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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 가족은 이민 성공과 실패 동시에 보여줘"

 

 

 

조씨 가족은 이민 성공과 실패 동시에 보여줘"
텍스트만보기   연합뉴스(yonhap)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 버지니아텍 참사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조승희 가족은 교육과 성공을 강조하면서 '성공 아니면 실패'의 잣대로 보는 체면 중시의 아시아 이민 사회의 전형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명랑한 딸, 시무룩한 아들: 조씨 가족의 수수께끼'라는 제하의 1면 기사에서 "15년전 한국에서의 힘든 삶을 청산하고 미국으로 이민 온 조승희 부모의 3층짜리 주택은 자녀들의 성공을 기원하며 뼈빠지게 일해 이뤄낸 중산층 성공의 상징으로 보여지지만 지금은 취재진들을 피해 텅 비어있다"며 무엇이 이런 끔찍한 일을 초래했는지 구체적인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단서들은 있다면서 조씨 가족의 과거와 현재를 짚었다.

이 가족에는 명문 아이비리그 출신의 이상적인 딸 조선경(25)씨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캠퍼스 참사를 저지른 닫힌 세계속에 살던 조승희(23)라는 전혀 다른 두 자녀가 있으며 이들은 이민자 성공과 실패라는 두 전형이라고 신문은 지적하며 조승희의 닫힌 세계를 집중 조명했다.

친인척들에 따르면 조승희 부모는 궁핍한 삶속에서도 밤낮으로 일해 이민을 온지 5년만인 1997년 14만5천달러짜리 타운하우스를 구입하는 등 근면하게 생활했지만 조승희의 내성적이고 고립적인 태도는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변함이 없었다는 것.

이웃들은 이 집에 아들이 있는지 조차 잘 모를 정도였고 그가 다닌 웨스트필드고교는 2000년 개교한 이래 뉴스위크가 뽑은 전국 우수 공립고교 랭킹 50위 이내에 드는 명문이었는데, 조승희는 친구들과 거의 말한 적이 없는 이상한 아이였다.

교내 과학클럽에 가입했지만 그냥 앉아있을 뿐이어서 '트럼본 보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벙어리가 아닐까 생각하는가 하면 영어를 못하는 최근의 이민자로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고교시절 식탁에서도 친구들과 거의 얘기를 나누지 않은 조승희의 태도는 대학에 와서도 변하지 않았고 일요일 저녁 가족들과 통화하는 것을 빼고는 거의 말하지 않아 가족들도 늘 말수가 적은 조승희가 근심거리였다.

이처럼 숨어들려는 동생과 달리 선경씨는 돋보였다. 하버드와 프린스턴에서 입학 허가를 받은 선경씨는 장학금 혜택이 더 많은 프린스턴을 선택했고 세계 경제에 흥미를 느껴 개도국의 공장 조건들을 살펴보기 위해 태국-미얀마 국경지역에서 인턴십을 했으며 이 경험을 토대로 이라크재건관리회사에서 일하게 됐다는 것.

매우 겸손한 여성이라는 평가를 받은 선경씨에 대해 지인들은 술과 담배를 안하고 화장도 거의 않는 강건한 여성이라고 칭찬했으며 재학시절 대학도서관에서 일하며 기도 모임이나 성경공부도 열심히 하는 등 이민자 성공의 모델이었다.

선경씨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항상 가깝고 평화롭고 사랑했던 가족이었다. 우리는 한 번도 동생이 그런 엄청난 폭력을 저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그는 전 세계를 슬픔에 빠뜨렸고 우리는 악몽 속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딸에 대해 그의 모친은 무척 자랑스러워 했지만 "딸보다 아들이 프린스턴을 졸업하기를 원했다"고 밝힐 만큼 딸보다 아들의 성공에 더 무게를 두는 아시아 이민자중 하나였다고 이웃은 전했다.

이런 현상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육과 성공을 강조하는 문화, 실패는 종종 수치스럽다고 여기는 문화가 큰 몫을 했다고 풀이하면서 이런 문화는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할 까를 우선하는 체면에 의해 지배되며 가족 이외에 누군가와 상담한다는게 힘들고 창피해 자신들끼리 해결하려는 문화도 한 원인으로 분석했다.

장태한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주립대(UC리버사이드) 인류학 교수는 "누나는 이민자 성공 스토리의 전형인 반면에 아들은 실패의 전형이자 도움이 필요한 정신병자였다"며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이를 주시하지 않았고 사회 역시 실패했다"고 전했다.

isjang@yna.co.kr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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