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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후보 뒤집어보기⑧] 권영길, 척박한 보수의 땅에 진보의 나무를 심는 큰 형님

 

 

[대권후보 뒤집어보기⑧] 권영길, 척박한 보수의 땅에 진보의 나무를 심는 큰 형님
[데일리 서프라이즈 2005-10-07 12:47]
▲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자료사진)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데일리서프라이즈는 2007년 대선 유력 후보들을 연속 해부하는 특집기사를 연재합니다. '그가 대통령이 돼야하는 이유 10가지'입니다. 조선닷컴이 최근 연재한 '...안되는 이유 10가지'를 뒤집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매체가 어떤 의도로 그런 연재를 했는지의 이유와 함께 후보군들에게서 또 다른 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칼릴 지브란이 이런 말을 했더군요. "우리는 다른 사람의 허물은 쉽게 보지만 정작 보아야 할 자신의 허물에는 어둡다." 본보가 연재할 '...돼야하는 이유 10가지'에서 나타나는 각 후보들의 장점이 실제 경선에서 득표율과 연결될 지의 전망은 독자 여러분들에게 맡깁니다.<편집자 주>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진보정당을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다. 그는 김대중, 이회창 후보와 대결한 97년 대선과 노무현, 이회창 후보와 맞붙은 2002년 대선에서 진보진영의 독자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다.

분단과 독재로 얼룩진 한국 현대사에서 진보정당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애당초 보이지 않았다. 진보세력의 독자 후보들은 87년 이후 대선 때마다 사퇴와 연대 요구에 시달려왔다. 많은 이들은 “이길 수도 없는 선거에 왜 나서서 범민주개혁세력 후보의 표를 갉아먹느냐”고 비판했다.

권영길 의원은 두 번이나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시도했다. 결과만을 보면 당선은 커녕 기대했던 득표율에도 미달했다. 하지만 그가 감행한 ‘계란으로 바위치기’는 지난해 4 ·15 총선에서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이라는 소중한 씨앗이 됐다. 이후 민노당은 군소정당의 한계를 뛰어넘고 진보적 의제를 공론화시키는 정책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제도권 내에 진보정당의 씨앗을 뿌렸던 권영길은 그 결실을 거둬야 하지 않을까. 차기 대선은 고건 전 총리를 비롯 여권에서 김근태, 이해찬, 정동영,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손학규, 이명박 등 쟁쟁한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개혁완수를 위해 재집권을 희망하는 열린우리당이나 정권탈환이 실패할 때 당 해체가 불가피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차기 대선에서 불꽃 튀는 격돌을 벌일 것이다. 진보진영 또한 외연확대와 안정적 뿌리내림 더 나아가 2012년 집권 플랜을 위해서는 양보할 수 없는 한판이다.

조선닷컴은 최근 대선후보 시리즈를 통해 진보진영의 유력 후보 권영길 편에서 ‘황당 공약을 남발하는 위장서민’이라는 의문부호를 달고 다소 색깔론적인 시각에서 권 후보를 평가했다.

본보는 권영길 의원과 민주노동당을 유기적으로 결합, 차기 대선 가능성을 전망해봤다. 조선닷컴이 지적대로 권영길 의원의 대통령 당선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와 소속 정당이 실력만큼의 정당한 평가를 받고 2012년 집권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개인 권영길이 아니라 진보정당 대선후보 권영길

차기 대선은 개헌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2007년 이후 5년간 한국을 이끌어나갈 국정 최고 책임자를 선출하는 것. 조선닷컴은 권영길 의원과 관련 차기 대권 여론조사의 낮은 지지도에 근거로 “대통령의 꿈은 역부족일 것”이라며 “그는 왜 대통령이 되기 힘든 것일까”라는 도발적 질문을 던졌다.

