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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드는 방송, 록에 죽고 록에 산다

 

 

 

문화 + 종합
우리가 만드는 방송, 록에 죽고 록에 산다
[자유정신 부활 시대, 음악의 힘 ④] 아마추어 록·메탈 전문 방송 'WeRock24'
텍스트만보기   박봄이(myeris) 기자   
살다보면 한번쯤 겪게 되는 상황.

비 내리는 날, 모처럼 창가에 폼 잡고 앉아 커피 한잔을 하고 있다. 분위기도 적당히 잡히고 나름대로 추억의 회상도 그럴 듯하게 나올 것 같다. 그런데 적막하다. 분위기 잡아주는 음악 한 곡 정도 나와 준다면 하는 아쉬움.

또 하나 생각해보자. 직장상사에게 잘하고도 욕먹는 억울한 하루. 술 한 잔으로 풀어도 좋겠지만 더 화끈하게 달리고 싶어 차를 몰고 질주를 한다. 분위기를 맞춰줄 메탈 한 곡 정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어째 가지고 있는 거라곤 카페 메들리뿐이다.

▲ WeRock24의 방송 모습.
ⓒ 박봄이
얼마 전, 꿀꿀한 기분을 가눌 수가 없어 이 기분을 풀어줄 달리는 록 음악 한 곡이 너무나 절실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딱히 어떤 음악을 정해놓은 것도 아니고 막연한 기분만으로 음악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음악 사이트들을 둘러보았지만 기분을 달래줄 수 있는 곳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이 미친 것이 '윈앰프 방송'이라 불리는 아마추어 게릴라 음악 방송방.

내가 찾은 곳은 록·메탈 전문 방송방인 'WeRock24'였다. 늦은 시간에 과연 방송방 안에 사람이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잠시, 새벽 3시가 지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취자는 40여명에 이르렀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와 사는 이야기들로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활기찬 분위기였다.

새로운 세상, 음악이 있는 곳, 사람이 있는 곳

WeRock24는 1년이라는 길지 않은 역사이지만 평균 청취자가 100여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록/메탈 전문 방송방이다. 물론 가요, 팝, 댄스 방송방의 경우 몇 백 명에 달하는 청취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공중파도 아닌 아마추어 방송이라는 점과 우리나라의 록/메탈 장르의 대중적 위치와 비중을 따져보자면 이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서 WeRock24의 시삽인 이경석(38)씨는 이렇게 대답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듣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을 했어요. 록, 얼마나 신나는 장르인가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또 청취자 분들이 추천하는 음악들을 들으면서 '아, 이런 곡도 있었구나' 하며 알아가는 것. 그 어떤 것보다 값진 것이라 할 수 있죠. 또 성별도, 지역도, 나이도 다른 사람들이 록이라는 음악 하나만으로 이렇게 모여들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 WeRock24의 최고 강점이랍니다."

▲ 음악과 함께 즐기면서 사는 인생.
ⓒ 박봄이
또한 이렇게 많은 이들이 음악 방을 찾는데에는 물론 음악이 주요 이유이지만 단순히 음악만을 틀어주는 방송이 아닌 전문 라디오 방송과 마찬가지로 CJ(Cyber Jockey)들이 24시간 체계적인 멘트 방송을 하는 것도 큰 몫을 차지한다.

록에 죽고 록에 산다

WeRock24에는 10명의 정규방송 CJ와 4명의 도움방송 CJ, 그리고 4명의 카페 스태프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각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가능한 시간대를 정하여 방송을 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어떠한 보수도 없이 오로지 음악을 듣고 들려주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모인 사람들이다.

"돈 바라고 하면 못하죠. 오히려 CJ들의 돈을 모아서 서버비용을 내야 하는 상황인데도 다들 흔쾌히 따라주고 혹시나 방송에 지장이 생기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모두 발 벗고 도움을 주려고 하고 있어요. 모두 바라는 것 없이 오로지 록이 좋아서 모인 건전하고 평범한 성인들입니다."

실제로 이경석씨의 경우 다원당이라는 전통공예방의 어엿한 사장님으로써 일터에서 항상 음악을 틀어놓고 있으며 그 덕에 손님이 없는 날이라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집사람도 몰라요. 알게 되면 아마 많이 혼날 겁니다. 저희 집은 찬양의 곡들이 흐르는 집인데 남편이 밖에 나와서 록이라는 장르, 더군다나 방송까지 하고 있는걸 알면…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합니까. 록에 살고 록에 죽는 사람들이 우리인걸요."

▲ 록을 사랑하는 이들끼리의 조촐한 친목도모 자리.
ⓒ 박봄이
사람이 듣는 음악,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

WeRock24는 기본적으로 웹 플레이어로 청취가 가능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이들은 채팅방을 찾으면 된다. 그러나 이 채팅방이라는 곳이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이다보니 기본적인 사이버 매너가 무척 중요할 수밖에 없다.

