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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코리아연방공화국'이 뭐길래…

 

 

민노당, '코리아연방공화국'이 뭐길래…
  조승수ㆍ주대환 등 문제제기에 당내 자주파 징계 요구
 
  2007-11-18 오후 5:25:21
 
   
 
 
  "자녀교육비와 매달 돌아오는 카드비가 고민인 서민들에게 코리아연방공화국이 무슨 의미냐."
  
  "통일국가가 되지 않고는 민중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

  
  민주노동당이 이번 대선에서 '코리아연방공화국'을 국가비전으로 내건 것을 놓고 뒤늦게 내부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로 이번 대선 구도가 보수간 경쟁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권영길 민노당 대선 후보의 낮은 지지율은 '코리아연방공화국'이라는 유권자들의 관심과는 거리가 먼 아젠다를 전면에 내세운 탓이라는 잠재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코리아연방공화국'은 당내 다수 정파인 자주파(NL)의 주장으로 이번 대선에서 국가비전으로 채택된 것.
  
  인터넷신문 <레디앙>에 관련된 글들을 기고한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 소장의 '징계' 문제로 표면화된 이 갈등은 전부터 내재돼 있던 민노당의 고질적인 문제인 '정파 문제'가 그 뿌리라는 점에서 이번 파문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코리아연방공화국, 난 선거운동 못 한다"
  
  조 소장은 지난 16일 <레디앙>에 '코리아연방, 난 선거운동 못 한다'라는 글을 기고해 "통일 방안이 아니라 한국사회 개혁의 총체적 상과 국가비전을 코리아연방공화국으로 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민생의 고통이 분단이 해소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통일지상주의에 매몰된 운동권 일부를 제외하고는 보지 못했다"고 자주파를 비판했다.
  
  조 소장은 "현 단계의 통일은 떡도 밥도 아니며 남북한 민중 누구도 원치 않는 재앙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크다"며 "한국의 민중은 통일보다 자녀 교육비와 돌아오는 카드 결제일이 더욱 큰 관심사"라고 주장했다.
  
  조 소장은 앞서 같은 매체에 기고한 '당 혁신 첫 발 비례대표 후보선출 이렇게'라는 글에서 자주파를 겨냥해 "군사 왕조집단인 북한 지배세력을 추종하는 소수세력과 그들에게 이용당하는 이른바 자민통"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조 소장이 조직화된 당내 다수세력으로 지도부ㆍ후보 선출, 선거 및 당 운영 전략 등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쳐온 자주파에 대한 공격에 앞장 서자 자주파 내에서도 반격의 조짐이 보였다.
  
  지난 16일 있었던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소장에 대한 '징계'가 논의됐다. 이날 김은진 최고위원은 조 소장이 "군사왕조 집단인 북한"이라는 표현을 쓴 것과 특정 정파를 과도하게 비난했다는 이유로 유감 표명과 경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수에 이어 주대환 전 정책위의장도 문제제기
  
  당 최고위원회에서 한때 조 소장에 대한 '징계'가 논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간 내재돼 있던 자주파의 당 운영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 터져나올 조짐이 보이고 있다.
  
  조 소장에 이어 주대환 전 정책위의장은 17일 <레디앙>에 글을 기고해 조 소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주 전 의장은 "거대 정파들이 두려워 민감한 문제는 피하고 보는 당 간부들의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나온 조 소장을 환영한다"며 "코리아연방공화국은 저질 정치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지하지 않은, 공허하고 현실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가 대선 공약 전체를 설명하는 국가비전이 될 수 있겠나"고 거듭 코리아연방공화국에 대해 비판했다.
  
  앞서 정파갈등과는 무관하게 정책연구원 19명도 지난 9일 '코리아연방공화국'이라는 국가비전에 대해 반대하는 성명을 냈었다. 이들은 "세부 공약작업을 하는 연구원들은 코리아연방공화국의 '구체적 실체'가 무엇인지 어떠한 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받은 바 없었을 뿐더러 의견수렴과정조차 밟지 않고 있다"며 "오랫동안 준비해온 각 부문의 공약들과 심각하게 충돌한다"고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자주파가 지도부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선대위는 지난 12일 회의에서 '코리아연방공화국'을 국가비전으로 결정했다.
  
또 하나의 '뇌관', 비례대표선출안
  
  
또 다른 '뇌관'이 바로 내년 4월 총선에서의 비례대표 선출 방식이다.
  
  당 중앙위는 17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비례대표 2번 순번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례대표 선출 개정안을 확정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의 국회의원이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의 의의를 찾을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1인 6표제의 현행 투표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비례대표 후보선출을 대선 직후인 내년 1월로 하기로 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특정정파가 다수인 당 지도부가 자신들의 정파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비례대표 선출을 둘러싼 논의를 서둘러 봉합해 버렸다는 것.
  
  민노당 관계자는 "현행 투표방식은 특정 정파가 비례대표 의석을 독식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다"면서 "또 대선 직후인 12월 말부터 실제 비례대표 선출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 '1월 선출안'은 대선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대선 결과에 대한 책임 등을 물을 수도 없게 된다"고 말했다.
  
  조승수 소장도 "비례대표의 본래 취지인 부문 대표성을 살리면서 당의 정체성을 구현하여야 한다"면서 "비례대표 선출 방안은 단순한 제도개선이 아니라 당의 혁신을 위한 중차대한 사안이다. 평당원들과 당 밖에서 어떤 주문이 있는지 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마저…
  
  그간 내재돼 있던 갈등이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불거질 조짐이 보이는 것은 현재의 '저조한 대선 성적표' 때문이다.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자주파는 조직적으로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해 권 후보의 승리를 이끌어냈고, 이후 선대위의 주요 요직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민생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당 내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코리아연방공화국', '100만 민중대회' 등을 선거 아젠다 및 전략으로 내걸었다. 그 결과 권 후보는 2-5%대의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올초만 해도 '진보 대 보수 진검승부'를 자신하던 민노당은 대통합민주신당과 합당을 앞두고 있는 민주당 이인제 후보를 겨우 앞서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김형탁 당 대변인이 전격 사퇴한 것도 이런 당내 분위기를 반영한다. 김 대변인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당 지도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잠재적 역량을 이끌어내지 못해 구도와 희망은 있었지만 전략은 없었다"면서 "전략만 없는 것이 아니라 당원들의 의지를 불러낼 실력도 없었다"고 '쓴 소리'를 했다. 김 대변인은 한미 FTA에 대한 미온적 대응, 한국노총에 대한 사과 파문 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또 다른 민노당 관계자는 "많은 이들이 그간 정파구도가 민노당 내부의 소통과 의사결정을 왜곡시켜왔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지만 서로 쉬쉬하면서 이 문제를 덮어왔다"며 "당이 위기에 처하면서 모순들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이번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러다가 대선 뿐 아니라 내년 총선 전망도 불투명해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그간 덮어왔던 문제들을 드러내고 수술해야 한다는 인식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영길 후보는 당내 갈등 상황을 감안한 듯 지난 15일 인터넷신문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코리아연방공화국은 메인 슬로건이 아니라 통일 방안 중의 하나이고 통일 됐을 때 선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홍기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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