이어 조선닷컴은 △비대중적 한계와 기득권층의 반감 △독자적 득표력의 취약성 △부유세 등 극단적이고 허황한 공약 △위법경력 △노회찬 의원과의 경쟁관계 △위장 서민 논란 △부친의 빨치산 전력 등을 약점으로 일일이 거론했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대통령이 될 수 없을까? 조선닷컴은 특히 ‘뜨는 노회찬, 지는 권영길’이라는 구도를 사용, 최악의 경우 (권영길 의원이) 차기 대선후보조차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지난 4월 11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의회진출 1주년 기념 <민주노동당의 길-빈곤극복과 평화실현> 토론회에서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 권영길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민노당은 기존 정당과는 시스템이나 체계나 다른 정당이다. 이 때문에 정치인 권영길 개인이 아닌 진보정당 대선후보 권영길로 평가해야 그의 대선 전망에 대한 합당한 평가가 가능하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등 기존의 여야 정당이 이념적 스펙트럼이 혼재돼 있다면 진보성이라는 비교적 단일한 이념으로 조직돼 있고 당내 민주화에 있어 훨씬 돋보이는 정당이다. 기존 정당들은 누가 대선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당의 전반적인 컬러는 물론 실세그룹도 자연스럽게 교체된다.

반면 민노당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권영길 혹은 노회찬 그리고 제3자 누가 나서더라도 민노당의 대선후보는 당의 핵심적 가치와 이념을 실현해내는 매개자일 뿐이다. 인물보다는 소속 정당의 가능성에 보다 포커스를 둬야 한다.

이 때문에 권영길과 소속 정당인 민노당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노당의 입장에서 2007년 집권은 실현이 어렵겠지만 2012년 집권의 가능성은 충분히 탐색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차기 대선에서 권영길 의원은 2012년 집권의 씨앗을 뿌리는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분파주의 노동운동을 통합으로 이끈 리더십

권영길 의원은 90년대 한국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상징이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아직 ‘국회의원 권영길’보다는 ‘위원장 권영길’ 혹은 ‘대표 권영길’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 권 의원과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의 영역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다양한 인사들은 아직도 ‘위원장’ 혹은 ‘대표’로 그를 부른다.

먼저 ‘위원장 권영길’은 과거 노동운동 지도자 시절의 그를 가리키는 것. 또한 ‘대표 권영길’는 ‘국민승리21’과 ‘민주노동당 대표’를 역임하며 진보정치의 상징으로 활동한 경력을 담아낸 호칭이다.

권영길 의원은 80년대 말 노동운동에 투신, 1994년까지 언론노동조합연맹 초대부터 3대 위위원장을, 95년부터 97년까지는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국민승리21’ 창당과 97년 대선 출마, 2000년 16대 총선 출마, 2002년에는 민주노동당 후보로 대선전에 뛰어들었다.

오랜 노동운동 생활과 진보정당의 풍부한 경험 속에서 그가 가지는 강점은 통합의 리더십이다. 정치는 한마디로 이해집단의 대립과 갈등을 조절하는 예술. 권 의원은 특히 노동운동 지도자 시절과 진보정당의 대표를 역임하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조직들을 큰 대과없이 무난히 이끌어왔다. 특히 김영삼 정권 말기 노동법 개악안이 날치기 통과된 것에 맞서 총파업 투쟁을 이끈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매카시즘은 독이 아니라 득

색깔론은 지역주의 정치와 함께 우리 정치를 후퇴시킨 가장 고질적인 악재였다.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통해 민주화에 헌신했던 인사들은 ‘빨갱이’라는 딱지를 천형처럼 받아들여야만 했다. 과거 독재정권의 논리대로 본다면 민노당은 ‘빨갱이 집합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좌우파를 막론한 운동권 인사들이 주요 포스트에 포진해있다.

조선닷컴은 대선후보 권영길의 약점으로 부친의 빨치산 경력을 거론한 바 있다. 조선닷컴은 대선후보 시리즈 권영길 편에서 “부친 전력 문제는 물론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국가 지도자로서 자격을 논할 때 큰 걸림돌이 될 것임을 부인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색깔론의 냄새를 짙게 풍긴 부친의 빨치산 경력이 ‘과연 약점이 될까’라는 점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사례를 볼 때 다소 의문이다.

▲ 지난 3월 21일 오후 열린 국회 통외통위(독도문제 현안보고) 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반기문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선후보 시절 장인의 부역 의혹에 맞서 “유권자 여러분들께서 부역자의 딸이 아내라는 이유로 제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하신다면 저는 기꺼이 대통령 후보를 포기하겠습니다”고 호소했다. 이에 국민들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선택, 그의 아픈 가족사를 보듬어 안았다.

