 이용훈 대법원장의 제청, 이명박 대통령의 임명, 한나라당과 국회의 인준이 필요하다는 점도 모를 리 없었다. 사회분위기가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대법원장이 외부 인사를 제청할 가능성이 사라진 상황에서 자신이 0순위에 근접한 내부 인사라는 점도 의심치 않았을 터이다.

아무튼 대법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법원장의 선택을 받는 것은 물론 청와대의 비토를 피해야 하기 때문에 촛불 사건에 대한 대법원장과 청와대의 의중을 거슬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으리라. 그는 삼성 사건과 관련해서 이미 대법원장의 점수를 딴 상태였다. 저가 발행에 대한 무죄 선고 가능성이 큰 민병훈 부장판사에게 삼성 사건을 특별 배당해서 대법원장의 삼성 변호인 시절의 주장을 뒷받침해줬기 때문이다. 이제 눈앞의 촛불 사건만 잘 처리하면 대법관 자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본인의 예상대로 그는 대법원장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으로 지난 2월 18일 대법관이 됐다.

판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인사평정권을 가진 직속 법원장에게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나 위와 같은 내용과 형식의 이메일을 받고 노골적인 압력으로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물론 "판사가 그 정도 이메일을 압력으로 받아들여 움츠려들면 판사 그릇이 못되는 것 아니냐"는 이용훈 대법원장과 신영철 대법관의 지적은 백번 타당하다. 그럼에도 촛불 사건을 맡았던 중앙지법 단독판사들 중 법원장의 거듭되는 지침을 거역한 '판사다운 판사'는 고작 서너 명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 점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반면 '촛불 처벌'을 위헌 제청한 박재영 판사는 결국 금년 1월 사표를 내고 법원을 떠났다. 언론의 후속 보도에 따르면 중앙지법원장은 국보법 사건과 관련하여 박 판사에게 선고 연기를 부탁했지만 박 판사가 과감하게 무죄를 선고한 후 사표를 던졌다는 것. 박 판사는 아마도 주변과 동료 중에서 판사다운 판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데 낙담하고 절망했을 것이다. 또한 선배 법원장의 되풀이되는 재판개입에 대해서도 낙담하고 절망했을 것이다. 아마도 박재영 판사를 사직으로 몰아간 주범은 이런 상황이 아닌가 싶다.

대법원의 스캔들은 삼성 재판으로 이어진다

중앙지법원장의 촛불 사건 개입과 본질적인 성격에서 아무런 차이도 없는 것이 이용훈 대법원장의 지난 2월 18일자 삼성 사건 재배당 및 특정 대법관 배제행위다. 대법원장은 삼성 사건에서 소수 의견을 고집하며 전원합의체 회부를 요구한 특정 대법관을 향후 심의 과정에서 눈 딱 감고 배제함으로써 전례 없는 코드 배제의 주인공이 됐다. 다시 한 번 삼성 사건에 걸려 넘어진 셈이다.

삼성 재판에 관한 배당 관련 스캔들은 대법원의 재배당 스캔들이 처음이 아니다. 심각한 코드 배당 의혹이 삼성특검사건에 대한 중앙지법의 1심에서 이미 제기된 바 있었다. 요체는 사안의 성격상 형사24부나 25부로 가야 마땅한 경제범죄 사건이 이례적으로 형사23부에 배당됐다는 것.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형사23부 민병훈 부장판사는 에버랜드의 저가 발행은 배임이 되지 않는다는 법리적 소신을 삼성 사건을 맡기 1년 전에 중앙지법 기자실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삼성 사안이 민 부장에게 돌아간 것은 결국 민 부장의 배임 무죄 소신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1심 판결 후에 불거진 코드 배당 의혹의 요지였다.

물론 이러한 의혹은 사실이더라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검찰이 '미네르바'나 사건을 수사하듯 저인망식으로 철저하게 수사한다면 특별히 밝혀내는 게 어려울 것도 없을 것이다. 기자실에서 공공연하게 거론할 정도로 법리적 확신이 강한 민 부장판사가 각종 모임에서 거침없이 소신을 피력했을 것이고 이를 들은 주변 인사들이 적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만에 하나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민병훈 부장판사가 그런 법리적 소신이 있는 사람인줄 꿈에도 몰랐다. 오히려 1심 공판을 몇 번 방청하면서 민 부장판사의 당당하고 모범적인 재판 진행 방식에 매료돼 재판 결과를 낙관한 편이었다. 만약 중앙지법원장이 민 부장판사의 무죄 소신을 직간접적으로 인지한 상태에서 형사23부에 특별 배당한 것이 사실이라면, 필자를 포함한 방청인들은 이미 결론이 나있는 재판 아닌 요식행위를 구경하며 공연히 마음 졸인 셈이다.

만약 이런 배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여기에 무슨 정의가 있겠는가. 설령 민 부장판사의 법리 이해가 내용적으로 정확한 것이라 해도 특정 결론을 미리 낸 코드 판사에 대한 특별 배당은, 정의는 행할 뿐 아니라 보여줘야 한다는 저 오래된 법언에 위배된다. 게다가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건희 회장 등 피고인들과 변호인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일반 국민만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중앙지방법원장에게도 알려진 담당 재판부의 오랜 소신을 관련정보 수집에 혈안이 됐을 삼성측 정보 안테나가 놓쳤을 리 없기 때문이다.

▲ "중앙지법원장의 촛불 사건 개입과 본질적인 성격에서 아무런 차이도 없는 것이 이용훈 대법원장의 지난 2월 18일자 삼성 사건 재배당 및 특정 대법관 배제 행위다." 법원을 나서고 있는 이용훈 대법원장. ⓒ뉴시스

이용훈 대법원장이 주도한 사법 스캔들

이제 와서 굳이 삼성특검사안에 대한 1심 배당 의혹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준)사법 절차에서는 사건이 누구에게 배당되는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당연히 사건 배당을 제멋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공식절차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사회적 이목이 쏠린 중대사안의 배당 권한을 특정결론을 유도하거나 특정인을 봐주기 위해서 법원장이 남용하기 시작하면 사법부는 머지않아 제 무덤을 파게 된다. 임의배당권의 폐지 등 배당권의 자의적 행사 방지장치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향후 절대적으로 갖춰야 할 0순위 사법개혁이다.

대법원의 2월 18일자 삼성 사건 재배당 및 코드 배제 스캔들은 하급심에서 발생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사법 스캔들이 대법원에서, 그것도 삼성 재판과 관련하여, 더욱이 대법원장의 주도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각 4인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 재판부 3개의 인적 구성을 대폭 변경한다. 부의 재구성 혹은 인적 구성 변경은 대법관의 퇴임이나 신규 임명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에 불가피하게 인정된다. 재판부의 구성원이 바뀌면 계류 중인 사건 전부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의해 확인된 재배당 관련 경위와 의혹은 이렇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변호사 시절 에버랜드 저가 발행 배임 사건에서 허태학 피고인 등 삼성측의 1심 변호인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사건이 2심을 거쳐 대법원에 올라오면서 사단이 벌어진다. 변호인으로서 에버랜드 사건에서 배임무죄 주장을 폈던 대법원장은 에버랜드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회부되면 사건 심리 자체를 회피해야 하는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대법원장이 자신의 전력으로 말미암아 중대 사안의 재판에서 빠지는 사법 사상 최초의 진기록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허태학 피고인의 에버랜드 사건을 맡은 대법원 제2부는 이미 여러 차례 합의 과정을 거쳤으나 그 중 대법관 1인이 소수 의견을 굽히지 않는 바람에 지난 1월 중에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주심대법관은 무슨 이유에선가 한 달 이상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는다. 문제는 이렇게 꾸물거리는 사이 대법원장이 재판부 재구성을 단행했는데 공교롭게도 소수 의견을 고집한 특정 대법관을 배제한 채 삼성 사안을 새로 구성된 두 개의 부에 새로 배당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2월말의 언론 보도는 삼성 사안과 에버랜드 사안을 담당한 1, 2부 소속 대법관 총8인이 모여서 몇 차례의 합의 과정을 거쳤는데 1인을 제외한 나머지 7인의 대법관은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문제의 대법관이 빠진 현재의 삼성 재판부는 8대0으로 의견 일치를 볼 가능성이 높다. 이때 삼성 사건은 전원합의부에 갈 필요가 없게 된다. 다시 말해서 이용훈 대법원장은 변호사 시절의 전력 때문에 삼성 사건을 회피해야 하는 난처한 처지에서 벗어나게 된다. 반면 문제의 대법관은 삼성 사안에 대해 소수 의견권을 개진할 기회마저 누릴 수 없게 된다.