"어린 아이들이 가끔 들어와서 50대 청취자에게 시비를 걸거나 혹은 나이가 많다고 어린 학생들을 무시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 때문에 분쟁이 생기기도 했고요. 하지만 몇몇 분들 때문에 방에 모인 많은 분들까지도 감정이 상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어린 학생들에겐 말 한마디부터 예의를 알려주고 나이가 많으신 분들껜 권위의식을 버려 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있답니다.

우리가 여기 왜 모였습니까. 록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 사소한 일로 서로에게 상처를 줘서는 안 되겠죠. 그 어떤 곳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가 친구처럼 가족처럼 오순도순 모이기는 힘들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방송을 하는 CJ들이 가장 사양하고 싶어 하는 유형의 청취자는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해서 이경석씨와 WeRock24의 부시삽이자 시스템 담당을 맡고 있는 강덕규(36)씨와 정방 CJ 윤상연(28)씨는 이렇게 말한다.

"저희는 록을 좋아해서 모인 사람들이지, 일반적인 채팅방처럼 남녀 간의 만남을 목적으로 모인 곳이 아닙니다. 그런데 꼭 들어오셔서 음악은 관심 밖이고 '작업'만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 때문에 불쾌해서 나가시는 분도 봤고요. 물론 오랜 시간 사이버 상에서 교류하며 정이 드는 거야 누가 말리겠습니까. 하지만 목적자체가 순수하지 않으신 분들은 정말 사양합니다."

"이 곳에는 단순히 록을 즐기시는 분들도 있지만 활동을 하시는 뮤지션 분들도 많이 오세요. 또 록/메탈 장르를 하시는 분들 고집은 대단하잖아요. 그러니 자연히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분쟁이 일어나죠.

그런데 꼭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셔서 싸움이 일으키시는 분들이 있으세요.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을 다른 이들은 싫어할 수도 있는 거고, 또 반대일 수도 있잖아요. 부디 WeRock24에서 만큼은 서로간의 음악적 취향과 생각에 대해서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았으면 해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요."

"록/메탈 방송이라고 해서 꼭 그 장르만 나오는 건 아니에요. CJ의 재량껏 분위기를 봐서 다른 장르의 신청곡도 받고 선곡을 하기도 하죠. 그런데 꼭 다른 장르의 음악을 비하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또 국내음악을 틀면 촌스럽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제발 그러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정말 감사하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CJ의 선곡에 대해서 묵묵히 감상해주시는 분들과 해외에서 거주하면서 언제나 WeRock24의 열혈 청취자를 자처하시는 분들. 그리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좋은 곡들을 꼭 함께 듣고자 하시는 많은 분들. 이런 분들이 있기에 언제나 방송이 즐겁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를 한다.

록으로 뭉쳐보자, 그것이 살 길이다

WeRock24는 오프라인 모임 또한 활발한데 2005년에는 부산 록 페스티발에 CJ를 비롯한 청취자들이 버스 한 대에 모여 공연을 보러 가기도 했었다. 이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공연들에 '벙개' 형식으로 만나 참여하는 등 회원 간의 친목도 끈끈하다는 것.

▲ 부산 록 페스티벌 현장!!!
ⓒ 박봄이
"하지만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록 음악방의 통합이에요. 다들 고집 있는 친구들이다 보니 여기저기 흩어져서 자신들 취향의 음악에만 빠져 있기 쉽죠. 우리나라에 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요나 팝만큼 많은 것도 아닌데 적은 인원일수록 뭉쳐야죠.

록이라는 장르가 대중적인 장르, 모두가 함께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을 수 있으려면 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뭉쳐야 합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저기 흩어진 록 음악방들이 모두 모여 한 곳에서 방송을 해보는 것이 꿈이에요."

음악이 그리울 때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곳

이경석씨는 음악에 대해서는 어릴 적에 선배들 따라다니면서 공연을 즐기던 것일 뿐, 그 어떤 음악적인 일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고. 그랬기에 지금까지 방송을 이어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 록이라는 장르가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그 날이 왔으면 한다고 한다.

▲ 언제까지나 변치 않는 록/메탈 사랑 실천.
ⓒ 박봄이
WeRock24 청취 방법

┃방송듣기┃

┃윈엠다운┃

┃CJ Studio┃



/ 박봄이
"문득 음악이 무척 듣고 싶은 날이 있죠. 그런데 어디서 들어야할 지도 모르겠고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할지도, 심지어 자신이 좋아하던 곡의 제목조차 가물가물해질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나이가 들면서 생활에 쫓겨 살다보니 자연히 그러한 감성들과는 멀어지는 것이죠. 그런 분들이 많이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언제나 대기 중인 CJ들과 함께 음악을 듣는 청취자분들이 그 갈증을 해소시켜 드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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