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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연금 민영화의 대재앙

 

 

이탈리아 연금 민영화의 대재앙
 
번호 191648  글쓴이 Crete (Crete)  조회 1489  누리 432 (466/34)  등록일 2009-1-6 10:01 대문 20 추천
 
 
 


이탈리아 연금 민영화의 대재앙
(서프라이즈 / Crete / 2009-01-06)



작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 교수 블로그☜에 놀러 갔다가 인상적인 포스팅을 발견했습니다.

간신히 피한 총알(A bullet dodged)☜

내용은 미국 연금 체계를 민영화하려던 부시 대통령의 시도가 성공했더라면 어떤 대재앙이 벌어질 뻔 했는지를 이탈리아의 예를 소개하며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이 포스팅은 오늘자 블룸버그 통신의 다음 기사를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부시가 지지했던 민영화 펀드에 죽도록 얻어터진 이탈리아 연금 (Italian Pensions Sapped by Private Funds Bush Backed)☜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때 목청 높여 추진했던 '연금의 민영화'는 실제로 미국에선 실패했지만 보수 지도자라면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대통령은 이걸 이탈리아에서 관철을 시킨 겁니다. 대대적으로 광고로 총 120만 명 정도가 정부 보증 연금체계에서 민영화된 연금체계로 전환을 한 거죠.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하죠? 작년 한해에만 이탈리아 주식 시장은 완전히 반 토막이 나서 대략 4천억 달러 어치 이상의 주식이 공중 분해되어 버렸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 보증의 연금 시스템은 10개월에 2.8% 정도의 이율을 보장하는데 반해, 작년 한해 이탈리아의 민영화 연금 시스템은 최고 2.6% 수익에서 최저 마이너스 24%라는 기가 막힌 결과가 나온 겁니다.

베를루스코니 대통령이라고 자신이 다스리는 이탈리아 민중들 엿 먹이려고 이런 일을 추진한 건 아니고…. 이탈리아가 EU 내에서 출산율이 낮은 걸로 유명합니다. 여성 1인당 출산율이 1.3명 정도 밖에 안되죠. 현재 이탈리아는 GDP의 14% 정도를 국민 연금으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9% 영국의 7%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죠.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 어떻게든 재정 압박을 피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봐야죠. 이제 와서 피해액을 배상할 조치도 취하고 민영화 연금 시스템에 보다 더 보수적인 투자를 권하고 있기는 하지만…. 버스 떠난 뒤 손 흔드는 격이고…

미국인들 입장에서 간담이 서늘했을 겁니다.

자~~ 이제 이쯤에서 정리를 좀 해 볼까요?

이번 기사의 교훈을 '이탈리아에서 추진된 연금 민영화 계획이 저렇게 박살이 난 걸 보니 민영화는 나쁜 거구나!'라고 결론을 내린다면 50%의 교훈도 얻지 못한 걸 겁니다. 물론 이 기사 내용으로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민영화 입법들을 공격하는데 좋은 무기가 될 거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겠지만 거기서 멈춰서는 곤란하겠죠.

작년 12월에 미국에서 터진 메도프라는 양반의 폰지 사기 이야기☜를 들어 보셨는지요. 쉽게 얘기해서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겁니다. 일종의 다단계 수법이죠.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소위 OECD국가들의 연금 시스템을 보면 이 폰지 사기 수법과 다를 바가 거의 없습니다. 즉 항상 새로운 가입자가 있어야 유지가 되는 시스템이란 말이죠.

기존 가입자들이 납부한 돈만으로는 약속한 만큼의 수익을 보장해 줄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계속 신규 가입자로부터 새로운 자금을 수혈을 해야 굴러가는 형태죠. 미국처럼 매년 수백 만의 신규 이민자가 들어오거나 아니면 출산율이 엄청나게 높아서 새로운 세대가 늙은 세대를 부양할 경우에나 가능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보건기구의 2008년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여성 1인당 1.2명을 기록하고 있죠. 세계 193개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그렇게 '비전 2030'을 만들어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노력을 기울여 온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이던 시절 그는 코스닥 상장법인 최고 경영자 세미나에 연사로 참석해서 "(노무현 정부가) 복지예산을 늘려 노는 사람들에게 주는 것은 부작용과 폐단이 크다. 우리나라는 지금 거꾸로 가고 있다."(출처☜)라고 했었죠. 이런 시각으론 현재의 폰지 사기 수법과 비슷한 연금 시스템을 제대로 세우기는 요원한 노릇입니다.

연금 체계를 차세대의 인적 자원 없이 유지할 수 있는 기적적인 묘안을 만들던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민초들이 지나친 경쟁 시스템에 치어 자녀 부양의 짐을 회피하는 것을 막을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복지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겁니다. 저의 예전 포스팅 참조 (이런데도 복지 예산을 안 늘릴텐가?☜)


※ 블로그 링크 - http://crete.pe.kr/7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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