눈 딱 감은 이용훈 대법원장의 선택

이제 이용훈 대법원장의 삼성 사건 재배당 스캔들의 핵심에 도달했다. 대법원장의 지난 18일자 부 변경권 행사의 백미는 삼성 사안에 대해 소수 의견을 가진 특정 대법관을 삼성 사안 심리에서 밀어낸 데 있다. 에버랜드사건을 심의한 대법원 제2부의 합의결렬사실 및 이 과정에서 특정 대법관의 역할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모두에게 잘 알려진 대법원 내부의 공지의 사실. 특히 부 구성 권한을 가진 대법원장이 삼성 사안과 같이 중대한 사안의 합의 진행 상황을 몰랐을 리는 없다. 부 변경권 행사로 인한 재판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주요사건의 합의 진행 상황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지금까지 밝혀진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이용훈 대법원장은 코드 배제를 결정할 때 최소한 다음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게 틀림없다. 첫째, 특정 대법관의 소수 의견으로 말미암아 에버랜드사안을 심의한 2부에서 의견 불일치가 계속된 사실, 둘째, 그 결과 2부에서 전원합의부 회부를 결정한 사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버랜드 사안의 주심대법관이 전원합의부 회부절차를 밟지 않은 사실, 넷째, 1부에서 다룬 삼성 사안에 대해서도 합의 과정이 끝났다는 사실, 다섯째, 만약 이런 상태에서 부 구성을 변경하면 실질적으로 합의 과정이 종료된 두 개의 삼성 사안을 모두 처음부터 새로 심리해야 한다는 사실, 여섯째, 이것이 쓸데없는 심의 중복과 결정 지연을 초래하고 특검법의 위반 상태를 장기화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이 공평무사하게 일을 처리하고 불신을 받지 않으려면, 당연히 비서실장을 주심대법관에게 보내서 부 변경 예정일까지 전원합의부 회부 결정 이행을 당부했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해서 전원합의부에 삼성 사건이 오게 되면 막상 재판장인 자신은 재판을 회피해야 한다는 점. 여기서 대법원장은 일대 딜레마에 빠진다. 이미 결론이 난대로 전원합의부에 회부한 후 당당하게 회피할 것인가, 아니면 문제의 대법관을 배제하고 새 부를 구성한 후 그래도 합의가 안 되는지를 지켜볼 것인가. 햄릿의 고민이 시작된다.

논리적으로는 제3의 길, 즉 전원합의부 회부 결정을 이행하지 않되 특정 대법관을 여전히 삼성 재판부 중 하나에 소속시키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런 방안은 특정 대법관의 뚝심으로 볼 때 전원합의부 회부시점을 늦추는 효과 이상이 없으므로 폐기됐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드러난 대법원장의 선택은 눈 딱 감고 문제의 대법관을 삼성 사건 재판부에서 배제하는 것이었다.

사법폭거 자행한 대법원장은 물러나야

이런 자기중심적 선택을 함으로써 이용훈 대법원장은 첫째, 자신의 전력 때문에 대법원 전원합의부 심리 사건을 회피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 둘째, 이런 부담 때문에 삼성 사건이 전원합의부로 넘어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사실, 셋째, 삼성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부 회부를 강제한 특정 대법관을 향후 논의 과정에서 배제하는 무리수를 써서라도 이런 소망을 관철시키고자 한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어떤 면에서 대법원장의 속 보이는 행태보다 더욱 절망스러운 건 이번 부 변경 사태의 전말과 함의를 뻔히 알면서도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며 대법원장의 불법과 전횡을 눈감아주고 있는 대다수 대법관들의 비겁함이다. 특히 삼성 사건을 다뤘던 1부와 2부 소속 대법관들은 주심 대법관의 직무유기 책임을 준엄히 물으며 늦게라도 삼성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를 촉구했어야 마땅하다. 도대체 합의 과정이 다 끝난 삼성 사안을 새로 구성된 재판부에 다시 맡겨서 새롭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7대1을 8대0으로 바꿔서 전원합의체 회부를 막는 것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대법원장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동료 대법관에 대한 배제와 모욕을 수수방관하는 셈 아닌가.

이용훈 대법원장은 본인의 권위를 위해서는 물론 사법부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삼성 사안을 더욱 엄정하게 처리함으로써 혹시 모를 세간의 의혹과 우려를 말끔히 불식해야 할 엄중한 책무가 있다. 대법원장이 이렇게 행동해야만 판결 내용과 상관없이 삼성 재판의 결과를 국민들이 승복할 것 아닌가. 다시 말해서 이 대법원장은 삼성 사건 처리 과정에서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는 따위의 어리석은 짓은 결단코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그걸 못했다. 본인의 체면이 눈에 밟혀서다.

위의 설명이 대체로 맞는다면 자신의 체면치레를 위해서 대법관의 소수 의견 개진 기회 박탈을 서슴지 않은 이용훈 대법원장의 행태는 '사법 폭거'라는 용어 외에 달리 적합한 용어를 찾는 것이 어렵다. 이 경우 이용훈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를 앞장서서 훼손한 책임을 지고 바로 물러나야 한다. 물론 대법원장을 생각해서 부 변경 예정일을 염두에 두고 전원합의체 회부결정을 불이행한 주심대법관도 함께 물러나야 마땅하다. 껍데기는 가라.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명박 1년] 민주화 20년과 '우리 안의 MB'

 

 

이명박 1년] 민주화 20년과 '우리 안의 MB-노김김노리 부동산 '분류없음 2009/02/24 22:04 손낙구

 1987년 민주화 이후 다섯 번째 대통령으로 이명박 씨가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때가 때인지라 1년을 돌아보고 공과를 따지는 일은 자연스럽다. 다만 어떤 자리에 서서 어느 각도로 보느냐에 따라 평가의 목적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짚을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이명박 정부 1년이 민주화 20년의 일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부동산 정책을 중심으로 '민주화 20년과 우리 안의 MB'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1. 김대중-이명박 '부동산'이 닮았다


지난 1년간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여덟 차례의 부동산 대책은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전방위 경기부양 정책이다. 전임 정부의 핵심정책인 종부세 무력화를 비롯한 각종 부동산 부자 감세,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앞세운 건설재벌 지원책, 규제완화를 명분으로 한 투기규제 장치 해체, 뉴타운 재개발 확대와 10년간 500만채 공급 계획, 그린벨트 완화, 잠실롯데 신축  허용, 광역경제권, 4대강 정비사업과 수십 조 원 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 가능한 모든 투기촉진 경기부양책이 동원되고 있다.

한국경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부동산 의존도가 기형적으로 높은 후진국형 산업구조에 발목이 잡혀왔다. 이른바 토건국가 현상이다. 토건국가 현상이야 말로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였다.


