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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 그녀의 젖가슴이 노출됐을 때

요번주 단지 업데

대략 좋다

 

2005.05.20 00:17
29


< 출처 : interpara >


 

 

[소고] 그녀의 젖가슴이 노출됐을 때

2005.5.30. 월요일
딴지 문화생활부

 

지난 주 소피 마르소의 훈훈한 미담이 장안의 화제였다. 칸느 영화제 인터뷰 중 소피의 왼쪽 젖가슴이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전히 건재한 그녀의 젖가슴에 남자들 감지덕지야 말이 필요 없었고, 여자들 역시 그 탱탱하고 미끈한 쉐이프에 반할 지경이었다.

일반인들이 배우의 젖가슴을 보기 위해선 최소한 출연영화라도 봐야 한다. 관람비 혹은 비됴 대여료라도 발생하며, 다운 받으려 해도 시간비용이 들어감을 감안할 때 소피 마르소의 젖가슴 무료 노출은 투철한 대민 봉사정신 아니고 무엇이랴. 특히 자신의 선행을 스스로 수줍어 하며 방그르 웃던 그녀의 미소는, 가히 박애정신의 화룡점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 11월, 미국 배우 타라 레이드도 비슷한 대민 봉사 활동을 한 바 있다. 파티장 앞 포토라인에서 포즈를 취하다 소피처럼 드레스 왼쪽 어깨가 쭉 내려가 버린 거다. 파파라치들 카메라 플래쉬가 작렬하는 가운데, 이 여성, 자신의 왼쪽 젖가슴의 본의 아닌 대민 봉사활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황급히 행사장 스텝이 달려와 옷을 올려주기 전까지는, 얼마 전 보형물을 삽입해 빠방해진 그녀의 젖가슴이 무방비 상태로 찍혀 나갔다. 성형으로 다소 일그러진 유륜 탓에 민폐 아니냐는 일부 소수 의견도 좀 있긴 했다만, 전형적인 선행의 하나임은 틀림없었다.

이 시점에서 국내 여배우들의 결여된 대국민 봉사정신을 질타하고 향후 이들의 육보시 활동을 장려해야 함이 마땅하다..만, 그 전에 잠시 눈을 감고 국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뒤따를 일련의 소동을 함 떠올려 보자.

청롱영화제 식전 포토타임.

이날 사회를 맡은 한 여배우 언냐. 80년대 청소년들의 아이돌로 소피 언냐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그 언냐, 주위의 기대에 한껏 부응,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섹시한 이브닝 드레스 입고 나왔다. 수많은 카메라 앞으로 포즈를 취하며 걸어가던 언냐. 헉.. 드레스 어깨 끈이 흘러내려 왼쪽 젖가슴이 봉긋이 뜀박질 쳐 나온 게 아닌가.

여기서부터 상황은, 빙긋 웃음으로 화룡점정 찍어 사태 마감해 버린 소피 언냐의 그것과 180도 달라진다. 언냐, 그 날 일정을 취소하고 황망히 돌아간다. 다음날 아침, 대한민국 모든 찌라시 프런트페이쥐는 유두 부분이 모자이크 된 언냐 사진들로 채워진다. 인터넷에는 모자이크 안 된 그녀 젖가슴 사진들이 돌아다니고 어떻게 구했는지 동영상 파일도 퍼졌다. 이윽고 해가 지면, 연예보도 프로에서 그녀 집 초인종을 열심히 누르는 리포터의 모습을 보여준다. 암만 눌러대도 열리지 않는 현관문, 어딨는지 모른다는 가족 목소리만 싸늘하게 되돌아 오고 졸라게 심각한 얼굴의 리포터, 자기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만날 수 없었다고 씨부린다.

그 다음날에도 흥분은 물론 가라앉지 않는다. 네티즌들은 사건의 고의성과 우발성을 각각 주장하며 반으로 나뉜다. 해도해도 안되니까 이제 생쇼를 하냐, 아니다 언냐가 불쌍하다.. 또 일각에서는 그녀 왼쪽 젖가슴 품평이 한창이다. 많이 쳐졌삼, 나이 비해 수준급이셈, 성형한 거자나, 오른쪽은 언제, 내년에도 기대하께염 등등..

이 때쯤이면 전문가집단이 등장한다. 시사평론가들은 그간 언냐가 입고 나온 의복들의 노출도를 감안할 때 이런 대형참사는 이미 예고된 인재였음을 논의한다. 또, 의상학계는 해당 드레스가 구조적으로 흘러내릴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며, 국내 스타일리스트와 코디의 자질 문제를 성토한다. 언더웨어 업계는 각종 홈쇼핑 채널에 태스크포스팀을 특파, 안전사고를 막아줄 접착식 브라 특수를 노린다.

