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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조작됐다면 ID 주인은? '미네르바 K' 인터뷰가 남긴 의문들

 

 

IP 조작됐다면 ID 주인은? '미네르바 K' 인터뷰가 남긴 의문들
<신동아> 보도 이후 '7인의 미네르바' 논란 증폭
  손병관 (patrick21)
 
 
  
신동아 2월호 표지
ⓒ 신동아
미네르바

<신동아> 2월호가 '7인의 미네르바' 대표 K씨의 인터뷰를 보도한 후 그들의 정체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고라의 글을 자신이 모두 올렸다"고 밝힌 박모씨의 주장과 "금융계 7명이 한 팀을 이뤄 글을 올렸다"는 K씨의 주장이 맞서며 이번 사건도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누리꾼을 무리하게 구속시킨 검찰과 법원을 싸잡아 비난하던 여론도 '원조 미네르바' 논쟁이라는 뜻밖의 변수를 만나 미묘한 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7인의 미네르바'를 '진짜 미네르바'로 인정하는 사람들 처지에서는 검찰에 구속된 박씨가 억울한 피해자가 아니라 '미네르바 신화'에 상처를 입히려는 정권의 하수인이거나 더 큰 음모의 앞잡이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 저리가라 할 정보력'을 자랑하는 '7인의 미네르바'가 그동안 대중이 기대했던 미네르바의 이미지에 가깝다는 점도 진위 논란을 더욱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쟁점은 IP와 ID... "같은 IP 쓰기, 불가능하진 않지만"

 

그렇다면 '원조 미네르바'라고 자칭하는 K씨의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까?

 

진위 논란의 최대 쟁점은 지난해 아고라에 접속해 미네르바 명의 글을 올린 사람이 K씨와 박씨 중 누구인가 하는 점인데, 이는 실제로 글 올린 사람의 IP와 ID로 쟁점을 좁힐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IP(Internet Protocol)는 인터넷 송·수신자를 식별하는 고유 주소로서 미네르바는 두 개의 IP를 사용했다.

 

미네르바는 작년 10월 23일까지는 '211.49.***.104'라고 찍힌 IP를, 10월 24일부터는 '211.178.***.189' IP를 사용했다.

 

두 개 모두 검찰에 붙잡힌 박모씨의 집에서 썼던 IP 주소와 일치했고, 박찬종 변호사는 "박씨가 쓰던 하나로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로 바뀌면서 IP 주소도 함께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K씨가 아고라에 썼다고 <신동아>에 밝힌 글 목록에도 작년 9월 10일 '리만브라더스 파산 예측' 글과 같은 해 11월 13일 '절필' 선언이 들어있다. K씨는 '7인의 미네르바'도 두 개의 IP를 사용했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들은 박씨의 것과 같은 IP 2개를 글쓰기에 이용한 셈이 된다.

 

K씨는 이에 대해 "(12월 29일 '정부 공문' 글이 올라왔을 때) 나는 외국에 있었는데 굉장히 황당했다. 더욱이 우리가 쓰던 것과 동일한 IP라고 하더라"며 "박씨가 IP를 조작하지 않았을까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IP를 쓸 수 있냐"는 물음에 IT 전문가들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고난도의 해킹 기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최고의 보안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포털 사이트의 메인 서버를 뚫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사이버 범죄자들의 경우 IP 추적을 피하기 위해 PC방 등을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네트워크 전문가 A씨는 "해킹을 이용해서 포털 서버에 접근한 뒤 특정 지역의 IP 주소를 자신의 것처럼 도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다"고 하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7인의 미네르바 '가 박씨의 IP를 콕 집어서 글 쓰는 것이 가능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그런 게 있다면 'IT계의 노벨상' 감이다. 경제계뿐만 아니라 IT 업계도 이들을 모시려고 난리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 IT업체의 대표 B씨도 "특정인 IP가 해킹됐다고 해도 휴면 상태가 아니라면 도용당한 사람이 곧 알아차릴 것"이라며 "박씨와 '7인의 미네르바'가 모두 아고라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는데 양쪽 모두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게 이상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인터넷 서비스업체의 메인 컴퓨터는 각 이용자에게 유동성 IP를 부여하는데, 이용자가 인위적으로 IP 주소를 바꾸려고 할 경우 충돌이 생겨 인터넷 접속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K씨는 "xxx로 시작하는 IP는 쓰지 않을 때는 잭을 빼놓았다. 다시 사용할 때 숫자가 변경되면 다시 맞췄다. 글을 올릴 때 둘 중 하나를 돌아가며 사용해야 하는데, 제가 직접 올릴 때는 원칙적으로 하나에 맞춰 올렸다"고 자신들의 IP 공유방식을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 A씨는 이에 대해서도 "전화모뎀을 쓰는 극소수의 인터넷 이용자들이나 쓰는 방식 같은데 '7인의 미네르바' 대표라는 분이 이런 '원시적인' 방식을 굳이 썼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7명이 하나의 IP를 공유했다"는 K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원격제어 등 몇 가지 방법이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7인의 미네르바'가 ▲ 하나의 IP를 공유하고 ▲ 그것이 공교롭게도 박씨의 IP와 일치한 이유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K씨는 박씨가 IP 주소를 조작해 '미네르바' 행세를 했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전문가들, IP보다 ID에 더 주목... 이렇다 할 설명 내놓지 못한 K씨