경제위기는 부동산 분야의 구조조정을 자연스럽게 단행함으로써 후진국형 산업구조를 탈피할 절호의 기회이지만,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를 극복할 손쉬운 수단으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선택함으로써 또 다시 부동산의 수렁으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경제위기를 부동산 경기부양으로 돌파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매우 낯이 익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대중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판박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발발한 가운데 당선되었다. 실물경제가 극심하게 침체하는 가운데 1998년 집값은 무려 -12.4%가 폭락해 정부 주택가격 집계 역사상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역설적으로 외환위기를 계기로 부동산부문을 구조조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극복의 손쉬운 수단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대책을 사용하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김대중 정부는 노태우 정부의 토지공개념제도를 폐지하고, 개발-공급-유통소비-보유-개발이익환수 등 부동산의 생애주기별로 각종 규제를 다 풀었으며 전방위로 경기부양 정책을 폈다. 곧이어 과잉유동성에 투기촉진 정책이 겹쳐 2001년 9.9%, 2002년 16.4% 등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지만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을 다 놓아버려 속수무책이었다. 그 결과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해체돼야 할 토건국가는 명맥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한국경제는 계속 부동산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게 하고, 떨어지더라도 최대한 빨리 다시 오르게 하려는 데 있다는 점에서 김대중 정부가 만들어놓은 결과와 같다.


민주화 20년에서 김대중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으로 무엇 하나 닮은 게 없는 정반대의 극점에 있다. 남북관계나 인권·복지정책을 보면 두 정부의 차이는 극명하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이 다르지 않은 것은 경제위기 속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집권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오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니 투기규제 장치를 다 풀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섰다는 점에서 민주화 이후 첫 민주정부와 재집권에 성공한 보수 권위주의 정부는 아무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나는 이를 ‘DJ-MB형’ 부동산 정책이라 부르려 한다.


물론 목표와 수단이 같다고 해서 철학까지 같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의 부동산 철학을 정확히 헤아리기 어려우나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현실화하기 어려운 수준의 한계를 안고 있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2. 노태우-노무현 '부동산'도 닮았다


‘DJ-MB형’과 정반대의 상황 즉 경제위기도 없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기는커녕 폭등하는 상황에서 집권한 대통령들은 어땠을까?

노태우 정부(1988∼1992)와 노무현 정부(2003∼2007)는 집값이 크게 뛰는 가운데 집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노태우 대통령 집권 첫 해 인 1988년 집값은 13.2%나 뛰었고, 이듬해에는 14.6%가 올랐으며, 집권 3년차인 1990년에는 무려 21.0%가 폭등했다. 그런 탓에 노태우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집값을 잡는 데 온 힘을 다 빼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된 2002년은 집값이 무려 16.4%나 치솟아 1990년 이후 가장 크게 폭등했다. 노대통령은 취임 첫 해부터 만사를 제쳐두고 집값을 잡기에 정권의 명운을 걸었지만 2003년 한 해 동안 5.7%가 올랐다. 2004년 -2.1%로 한 숨 돌리는가 싶었지만 2005년엔 다시 4.0%가 올랐고, 2006년엔 무려 11.6%가 치솟았다.

이처럼 노태우-노무현 대통령은 집값이 폭등하는 가운데 집권했기 때문에 임기 내내 집값을 잡기 위해 강력한 투기 억제 정책을 펼쳤다. 노태우 정부는 1988년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 강화, 양도세 누진과세, 종합토지세 조기 실시 등을 뼈대로 한 부동산종합대책(8.10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1989년에는 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 등 토지공개념의 칼을 빼들고 투기를 잡으려 했다. 1990년에는 대기업의 토지과다보유 억제, 비업무용 부동산 6개월 이내 처분,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동산 신규 취득 억제를 내용으로 하는 5.8대책을 내놓았다.

노태우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축으로 부동산 과다 소유 제한을 제한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축으로 한 세제정책과 각종 투기규제 장치의 재도입 그리고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을 병행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종합부동산세 도입, 1가구3주택 양도세 중과, 투기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강화 등을 뼈대로 하는 10.29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2005년에는 8.31대책을 발표해 종합부동산세 대상을 확대하고 2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세를 중과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2007년 들어서는 투기지역 담보대출을 강력히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한편 분양가 상한제를 재도입했다.


사실 두 노 대통령은 성이 같다는 것 빼고는 닮은 게 별로 없다. 노태우 대통령은 비록 직선으로 당선되었지만 전두환 군사독재의 뒤를 이은 군인출신이며, 반대로 노무현 대통령은 군사독재 아래서 변호사 신분으로 노동자를 위해 노동문제에 개입했다 구속된 적이 있을 정도로 민주화 운동의 선두 대열에 섰던 사람이다.

그러나 이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 집권했다는 공통점 때문에 각각 토지공개념과 종합부동산세라는 비장의 칼을 꺼내들고 임기 내내 투기와의 전쟁을 벌인 것이다. 민주정부만이 아니라 군사독재의 후신인 권위주의 정부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 민주정부 이상의 투기억제 정책을 펴는 점에서 다르지 않았고, 두 정부가 투기를 잡는 무기로 썼던 토지공개념과 종합부동산세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정을 받고 후임정권으로부터 사실상 폐기 처분됐다는 점까지 닮았다. 나는 이를 ‘노-노형’ 부동산 정책이라 부르려 한다.


물론 투기를 규제하려는 정책을 편 것이 노태우 정부와 닮았다고 해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폄하할 일은 아니며, 수도권 신도시 개발 등 주택 200만호 공급정책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킨 노태우 정부의 한계도 눈감을 일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보유세제 도입, 실거래가 확립과 거래 투명화, 국민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결과적으로 집값을 잡는 데 실패해 정권을 넘겨준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무엇보다 부동산 가격 폭등기에 펼친 부동산 정책에서 민주정부 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점이 뼈아프다.

사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일면 투기 규제지만, 수십 개의 신도시개발 정책에서 보듯 일면 투기 촉진의 성격을 아울러 안고 있었다. 투기규제정책 조차도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감지하지 못함으로써 유동성 관리에 실패했다.


이런 점에서 참여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주거복지 중심으로 펼쳐야 한다는 막연한 철학은 있었지만 변화된 조건에서 부동산 투기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이 준비되지 못함으로써 결국 토건국가를 유지시키고 정권까지 내준 결과가 되었다.


 




3. '부동산'에서 민주정부 다운 면모 보여주지 못했다

민주화 이후 주요 정부가 정치적 성격과 상관없이 집권 당시 부동산 사장 조건에 따라 비슷한 기조로 부동산 정책을 펴는 현상은 87년 이후 민주화 20년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와 관련이 있다.


사실 해방 후 한국 현대사 경험으로 보면 부동산 정책은 민주화 이전과 이후 정권 간에 별 구분이 없다. 다만 부동산 값이 너무 오를 때 대통령이 됐느냐, 가격이 너무 떨어질 때 대통령이 됐느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국가보안법의 엄호를 받는 ‘사유재산 제일주의’로서의 절대적 토지사유권을 보장하고 ‘해방 후 최초의 부동산 투기’인 귀속재산 헐 값 불하를 단행한
이승만 정권, 공업중심의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각종 개발정책을 추진한 박정희 정권이 그 출발점에 해당한다.

그 뒤 역대정권은 지나친 투기촉진 부동산정책으로 땅값집값이 치솟고 국민의 저항이 격렬해져 정권과 체제가 위기에 처하게 되면 정권 차원에서 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일시적이나마 투기를 자제시키는 정책을 펴기도 한다. 개발 군부 독재정권이었던 박정희 정부나 전두환 정부 때도 이 같은 현상은 있어왔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대자본을 정점으로 하고 88만 원 세대라 불리는 비정규직을 최하층으로 하는 노동시장의 먹이사슬 뿐 아니라, 건설재벌을 정점으로 하고 무주택 빈곤층을 최하층으로 하는 부동산의 먹이사슬이 동시에 쉴 새 없이 작동되는 토건국가 즉 부동산 계급사회로 나아갔다.


부동산 먹이사슬을 해체하고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후진국형 경제구조를 뛰어넘는 것은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투기가 하늘을 찌를 때 집권한 두 노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은 ‘투기와의 전쟁 선포’라는 언술과는 다르게 투기를 잡는 데도 성공하지 못했고, 부동산 먹이사슬을 끊는 데도 실패했다. 오히려 두 노대통령은 각각 연간 54만 채와 51만 채씩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건설재벌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토지공개념이나 종합부동산세를 앞세운 ‘노-노형’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정책 수단의 적절성 문제와 함께 정책의 목표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DJ-MB형’은 말할 것도 없지만 ‘노-노형’ 부동산 정책 역시 부동산 의존도가 지나치게 큰 산업구조 자체를 개혁하려는 데까지는 목표를 두지 못했고, 정권과 체제의 위기를 미봉적으로 해소하는 데 현실적 목표를 두었다고 할 수 있다.