여성계에서는 불의의 사고로 그 언냐가 입었을 트라우마를 언급하며 남성 중심의 폭력적 관음증을 비판한다. 그녀의 젖가슴 사진으로 보도경쟁에 나선 남성 사진기자들의 마초기질도 도마에 오른다. 언냐 너를 지지한다며 이제 이 질곡의 가부장제에 함께 맞서 싸울 것을 주문하기에 이른다.

청소년보호우원회도 이 즈음에 나선다. 아슬아슬한 옷차림부터가 청소년에게 악영향이었다고 설파하고, 이를 앞다퉈 보도한 언론도 선정주의라고 꾸짖는다. 언냐의 젖가슴이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불법음란 젖가슴으로 등극하는 순간이다. 불법음란 젖가슴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방송위원회에 연예인 복장 규제법안을 마련해 노출 정도를 규정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젖가슴에 탄복한 검찰 중 일부는 언냐가 제 정신으로 그러지는 않았을 거라며 마약 복용 혐의로 수사할 방침임을 천명하고 언냐를 실물로 볼 궁리를 한다.

이 대목 즈음에서 언냐는 기자회견을 연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나와 절대 고의가 아니었고 이 사건으로 인해 스스로도 충격이 엄청났음을 호소한다. 자숙하는 심정으로 당분간 활동을 중단하고 양로원에 가 봉사활동을 하겠으며, 동시에 공인으로서 이번 일과 같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기자회견을 고비로 여론은 이제 그만 그녀를 용서해주자며 마무리에 들어간다. 2580이나 추격 60분 등에서 이번 젖가슴노출사건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건당사자 언냐나 이를 바라보는 대중 모두 피해자라는, 내나마나 한 결론으로 사건을 얼렁뚱땅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세상은 다시 돌아간다. 여배우 언냐만 잠시 쉬어야 할 뿐...

아, 벌써부터 피로가 몰려온다.

지난 해 초 미국에서는 니플게이트(nipplegate)가 큰 화제였다. 미식축구 03/04 시즌 결승전인 수퍼볼 공식행사장. 해프타임 쇼에 공연 나온 초대형 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자넷 잭슨. 한창 둘이 노래를 부르다가 팀버레이크가 자넷의 상의 가슴 쪽을 당겨 뜯어내자 어느 여자나 그 자리에 응당 있는 게 나와 버렸다. 젖가슴. 그러나 응당 거기 있어야 할 것이 응당 확인됐을 때 사람들이 응당 당황했다.

이 사건 파장은 엄청났는데 그도 그럴 것이, 넓은 미국 땅땡이 전역으로 송출된 공중파 방송인데다가, 어린이들도 보는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 더해, 자넷의 신보가 곧 나올 예정이었기에 그녀의 사전 각본에 의한 연출이 강하게 의심됐다. 파문은 일파만파. 이 사건으로 수퍼볼 공연을 사전심의 하자는 등 보수여론도 들끓었다. 자넷은 팀버레이크 얘가 친 사고였다고 항변하고 유감을 표했지만 대중은 믿어주지 않았다.

그러다 자넷은 두 달여 뒤, 유명한 티비쇼 에 나와 그 모든 상황을 잠재우는 인상 깊은 한 방을 대중과 사회를 향해 날렸다. 이 쇼에 출연,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슴을 노출한 것. 물론 방송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됐다만, 시청자들은 그녀의 젖가슴이 또 한번 카메라 앞에 노출됐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자넷은 그 난리법석을 조소해 버렸다.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거냐고. 웃긴다는 식으로.

어쨌거나.

소피 언냐, 그녀의 경우에는 미소 한 방으로 상황 종료됐다. 사과할 필요도 없고, 관음증의 피해자는 더더군다나 아니었으며, 울 필요도 없다. 자넷이 욕 먹은 것도 젖가슴 노출 자체가 용납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음반홍보를 위해 그랬다는 상업적 의도에 대한 혐의 때문이었다. 어느 사회나 어쩌다 튀어나온 유명인의 젖가슴에 대중과 언론이 환장하는 건 당연하다만, 딱 거기까지면 충분하다.

우리의 경우 이 정도 사건을 받아넘길 사회적 탄력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다 보면, 심히 피곤해진다. 그 촌스러울 사회적 호들갑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진이 다 빠진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건가. 그들 젖가슴이 더 이뻐서? 그들은 몸을 함부로 생각해서? 젖가슴 노출은 아무 것도 아닐 정도로 그들 사회가 문란해서? 아니면 우린 동방예의지국이라서...?

소피 언냐의 좌측 젖가슴으로 대한민국을 들여다 본다.

 

이에 상응하여 남자배우들의 대민 봉사활동도
전세계적으로 즉시 활성화할 것을 촉구하는
   시포(shepoor@ddanzi.com)

185en_041.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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