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땐 소득 적게 신고 사고 보험금땐 높게? “신고대로 계산하라”
[조선일보 정아연 기자]
○…본인의 소득을 실제 수입보다 적게 신고한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경우, 보험금은 실제 수입이 아닌 국세청에 신고한 금액 기준으로 받아야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21단독 이정렬 판사는 3일, 종합소득세를 실제보다 낮춰 신고한 교통사고 사망자 김모(사고 당시 69세)씨의 유가족이 가해자의 보험사를 상대로 “김씨의 세금신고 소득액이 아닌 실제 소득을 기준으로 배상해 달라”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김씨의 유가족들은 당초 소송에서 부동산중개업과 휴대폰 도매업을 했던 김씨가 생전에 월 4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고, 앞으로 일할 수 있는 3년 동안의 소득을 따져볼 때 1억8000여만원의 보험금을 배상해 달라고 요구했었다.
이 판사는 그러나 “사망자는 납세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국가에 대해 법률상의 보호를 구하는 것으로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성실 납세자들을 불평등하게 취급하는 것이므로 원고의 주장은 부당하다”며 “납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는 국가가 법률상의 보호를 해 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이에 “보험사는 김씨의 세금 신고소득액을 기준으로 보험금 36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화해권고 결정에 불복하는 사람들은 2주 이내에 법원에 이의 신청을 제기해야 하며, 이의 신청이 없을 경우 판결문과 똑같은 효력을 지닌다.
(정아연기자 hotaru@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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