투기국면이 끝나면 다시 투기촉진 경기부양으로 되돌아가는 점은 민주화 이전이나 민주화 이후나 다르지 않았다. 1990년대
세계화를 내세운 김영삼 정권의 준농림지 도입과 난개발정책, 외환위기 극복을 내세운 김대중 정권의 토지공개념 제도 폐기와 다양한 투기규제 완화정책은 정권과 체제의 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다시 투기 촉진 정책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특히 ‘DJ-MB형’에서 알 수 있듯이 경기침체나 경제위기가 덮칠 경우 투기촉진 정책은 극단으로 치달아 부동산 경기부양에 한국경제의 승부를 거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민주화 이후 20년 동안 보수 권위주의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두 번의 민주정부도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부동산 망국병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다르지 않았다. 마음속으로야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실제 행한 정치행위로는 차이를 알 수 없다.

이것은 결국 민주화 이후 민주정부를 주도한 세력이 한국 현대사의 질곡이 돼온 부동산 문제에 대해 독자적인 철학을 정립하고 이를 바로잡을 제대로 된 정책대안을 준비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민주화 이후 20년 동안 정권은 보수에서 민주를 거쳐 다시 보수로 교체되었지만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부동산 관벌은 어느 정부에서나 교체되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경제가 건설재벌을 정점으로 한 부동산 먹이사슬에 얽혀들게 되고, 한국사회가 부동산으로 계급을 이루는 부동산 계급사회로 빠져드는데 민주정부도 공모해왔거나 최소한 방조해온 셈이다.


민주정부를 주도한 세력 외에 사회단체나 진보정치세력도 조금의 양적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민주정부의 한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정부든 보수 권위주의 정부든 한국경제의 부동산 의존도를 높이고 부동산 먹이사슬을 쉴 새 없이 작동시켜왔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야 말로 민주화 20년의 가장 큰 비극이라면 비약일까.


4. MB 1년은 민주화 20년의 일부


돌아보면 노태우 김영삼의 ‘권위주의 10년’의 결과로서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정부 10년’이 등장했고,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는 민주정부 10년의 결과로서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는 ‘돌연변이’가 아니라 태어날 이유와 근거가 분명히 있기에 국민의 선택을 받아 태동한 것이다. 그 이유와 근거는 민주정부 10년의 실패이며, 부동산 분야에서도 이 점은 잘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 부동산 정책 평가는 민주화 20년 특히 민주정부 10년 동안 부동산 정책이 왜 실패했는가에 대한 평가로 나아가야 하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부동산 철학과 정책대안을 세우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 1년은 많은 문제점을 한꺼번에 드러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1년을 우리와는 상관없는 남의 집 일로 보고 ‘MB 비판 경연대회’식 평가로 끝낸다면 한마디로 남는 게 없다. 이명박 정부 1년에 나타난 공과는 민주화 20년 속에서 뿌리를 두고 있으며, 따라서 시야를 단순히 ‘MB 1년’이 아니라 ‘20년 속의 1년’으로 넓혀야 한다. 그럴 때만이 '우리 안의 MB'의 뿌리를 찾아내고 극복 방안을 만들 수 있으며, 이 때 비로소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top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사형 부활'이 '사이코패스' 때문이라고?&quot;

 

 

'사형 부활'이 '사이코패스' 때문이라고?"

[기고] 다시 야만의 세레모니를 허락할텐가

기사입력 2009-02-11 오후 2:48:39

  • 크게보기
  • 작게보기
  • 기사스크랩
  • 바로가기 복사
  • 프린트
사형 집행 부활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2007년, 1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국가에 부여하는 '사실상 사형 폐지국' 지위를 한국에 부여했다. 그러나 2008년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곧바로 사형제 존치와 집행 부활을 들고 나왔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연쇄 살인 사건을 계기로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정신적 혹은 심리적 이상 상태를 일컫는 '사이코패스(psychopath)'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서강대 법대 이호중 교수가 최근 사태를 우려하며 <프레시안>에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최근의 연쇄 살인 사건으로 사형 집행을 촉구하는 여론이 매우 거세게 일고 있다.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한국사회여론연구소)를 보면 사형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69.2%로 나타났으며, 이는 작년 안양 초등학생 살해 사건 당시의 사형 찬성 의견보다 10%포인트 정도 증가한 수치이다. 흉악한 범죄 사건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면서 여론은 사형제 찬성 쪽으로 점점 더 기울고 있다.

정치권의 대응도 매우 기민하다. 사형 찬성론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사형 집행 논의를 시작하라고 지시한 후 한나라당은 지난 12년간 집행되지 않았던 사형 확정자의 사형 집행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12일에는 사형 집행의 부활을 논의하는 당정협의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사형 집행이 정말 목전에 임박했다는 위기감이 싸늘하게 온몸을 휘감는다.

우리나라에서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지 올해 12년째이다. 빠른 걸음은 아닐지라도 그래도 우리는 인권 선진국을 향한 발걸음을 뚜벅뚜벅 진전시켜 왔다. 그 자부심과 인권선진국의 성과를 무위로 되돌릴 만큼 절박한 사정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사형 집행의 잔혹한 의식을 치르지 못해 안달인가?

사형이 강력 범죄를 예방한다는 건 '환상'

▲ 우리나라에서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지 올해 12년째이다. 빠른 걸음은 아닐지라도 그래도 우리는 인권선진국을 향한 발걸음을 뚜벅뚜벅 진전시켜 왔다. ⓒ프레시안
일부 네티즌들은 이번 연쇄 살인 사건 피의자에 대해 '악마'니 '짐승'이니 하는 표현을 써가면서 인간으로 대우해 줄 가치조차 없는 존재라고 극단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아마도 울분의 격한 심정을 토로하다 보니 다소 거친 표현을 쓴 것이리라 믿고 싶다. 감정적 분노와 흥분에 휩싸여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에 대해 선악의 잣대를 들이대어 함부로 평가하는 일은 삼가야 마땅하다. 국가정책으로서 사형의 존폐를 논할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사형의 엄중한 집행을 촉구하는 여러 의견 중에 그래도 가장 논리적인 주장은 최근 빈발하고 있는 강력범죄를 예방하는데 사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97년 12월 30일 이후 12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서 흉악범죄가 증가했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는 통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허구이며 시민들을 현혹시키는 무책임한 주장에 불과하다.

실제 사형이 선고되는 범죄는 대개 살인범죄이므로, 살인죄를 중심으로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1998~2007년과 그 직전 10년간의 통계를 잠시 비교해 보자. 법무부의 공식 통계를 보면,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던 지난 10년간(1998~2007년) 살인범죄의 건수는 1998년 966건에서 2007년 1124건으로 약 1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에, 사형의 집행이 손쉬웠던 시절인 1988년부터 1997년까지 10년 동안 살인범죄 건수는 무려 31% 증가했다. 사형 집행이 비일비재했던 과거에 살인범죄의 증가율이 더 높았음을 통계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살인범죄 다음으로 흉악한 범죄인 강도범죄는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그러므로 사형의 엄격한 집행을 통해 강력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그 효과가 전혀 입증되지 않는 환상일 뿐이다.

모든 강력범죄에 사형이 필요한 게 아니라 연쇄살인범 같은 위험한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사형 부활의 타겟일 뿐이라고 강변하는 주장도 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위험한 욕망을 꺾기 위해서는 사형 집행을 통해 강력한 응징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 만드는 사회

'사이코패스'란 이제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말로, 흔히 타인과의 정상적인 사회적 교류와 소통이 결여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일컫는다. 사이코패스 성향의 범죄자들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죄의식, 동정심 따위는 전혀 없이 자신의 삐뚤어진 욕망을 채우기 위해 흉악한 범죄를 연속적으로 저지르곤 한다.