 

그러나 K씨와 <신동아> 모두 ID 문제에서는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IT 전문가들은 IP보다는 아이디(ID)의 주인이 누구냐에 더 주목하고 있다.

 

누리꾼이 아고라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로 실명인증을 한 뒤 단수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지난해 수만에서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한 미네르바의 글들은 모두 단 한 개의 아이디로 접속한 사람이 올렸는데, 그 아이디의 주인이 구속된 박씨다.

 

'7인의 미네르바'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들이 박씨의 아이디와 패스워드 없이 아고라에 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박씨의 협조로 그의 아이디를 공유하거나 박씨의 아이디를 해킹하는 것 말고는 글을 올릴 방법이 없는데도 '7인의 미네르바' 대표 K씨는 박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대로, 집 컴퓨터에서 자기 아이디로 접속해 '미네르바 글'을 올린 박씨가 '7인의 미네르바' IP를 일부러 도용했을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신동아>도 ID 부분에 대해서는 독자들을 이해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박씨가 미네르바 글을 올린 ID가 자신의 것이라고 밝힌 부분, 검찰이 다음 측에 확인해본 결과 회원으로 가입할 당시 개인정보도 박씨였다는 설명은 해결되지 않은 미스터리"라고 의문부호를 찍었다.

 

아고라에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박씨 아이디를 '공유'할 수밖에 없었던 '7인의 미네르바'가 박씨가 체포된 이후에는 온라인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신동아>를 통해서만 자신들의 견해를 밝힌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박씨의 글이 저장된 컴퓨터는 검찰이 '범죄 증거물'로 압수한 상태여서 그는 변호인단을 통해 다음에 '미네르바' 아이디로 접속해서 쓴 글들을 복구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K씨는 "IP가 차단됐다. 내가 한 것도 못하게 막아놨다. 이젠 내 IP를 다른 사람이 이용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생각도 든다"며 애써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아고라에는 "K씨가 '진짜 미네르바'라면 제발 박씨 아이디로 아고라에 와서 건재함을 보여달라"는 누리꾼들의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K씨, 미네르바가 쓰지도 않은 글 해명... 박씨 설명에도 약점 있어

 

K씨의 석연치 않은 태도는 이 뿐만이 아니다.

 

K씨가 <신동아> 인터뷰에서 '7인의 미네르바'가 쓰지도 않은 글에 대해 석연치 않은 해명을 한 것도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미네르바는 지난해 8월 30일 아고라에 "HSBC가 뭐의 약자인지 아는가? 홍콩 상하이은행이다. 말 그대로 중국계 자본은행"이라며 중국자본의 침투를 경고하는 글을 남겼다. 그러나 이는 미네르바와 대립관계에 있는 또 다른 논객 '법과정의'가 2007년 12월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베낀 것으로, 미네르바 자신이 삭제한 글이었다.

 

'경제대통령'으로 추앙되던 미네르바가 남의 글을 멋대로 가져다 쓰는 비윤리적 행동을 한 셈인데, "멤버 중 한 명이 썼는데 오타였으므로 정정해달라"는 게 K씨의 요청이었다. 미네르바가 쓰지도 않은 글에 대해 K씨가 '오타'라고 설명한 것도 향후 사정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박씨라고 해서 '약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네르바가 지난해 12월 29일 쓴 글에서 "하지 말라니까 내부참고용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잡지사에 가져다가 팔아먹는 놈이 있지 않나"라고 적은 부분은 미네르바가 '복수의 그룹'일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에 날개를 달았다.

 

그러나 박씨는 19일 박찬종 변호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지난해 12월 <신동아> 인터뷰가 나를 포함해 아고라 논객들이 올린 글을 누군가 짜깁기해서 넘긴 글이라는 판단에서 했던 말"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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