2002년에도 통하지 않았던 이른바 색깔론이 2007년에 통할 리는 만무하다. 오히려 색깔론은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과거 선거 때마다 몰아친 매카시즘적 광풍에 휩쓸리지 않은 만큼 우리 사회는 이미 성숙해있다.

△개혁 대 진보로 재편되는 정치구도

87년 이후 대선이나 총선의 주요 국면에서 진보진영을 가장 곤혹스럽게 한 것은 정권의 탄압도 내부의 갈등도 아니었다. 어쩌면 독자 당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광범위하게 유포된 사표심리로 진보진영은 범민주개혁세력 후보의 당선을 도와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 때문에 개혁과 진보 사이에서 갈등하는 수많은 유권자들은 머뭇거렸다. 실제 권영길 후보의 경우 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각각 1.2%와 3.9%에 불과한 투표율을 얻었다. 특히 2002년 대선 당시 권영길 후보는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대선 정국 최대의 유행어를 만들어내고 방송토론 등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 진보정당의 의미있는 득표를 기대했다.

하지만 대선 전날 정몽준 의원의 지지 철회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많은 지지자들이 노무현 일병 구하기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4.15 총선 직전에도 ‘거대 야당의 부활을 경계해야 한다’는 사표이론이 등장, 민노당은 적잖은 손해를 겪었다.

과연 차기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도 이러한 관행들이 여전히 반복될까?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민노당은 원내 진입 이후 누구나가 인정하는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이는 10석이라는 군소정당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대 이상의 것이었다. 한마디로 진보적 의제설정에 성공한 것이고 이는 지지자층의 확대로 늘어났다.

X파일로 드러난 한국사회의 추악한 정경언 유착 구조에 대해 민노당은 가장 선명한 입장을 견지, 폭넓은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점을 중요하게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의석수로는 민주당이 3당이지만 일반인의 인식에서는 민노당이 여전히 3당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아울러 보수라는 이념 앞에 ‘합리적’ ‘개혁적’ ‘혁신적’ 이라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거나 뉴라이트 운동의 확산 등은 보수가 처한 위기감을 그대로 나타낸다. 이와 동시에 우리 사회가 개혁 대 진보라는 구도로 변화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설득력 얻어가는 공약들

권영길과 민노당의 이미지 중 하나는 과격하다는 것. 또한 민노당의 강령과 부유세 등 주요 정책들 또한 실현 불가능한 이상적인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먼저 강령부분. 딱딱한 사회과학적 용어의 사용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유렵식 사회민주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히려 민노당의 강령을 지나치게 삐닥하게 보는 시선은 우리의 사회경제적 토대가 그만큼 왜곡돼있다는 반증이다. 실제 많은 학자들은 민노당이 추구하는 이념이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들이 지향하는 수준보다 더 우파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홍세화 한겨례신문 기획위원은 과거 권영길 의원의 대선출마와 관련한 글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하는 정당이 존재한다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도 존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선 유권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서민 대중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하는 정당은 없었다”면서 “민주노동당은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갈 수 없는 사회를, 돈이 없어서 대학에 갈 수 없는 사회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신이 노동자, 농민, 서민이라며 사회경제적 처지에 걸맞는 정치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사회구성원들이 자신의 사회경제적 정체성을 인식하고 그에따른 정당 선택이 이뤄질 때 한국사회는 비로소 하나의 ‘사회’라고 불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이 주장하는 무상교육, 무상의료, 부유세 등은 정말 허황된 공약인가? 교육과 의료, 부동산의 문제로 우리 국민들이 감당해온 엄청난 비용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황당한 공약으로 평가하기보다 진보적 관점에서의 고민과 문제해결이라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진행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또한 이에따른 사회 양극화는 사회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다.

사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위기 탈출은 고통분담이라는 슬로건에도 노동자와 서민층의 고통전담으로 어느 정도 극복됐다. 하지만 이후 이들의 삶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너무 미진한 편이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부유세 등 민노당의 3대 핵심정책은 지난 대선에서 그 참신성에도 실현 가능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차기 대선에서도 과연 ‘황당한 공약’이라고 평가받을 것인지는 현재 한국이 처한 사회경제적 현실과 토대, 복지수준만을 살펴봐도 답은 나온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 2004년 12월 5일 오후 이해찬 국무총리가 7일째 단식농성중인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을 찾아 유감표명의 뜻을 전하고 있다. ⓒ2005 데일리서프라이즈 박항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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