이런 유형의 범죄자는 재범의 위험이 매우 높고 교정과 치료도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이코패스 범죄자에 대한 대책은 오늘날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매우 어려운 숙제이다. 그런데 사형이 과연 꼭 필요한 그리고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감정적 분노를 가라앉히고 조금 더 차분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울분에 찬 덧글을 다는 심정으로 국가의 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선 사이코패스 범죄자에 관하여 최근 우리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논의 양상과 그 사회적 맥락에 대해 몇가지 점을 비판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은 '자신의 욕망과 이익을 위해서 아무런 거리낌이나 죄의식 없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매우 위험한 인물'의 상징처럼 사용되고 있다. 흉악한 범죄를 지속적으로 저질렀다고 하여 섣불리 사이코패스로 진단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사이코패스라는 꼬리표를 부착하여 '도무지 치료도 되지 않는 매우 위험한 인물'로 낙인찍고 그 위험성 때문에 무조건 사회에서 배척해야 한다는 생각은 범죄 정책으로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그것은 사람은 누구나 사회공동체의 유대관계 속에서 발전하고 변화하는 존재임을 부정하는 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에 대해 사이코패스라는 비난과 낙인을 가하는 데에는 익숙하면서도 정작 그러한 범죄자를 만들어내는 사회구조적 요인에 대해서는 거의 주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태어나면서부터 그렇진 않았을 터인데, 한번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되돌아보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잔인하고 끔직한 연쇄 살인 사건이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많은 범죄학자들은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 사회의 치열한 경쟁 시스템이 사이코패스 범죄자를 출현시키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치열한 생존 경쟁만이 끊임없이 강조되는 가운데 건전한 공동체 문화의 기틀이 되는 유대와 소통의 통로는 현저하게 약화된 것이 오늘날 첨단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다.

각박한 각개전투식의 경쟁이 사회를 지배할수록 그 경쟁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낙오한 사람들이 겪게 되는 인격적·정신적 고통의 하나가 바로 사이코패스이다. 치열한 경쟁사회가 사회적응에 실패한 사람을 소외시키고 그 소외가 사이코패스라는 인간형을 낳는 사회문화적 원인이 된다는 점을 주목한다면, '짐승', '악마' 같은 극한 표현으로 그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사이코패스라는 인격장애의 유발을 감소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사회정책을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이코패스 공포증' 확산시키는 정부·언론

또한 작금의 상황과 관련해 정부와 언론이 대국민 '사이코패스 공포증'을 은연중에 확신시키고 또 그것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적으로 주목할 대목이다.

일부 언론들은 평범한 시민 '누구라도' '언제든지'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무고한 희생양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을 실제 이상으로 과도하게 증폭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확산된 사이코패스 공포증은 정치 권력이나 정부의 입장에서는 공권력 강화의 호재로 활용된다. 흉악한 강력범죄를 유발하는 사회구조적 요인을 뒷전에 감춘 채로, 그 원인을 오로지 개인의 폭력적 위험성이라든가 정신적 결함 때문으로 쉽사리 치부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법질서 강화'를 내세워 사형 집행을 비롯해 무자비한 응징 정책과 살벌한 통제의 권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여 한나라당은 사형 집행을 강력하게 추진함은 물론이고, 그것으로도 성이 안 차는지 가석방이나 사면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을 추가로 도입하겠다고 하고, 현재 25년인 징역형의 상한을 50년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게다가 흉악범죄자의 신상공개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나, 가발이나 마스크를 쓰면 현금자동인출기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 등 전방위적 감시통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위험한 범죄자'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 아래, 결국에는 시민사회에 대한 국가의 억압적 감시 및 통제권한을 본격적으로 강화하려는 정책에 다름 아니다.

뿐만 아니라 언론이 유포한 사이코패스 공포증은 치안부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교묘히 희석시키기도 한다. 이번 연쇄 살인 사건은 첫 번째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순간부터 경찰이 보다 철저하게 수사에 임했더라면 제2, 제3의 추가 범행을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사건이다. 사건 초기 그저 그런 실종 사건 정도로 취급했던 경찰이었다. 경찰이 이처럼 안이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에 추가 범행이 잇달았다. 그런데도 경찰은 치안부재와 부실한 초동수사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형 집행을 안 해서 혹은 공권력이 지나치게 물러서 흉악범죄가 판치는 양 여론을 호도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잡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말을 주목하라

이런 상황 진단과 문제의식을 토대로 할 때, 사형 집행의 부활이 흉악 범죄를 방지하는데 정말로 유용하고 합리적인 정책 대안인지, 아니면 별반 범죄 예방효과도 없이 그저 한풀이식의 야만적인 세레모니의 부활 내지는 잔혹한 국가권력의 부활로 귀결될런지, 합리적 안목을 갖춘 시민들의 냉정한 판단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몇 가지만 간단히 짚어보자.

첫째,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연쇄 살인 등 흉악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더라도, 그것은 사형 존치의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사형이 흉악범의 사회적 격리를 위한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연쇄 살인 사건 등 흉악범의 위험성이 크다면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으로도 흉악범의 사회적 격리와 재범방지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둘째, 사형 집행의 부활을 외치는 여론의 한켠에는 사형 집행으로 흉악한 범죄의 욕망을 가진 잠재적 범죄자들의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섞여 있는 듯하다. 그러나 사형 등 가혹한 형벌을 부과하더라도 위험한 범죄자의 잠재적 충동을 억제할 만한 예방 효과가 없다는 것이 지난 수십 년간 학계의 연구결과이다.

셋째,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번 연쇄 살인 사건의 피의자는 '자신은 잡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 말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국내외 범죄학의 연구에 따르면, 사형과 같은 가혹한 형벌 정책은 범죄 예방 효과가 없는 반면에, 검거의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은 범죄 예방 효과가 매우 크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은 자신이 검거될 가능성에 대해서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사형의 가능성은 체포된 뒤의 문제이기 때문에 자신이 붙잡힐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범죄자에게 사형은 아무런 억제 효과를 지니지 못한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가는 피의자의 그 말에 너무나도 잘 함축되어 있다.

요컨대, 우리는 사형 집행의 부활로, 그리고 사형제의 존속으로 흉악범죄의 예방과 시민의 안전이 담보되는 것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간간히 잔인한 연쇄 살인 사건이 시민들의 분노와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기는 하지만, 사형 집행을 다시금 부활시킨다고 해서 그와 같은 흉악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오히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면 곧바로 검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사 시스템을 갖추는 정책이 훨씬 현명한 정책이다.

잔혹한 국가권력의 부활이 두렵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정치권에도 한 마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분노하는 여론에 일방적으로 편승해 사형 집행 등 응징과 보복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태도는 합리적 정책을 추구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취할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국민의 분노와 울분에 눈을 감으라는 것이 아니다. 여론에 귀기울이면서도 그것을 합리적인 정책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정부의 본연의 책무일 것이다.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그저 인터넷에서 흉악범에 대한 분노의 덧글을 다는 수준에서 국가 정책을 급조하는 태도는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에 따르면,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2008년 현재 59개국에 불과하고, '실질적 사형 폐지국'인 우리나라를 포함한 사형 폐지국은 138개국에 달한다. 우리보다 앞서 사형제를 폐지한 영국이나 독일 등에서도 당시 여론은 사형 폐지에 부정적이었다. 그럼에도 인권과 생명의 가치를 위한 용기있는 결단이 있었기에 잔혹하고 야만적인 세레모니를 그만둘 수 있었다는 점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사형 폐지라는 국가적 결단에는 생명과 인권의 소중한 가치 앞에서 국가권력의 겸손함을 약속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사형 집행의 잔혹한 의식을 재개하여 한풀이 굿을 치르도록 시민을 부추기는 사이에 겸손을 저버린 잔혹한 국가권력의 부활을 목격하게 될 것이 정말이지 두렵다.

/이호중 서강대 법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강씨가 소송 걸면 언론사가 배상해야 하는 이유

 

 

 

강씨가 소송 걸면 언론사가 배상해야 하는 이유
2000년대 들어 '신원공개' 관행에 제동... 흉악범은 예외?
  손병관 (patrick21)
 
 
  
<조선일보>가 지난 31일 연쇄살인 용의자 강씨의 얼굴을 공개한 기사.
ⓒ <조선일보> PDF
사진 공개

 

 

경기도 서남부지역 연쇄살인 피의자 강모씨의 사진과 이름이 일부 언론사들에 의해 공개됐다.

 

그러나 강씨가 사생활 침해라며 이 언론사들에 손해배상 소송을 낸다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살인마에게 지켜줘야 할 권리가 있냐"고 분개할 만하지만, 결과는 강씨의 승소로 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신문의 사회면에는 강간·강도·사기·간통 등의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들의 이름과 나이·사진, 심지어 집 주소까지 적힌 기사가 버젓이 실렸다.

 

1990년대에도 언론이 피의자의 범죄 사실은 물론이고 신원을 보도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간주됐다. 1995년 붕괴된 삼풍백화점의 '부실공사' 혐의로 백화점 업주 이모씨 부자가 사법 처리될 때는 기자들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도록 수사관이 피의자의 얼굴을 손으로 치켜 올려주는 '서비스 정신'을 발휘했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전해오기도 한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이 같은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피의자의 무차별적인 신원 공개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헌법 27조와 "검찰·경찰 등이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하면 전에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형법 126조를 각각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왔고, 피의자들의 잇따른 소송으로 수사기관도 신원 공개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2000년대 들어 피의자 신원공개 관행에 제동 걸려

 

<연합뉴스>와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지난달 30일부터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모자와 마스크를 씌워주는 관행이 생겼다. 국가인권위도 2005년 피의자 호송 업무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는데 이때부터 경찰은 피의자들이 언론에 노출될 때 얼굴을 가려주게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음날 경찰도 "얼굴을 공개하고 싶지만, 국가인권위가 얼굴 공개를 하지 말라고 시정 권고하고 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조선>은 2일자에 피의자의 인권침해에 항의하는 인권위를 비꼬는 만평도 게재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그러한 주장은 명백히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김형완 인권위 정책총괄팀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2005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피의자 호송 업무를 개선하라고 경찰에 권고한 사실은 있지만, 마스크를 씌우라는 식의 구체적인 지침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권위와 사사건건 갈등 관계에 있던 경찰이 강제력이 없는, 인권위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여 마스크 씌우기 등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했던 것이다.

 

더구나 '마스크 현장검증'의 관행은 2000년 5월 경기도 과천 부모 토막살인 사건 때도 이미 있었다. 그해 5월30일자 <중앙>은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피의자) 이모씨는 토막낸 시신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집 근처 중앙공원과 홍촌천변에 버리는 과정을 경찰에서 밝힌 그대로 재현했다"고 전했다.

 

  
국가인권위원회.
ⓒ 김귀현
인권위

 

 

인권위 "마스크 씌우라는 식의 구체적 지침 준 적 없어"

 

90년대를 풍미했던 지상파 방송사들의 '공개수배' 프로그램들이 2000년대에 들어서 하나둘 없어진 이유도 "방송이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 여론과 무관하지 않다.

 

KBS의 <공개수배 사건 25시>는 2000년 10월 여권 위조 사기단에 연루된 조모씨를 공개 수배하는 방송을 내보냈지만, 경찰이 조씨가 범행과 무관하다는 것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방송을 의뢰한 것이 밝혀지면서 이듬해 10월 국가와 KBS는 36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경찰이 2005년 10월 "피의자와 피해자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거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면이 촬영되지 않도록 해야 된다"는 직무수칙을 마련한 후에는 이 같은 경향이 더욱 강화됐다. 법원이 재판정에서의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것도 피의자의 초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연초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미네르바' 박씨가 체포됐을 때 언론사들이 박씨의 실물 사진을 보도하지 못하고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도 박씨가 '초상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 언론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법률적인 판단을 감안한 것이었다.

 

2일 경찰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가 사진을 입수해 보도하는데 어떻게 뒷감당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큰일 날 수 있다. 계속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이명균 경기경찰청 강력계장)고 우려를 표시한 것도 언론이 법을 어기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다.

 

1991년 화성 연쇄살인 수사 과정에서 언론이 경찰의 무리한 강압 수사에 '악용'당한 일도 있었다.

 

91년 1월 4일 경기도 안양경찰서는 20대 회사원 박모씨를 화성 사건의 2번째와 7번째 살인범으로 지목한 뒤 그에게 방송사 카메라 앞에서 "두 건 모두 다 했다"는 자백을 하도록 했는데, 박씨는 3일 뒤 "경찰의 강압적 분위기 때문에 허위로 얘기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박씨는 결국 살인 혐의를 벗게 됐지만, 경찰 얘기만 믿고 그의 실명을 보도하고 얼굴을 그대로 노출시킨 신문·방송사들은 낭패를 겪었다. 당시 박씨의 변론을 맡았던 김칠준 변호사는 "범인을 빨리 잡으라는 여론의 질타에 초조해진 경찰이 그를 압박하기 위한 방편으로 언론사를 이용했고,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잔 박씨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엉터리 답변을 했다"고 회고했다.

 

피의자에 대한 인권보호 의식이 박약했던 20세기에 일어난 일이지만, 언론이 왜 '알 권리'보다는 무죄 추정 원칙을 고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8월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소대장 김훈 중위 사망사건과 관련해 일부 언론이 정황상 범인으로 몰렸던 김모 중사의 실명과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가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각각 수천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예도 있다.

 

  
▲ 얼굴 노출에 당황 일부 언론에 의해 얼굴이 공개된 경기 서남부지역 연쇄살인범 강모씨가 얼굴공개 사실을 알기전인 1일 오전 상록경찰서를 나설 때는 모자만 쓰고 있었으나, 이후 현장검증 때는 손을 들어 적극적으로 얼굴을 가렸다.
ⓒ 권우성
연쇄살인

 

 

"일부 언론, 법 어기는 것 이상으로 큰 이익 있으리라 판단"

 

피의자의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되는 것을 처벌로 인식하는 것은 우리의 인권 의식이 여전히 전근대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피의자 신원 공개로 유족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불분명한 반면, 구성원의 잘못으로 인해 '살인마 가족'의 낙인이 찍히게 된 가족들이 겪을 고통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송호창 변호사는 "아무리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해도 언론사가 초상권까지 침해할 권리는 없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초상권 침해가 분명하므로 당사자가 소송을 걸면 언론사들이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강력범죄 피의자가 언론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예는 흔치 않다.

 

2005년 6월 GP 내무반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8명의 목숨을 빼앗은 김모 일병의 경우 미니 홈페이지 사진이 일부 언론에 소개된 것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을 검토했지만, 이로 인해 사건이 재론될 것을 우려한 가족들의 만류로 소송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인권센터의 한 변호사는 "경기 연쇄살인 사건에서 일부 언론사들은 법을 어기는 것 이상으로 큰 이익이 있으리라는 판단에 따라 강모씨의 사진을 공개한 셈"이라며 "소송 요건은 갖추고 있지만,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모른다"고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촛불 판사' 사직…&quot;현 정부의 역주행 부끄럽다&quot;

 

정권과 방향 달라 부담"…판사 사표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9.02.02 09:38

50대 남성, 광주지역 인기기사 자세히보기

야간집회 금지규정 위헌법률심판제청 박재영 판사
"검찰권 강화돼 법원 위기…법원 잘 극복할 것"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촛불집회 재판 중 야간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던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41.사시37회)가 사직서를 냈다.

박 판사는 2일 연합뉴스와 만나 "평소 가진 생각이 지금 정권의 방향과 달라 판사로서 큰 부담을 느껴왔고 정기 인사를 앞두고 법원을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촛불'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안진걸 씨 재판을 맡은 박 판사는 작년 10월 "헌법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국가의 허가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야간집회를 금지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만 허용하는 집시법은 헌법에 배치되는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바 있다.

작년 7월 박 판사는 안 씨의 첫 공판에서 "개인적으로 법복을 입고 있지 않다면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라고 말문을 흐리며 고심을 내비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일부 보수 성향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한편 그는 최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구속된 것을 보고 사법부의 한 구성원으로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지인들에게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정리한 `범죄사실'로는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 등 구속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판사는 "최근 검찰권이 계속 강화돼 법원이 큰 위기를 맞았다고 생각하는데 혼자만 도망친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하지만 법원에 훌륭한 법관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를 잘 극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법관으로서 남아 소신껏 판결을 하는 일도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번 촛불집회 재판 등을 해오면서 사건 하나하나에서 정의를 구하는 것 못지않게 사회 전체적인 큰 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판사는 "공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최근 용산 참사를 지켜보면서 큰 괴로움을 느꼈다"고도 말했다.

그는 오는 23일께 날 예정인 법관 정기 인사 때 옷을 벗고 로펌(법무법인)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etuzi@yna.co.kr

'촛불 판사' 사직…"현 정부의 역주행 부끄럽다"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9.02.02 08:27 | 최종수정 2009.02.02 08:30

50대 남성, 인천지역 인기기사 자세히보기

[CBS사회부 심훈 기자]

야간집회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해 '촛불 판사'로 불리던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가 "공무원으로서 현 정부의 역주행이 부끄럽다"며 지난달 중순 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박재영 판사는 미국산 광우병수입 반대 촛불집회 관련자들의 재판을 맡아 집시법 10조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해 '촛불 판사'로 불려 왔다.

박 판사는 CBS와의 통화에서 "촛불집회 이후 현 정부가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담스럽고 부끄러웠다"며 "이 정부와 함께 가는 것이 어렵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용산 참사를 지켜보면서 공무원의 한 사람으로 고통스러웠고 국민들에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지금과 같은 정부의 모습이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며 "현 정부에서 공직을 맡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워 사의를 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이밖에도 "위헌 제청을 하면서 관련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가족들 돌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판사는 지난해 10월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안진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팀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집시법 10조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부 보수 언론은 공판 과정에서 박 판사가 안진걸 팀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보석까지 허가해줬다는 이유로 "법복을 벗고 집회에 나가라"고 박 판사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판사는 이와 관련해 "보수 언론이 나를 비판하는 것도 언론의 자유에 속한다"며 "일부 보수 언론의 공격이 힘들어서 사의를 표한 것은 아니며 판사로서 그런 공격을 이겨낼 기개는 있다"고 말했다.

또 "보수 언론의 공격때문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유와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을 이해해달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법원은 이르면 이번 주중 박 판사의 사직서를 수리할 예정이다.
simhun@cbs.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조합원들 5억4천씩 챙기고, 세입자는 ‘턱없는 보상’

 

 

조합원들 5억4천씩 챙기고, 세입자는 ‘턱없는 보상’

한겨레 | 기사입력 2009.01.29 08:11

50대 남성, 서울지역 인기기사 자세히보기

[한겨레] '용산 참사 지역' 땅·건물주만 개발이익


상가 세입자 2500만원, 주거 세입자 1600만원씩


감정평가서 권리금 아예 빠지고 시설비는 일부만

철거민 참사가 일어난 서울 한강로2가 용산 4구역 재개발지역 조합원들은 1인당 5억4000여만원의 개발이익을 얻은 반면, 주거·상가 세입자들은 불과 1680만원·2500만원의 보상금을 받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이나 땅을 소유한 조합원들은 재산의 몇 곱절에 이르는 이익을 얻었으나, 세입자들은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에도 훨씬 못미치는 보상금을 받고 쫓겨났거나 수천만원의 보상금 차액을 보전하고자 발버둥치다 참변을 당한 것이다.

이런 사실은 현재의 도시 재개발 방식이 빈부격차를 더욱 증폭시키며 사회적 통합을 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주거권과 생명권 등 인간의 기본권리마저 짓밟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주거문제를 연구하는 시민단체인 성북주거복지센터가 28일 추산한 '용산 4구역 개발이익'을 보면, 이 지역 조합원 1인당 평균 개발이익은 5억40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됐다. 센터는 해당 구역 조합원 327명이 소유한 토지와 건물 평가액을 5564억600만원, 재개발이 완료됐을 때 벌어들이는 수익인 최종 권리가액을 7349억100만원으로 추산했다. 개발이익률이라고도 하는 비례율은 132.08%로 나왔다. 비례율은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반분양을 통해 조합이 벌어들이는 수익 등을 포함한 총수익금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을 종전의 건물과 토지 등 자산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이에 반해 주거 세입자들은 주거이전비와 이주비 등으로 가구당 평균 1680만원, 상가 세입자들은 휴업 보상금 등으로 가구당 2500만원의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주원 성북주거복지센터 지역사업국장은 "조합이 주거 세입자 456명에게 책정한 주거이전비와 동산이전비가 76억원으로 파악됐다"며 "가구당 평균 1680만원이 지급됐다"고 밝혔다. 용산구청은 "지금까지 보상이 완료된 상가 세입자 350명에 대해 85억1천여만원이 지급됐다"고 밝혔다. 가구당 평균 2500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된 셈이다. 감정평가에 권리금은 아예 빠져 있고, 시설비도 일부만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2004년 6월부터 132㎡(40평)짜리 식당을 경영해 온 김정기(47)씨는 권리금 4500만원에 인테리어 비용으로 3000만원을 들였으나, 그가 조합으로부터 받은 '보상협의 요청서'에는 세부적인 설명 없이 "보상가로 책정된 금액이 2760만원"이라고만 적혀 있다. 김씨는 "물가도 많이 올랐고, 재개발 광풍으로 주변 지역 시세가 모두 뛰어 조합이 제시한 보상금으로는 다섯 평짜리 식당도 못 차린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서 노래방을 운영한 임기옥(53)씨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권리금 8000만원에 인테리어 비용 7000만원을 들여 노래방을 열었으나, 조합이 임씨에게 책정한 보상금은 4489만원에 불과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과 8월 두 차례 조합에 "보상가가 너무 낮게 나왔다"며 "감정평가를 다시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주원 국장은 "조합원들은 개발이 결정되는 것만으로도 5억4000만원의 이익이 생기며, 개발이 완료되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더 큰 개발이익을 얻게 된다"며 "이에 비해 세입자들은 생존권과 주거권을 박탈당한다. 세입자들이 극단적으로 저항하게 된 데는 이런 부의 쏠림 현상이 큰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용산 4구역은 현재 전체 세입자 890명 가운데 주거 세입자의 5.7%, 영업 세입자의 19.3%가 아직 보상금에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 한겨레 > [ 한겨레신문 구독 | 한겨레21 구독 ]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IP 조작됐다면 ID 주인은? '미네르바 K' 인터뷰가 남긴 의문들

 

 

IP 조작됐다면 ID 주인은? '미네르바 K' 인터뷰가 남긴 의문들
<신동아> 보도 이후 '7인의 미네르바' 논란 증폭
  손병관 (patrick21)
 
 
  
신동아 2월호 표지
ⓒ 신동아
미네르바

<신동아> 2월호가 '7인의 미네르바' 대표 K씨의 인터뷰를 보도한 후 그들의 정체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고라의 글을 자신이 모두 올렸다"고 밝힌 박모씨의 주장과 "금융계 7명이 한 팀을 이뤄 글을 올렸다"는 K씨의 주장이 맞서며 이번 사건도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누리꾼을 무리하게 구속시킨 검찰과 법원을 싸잡아 비난하던 여론도 '원조 미네르바' 논쟁이라는 뜻밖의 변수를 만나 미묘한 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7인의 미네르바'를 '진짜 미네르바'로 인정하는 사람들 처지에서는 검찰에 구속된 박씨가 억울한 피해자가 아니라 '미네르바 신화'에 상처를 입히려는 정권의 하수인이거나 더 큰 음모의 앞잡이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 저리가라 할 정보력'을 자랑하는 '7인의 미네르바'가 그동안 대중이 기대했던 미네르바의 이미지에 가깝다는 점도 진위 논란을 더욱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쟁점은 IP와 ID... "같은 IP 쓰기, 불가능하진 않지만"

 

그렇다면 '원조 미네르바'라고 자칭하는 K씨의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까?

 

진위 논란의 최대 쟁점은 지난해 아고라에 접속해 미네르바 명의 글을 올린 사람이 K씨와 박씨 중 누구인가 하는 점인데, 이는 실제로 글 올린 사람의 IP와 ID로 쟁점을 좁힐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IP(Internet Protocol)는 인터넷 송·수신자를 식별하는 고유 주소로서 미네르바는 두 개의 IP를 사용했다.

 

미네르바는 작년 10월 23일까지는 '211.49.***.104'라고 찍힌 IP를, 10월 24일부터는 '211.178.***.189' IP를 사용했다.

 

두 개 모두 검찰에 붙잡힌 박모씨의 집에서 썼던 IP 주소와 일치했고, 박찬종 변호사는 "박씨가 쓰던 하나로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로 바뀌면서 IP 주소도 함께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K씨가 아고라에 썼다고 <신동아>에 밝힌 글 목록에도 작년 9월 10일 '리만브라더스 파산 예측' 글과 같은 해 11월 13일 '절필' 선언이 들어있다. K씨는 '7인의 미네르바'도 두 개의 IP를 사용했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들은 박씨의 것과 같은 IP 2개를 글쓰기에 이용한 셈이 된다.

 

K씨는 이에 대해 "(12월 29일 '정부 공문' 글이 올라왔을 때) 나는 외국에 있었는데 굉장히 황당했다. 더욱이 우리가 쓰던 것과 동일한 IP라고 하더라"며 "박씨가 IP를 조작하지 않았을까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IP를 쓸 수 있냐"는 물음에 IT 전문가들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고난도의 해킹 기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최고의 보안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포털 사이트의 메인 서버를 뚫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사이버 범죄자들의 경우 IP 추적을 피하기 위해 PC방 등을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네트워크 전문가 A씨는 "해킹을 이용해서 포털 서버에 접근한 뒤 특정 지역의 IP 주소를 자신의 것처럼 도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다"고 하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7인의 미네르바 '가 박씨의 IP를 콕 집어서 글 쓰는 것이 가능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그런 게 있다면 'IT계의 노벨상' 감이다. 경제계뿐만 아니라 IT 업계도 이들을 모시려고 난리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 IT업체의 대표 B씨도 "특정인 IP가 해킹됐다고 해도 휴면 상태가 아니라면 도용당한 사람이 곧 알아차릴 것"이라며 "박씨와 '7인의 미네르바'가 모두 아고라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는데 양쪽 모두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게 이상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인터넷 서비스업체의 메인 컴퓨터는 각 이용자에게 유동성 IP를 부여하는데, 이용자가 인위적으로 IP 주소를 바꾸려고 할 경우 충돌이 생겨 인터넷 접속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K씨는 "xxx로 시작하는 IP는 쓰지 않을 때는 잭을 빼놓았다. 다시 사용할 때 숫자가 변경되면 다시 맞췄다. 글을 올릴 때 둘 중 하나를 돌아가며 사용해야 하는데, 제가 직접 올릴 때는 원칙적으로 하나에 맞춰 올렸다"고 자신들의 IP 공유방식을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 A씨는 이에 대해서도 "전화모뎀을 쓰는 극소수의 인터넷 이용자들이나 쓰는 방식 같은데 '7인의 미네르바' 대표라는 분이 이런 '원시적인' 방식을 굳이 썼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7명이 하나의 IP를 공유했다"는 K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원격제어 등 몇 가지 방법이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7인의 미네르바'가 ▲ 하나의 IP를 공유하고 ▲ 그것이 공교롭게도 박씨의 IP와 일치한 이유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K씨는 박씨가 IP 주소를 조작해 '미네르바' 행세를 했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전문가들, IP보다 ID에 더 주목... 이렇다 할 설명 내놓지 못한 K씨

 

그러나 K씨와 <신동아> 모두 ID 문제에서는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IT 전문가들은 IP보다는 아이디(ID)의 주인이 누구냐에 더 주목하고 있다.

 

누리꾼이 아고라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로 실명인증을 한 뒤 단수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지난해 수만에서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한 미네르바의 글들은 모두 단 한 개의 아이디로 접속한 사람이 올렸는데, 그 아이디의 주인이 구속된 박씨다.

 

'7인의 미네르바'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들이 박씨의 아이디와 패스워드 없이 아고라에 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박씨의 협조로 그의 아이디를 공유하거나 박씨의 아이디를 해킹하는 것 말고는 글을 올릴 방법이 없는데도 '7인의 미네르바' 대표 K씨는 박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대로, 집 컴퓨터에서 자기 아이디로 접속해 '미네르바 글'을 올린 박씨가 '7인의 미네르바' IP를 일부러 도용했을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신동아>도 ID 부분에 대해서는 독자들을 이해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박씨가 미네르바 글을 올린 ID가 자신의 것이라고 밝힌 부분, 검찰이 다음 측에 확인해본 결과 회원으로 가입할 당시 개인정보도 박씨였다는 설명은 해결되지 않은 미스터리"라고 의문부호를 찍었다.

 

아고라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박씨 아이디를 '공유'할 수밖에 없었던 '7인의 미네르바'가 박씨가 체포된 이후에는 온라인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신동아>를 통해서만 자신들의 견해를 밝힌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박씨의 글이 저장된 컴퓨터는 검찰이 '범죄 증거물'로 압수한 상태여서 그는 변호인단을 통해 다음에 '미네르바' 아이디로 접속해서 쓴 글들을 복구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K씨는 "IP가 차단됐다. 내가 한 것도 못하게 막아놨다. 이젠 내 IP를 다른 사람이 이용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생각도 든다"며 애써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아고라에는 "K씨가 '진짜 미네르바'라면 제발 박씨 아이디로 아고라에 와서 건재함을 보여달라"는 누리꾼들의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K씨, 미네르바가 쓰지도 않은 글 해명... 박씨 설명에도 약점 있어

 

K씨의 석연치 않은 태도는 이 뿐만이 아니다.

 

K씨가 <신동아> 인터뷰에서 '7인의 미네르바'가 쓰지도 않은 글에 대해 석연치 않은 해명을 한 것도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미네르바는 지난해 8월 30일 아고라에 "HSBC가 뭐의 약자인지 아는가? 홍콩 상하이은행이다. 말 그대로 중국계 자본은행"이라며 중국자본의 침투를 경고하는 글을 남겼다. 그러나 이는 미네르바와 대립관계에 있는 또 다른 논객 '법과정의'가 2007년 12월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베낀 것으로, 미네르바 자신이 삭제한 글이었다.

 

'경제대통령'으로 추앙되던 미네르바가 남의 글을 멋대로 가져다 쓰는 비윤리적 행동을 한 셈인데, "멤버 중 한 명이 썼는데 오타였으므로 정정해달라"는 게 K씨의 요청이었다. 미네르바가 쓰지도 않은 글에 대해 K씨가 '오타'라고 설명한 것도 향후 사정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박씨라고 해서 '약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네르바가 지난해 12월 29일 쓴 글에서 "하지 말라니까 내부참고용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잡지사에 가져다가 팔아먹는 놈이 있지 않나"라고 적은 부분은 미네르바가 '복수의 그룹'일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에 날개를 달았다.

 

그러나 박씨는 19일 박찬종 변호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지난해 12월 <신동아> 인터뷰가 나를 포함해 아고라 논객들이 올린 글을 누군가 짜깁기해서 넘긴 글이라는 판단에서 했던 말"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