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선 양적접근의 개념 및 용어를 익혀보자. 다소 이론적이고 전문적인 개념들이지만 차근차근히 읽어 보고 이후에 제시되는 분석절차에서 다시 확인한다면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이 단계에서 잘 이해되지 않더라도 한 번 읽고 넘어간다고 생각하자.
대개 사람들은 보통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가 별개의 과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양적연구의 '편협성'을 비판하는 연구자와 활동가는 ‘이론’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양적연구를 ‘숫자놀이’나 차이를 없애버리는 ‘평균화’로 치부하곤 한다. 또는 단순한 기능적 절차와 기술이나 심하면 조작술로 취급한다. 이런 통념적 견해에 따르면, 양적방법은 그런 접근이 주장하는 이론의 '보편성'과 '일반성'이란 가면아래, 현실의 다양성을 삭제하고 배제하는 조작적 기술이며, 그 결과 왜곡된 보편성과 일반성을 생산한다.
이러한 견해가 일견 타당하게 보이지만 실제 양적연구과정을 살펴보면 이러한 통념 역시 편협함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로, 양적 접근 못지않게 질적 접근와 이론 연구도 그 과정 중에 ‘조작적’ 성격을 보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여기서 '조작'이란 연구과정, 아니 글쓰기 과정 자체가 가진 한계, 즉 '재현'을 뜻하며, 특정한 방법론은 특정한 재현방식과 기술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전략 마다 고유한 재현적 특성이 있고 그에 따른 장단점이 있는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 접근들이 현실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며, 예측하려는 방식에서 다를 수 있겠지만, 차이에 못지않게 '이론화'를 지향하는 '개념'의 '발명'과 '명명'이라는 점에서 목표가 다르지 않다. 보다 중요한 점은 이런 ‘이론화’가 연구접근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면, 연구자는 적어도 방법론에서는 '실용주의자', 혹은 '실험주의자'여야 한다 .
앞으로 한 동안은 통계 테크닉을 제쳐두고, 간단히 두 가지 면만 살펴 보겠다. 첫 번째, 양적 연구에서 개념화에 관련된 용어와 두 번째, 양적 연구가 다른 연구전략과 구별되는 특성을 간략히 묘사하겠다. 이는 양적 접근의 기본 골격이고, 이런 기본 골격과 구체적인 통계 기법이 어떻게 관련되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 부분을 건너뛰어도 무방하지만, 차근히 읽어보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앞으로 다룰 내용을 그림으로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분량 관계상, 이번에는 <표1>과 <표2>의 이론층위에 관한 내용만 살펴보자.
이론층위 |
개념concept |
|
추상화 |
⇅ |
⇅ |
↑ |
⇅ |
변수variable |
조작적 정의 |
||
⇅ |
↓ |
||
측정층위 |
척도measure |
|
구체화 |
<표1> 개념-변수-측도의 관계 |
이론층위 |
개념A |
← 관계진술: 이론적 명제 → |
개념B |
|
⇅ |
|
⇅ |
측정층위 |
변수A |
← 관계진술: 통계적 가설 → |
변수B |
<표2> 명제와 가설의 관계 |
그림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이론층위는 주로 개념, 개념화, 명제의 의미와 관계를 말하며, 측정층위(또는 통계층위)은 변수, 통계적 가설, 척도의 의미와 관계를 말한다. 이론수준에서 측정수준으로 갈수록 구체화(예를 들어, 경험조사의 설문문항과 값)가 진행되고 반대로는 추상화(예를 들어, 개념과 이론적 논쟁)가 이루어진다. 표에서 보이듯이, 이론층위와 측정층위는 서로 대응관계를 지닌다.
2. 먼저 개념concept, 구성개념construct, 개념화conception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개념'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통상 개념이란 어떠한 현상(상태, 사물, 태도, 행동, 제도, 사건 등)에 대한 정의규정을 의미한다. 이는 어떤 현상에 대해 그 속성에 따른 ‘이름붙이기(명명)’를 통해 일반화시킨 아이디어이다. 구성개념은 개념의 집합, 또는 단일 개념 -- 하나의 개념만으로도 구성개념이 될 수 있다 -- 을 범주라고도 한다. 구성개념은 주로 심리학에서 선호하는 용어이지만, 가장 적절한 번역어로 보이는데, 하위 개념들로 구성된 상위 개념이란 뜻이다. 설명과 이해의 편의상, 개념을 하위개념, 구성개념을 상위개념처럼 이해하면 되는데, 수학적인 집합 표현으로 도식화하면, 구성개념={개념a, 개념b, 개념c....}로 볼 수 있다.
물론 같은 현상이나 현상이나 사태를 두고, 각각 다른 개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구성개념A={개념a, 개념b}이더라도, 이후 1)개념a을 개념a′로 변경하여, 구성개념A′={개념a′, 개념b}로 만들거나, 2)개념c 등을 추가하여 구성개념A″={개념a, 개념b, 개념c}로 만들 수 있다. 또한 3)구성개념B={개념a, 개념b, 개념d}가 존재할 때, 구성개념A와 B는 비록 개념a과 개념b를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개념이 될 수 있다.
이런 개념의 형성과 변경의 과정을 개념화 혹은 개념형성이 라 한다. 추가적으로 언급하면, 보통 양적 연구의 이론부분(즉, 이론적 배경)은 특정한 개념의 개념형성에 관한 논점과 역사를 검토하여 연구자의 관점을 보다 명확히 하는 과정이고, 자신의 관점을 다른 사람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작업이다. 또한 농담으로 덧붙이면, 개념과 범주에 대한 이런 '전형적'인 설명방식이 '고양이과의 고양이' 같은 역설에 부딛힌다는 점만 언급해두자.
3. 위의 내용을 조금 다른 식으로 설명해 보자. 개념은 속성(특성, attribution)과 그 속성의 차원을 가진다. 가령 참새, 풍선, 비행기 등은 ‘비행체’라는 개념으로 묶여질 수 있으며, 이들은 공중으로 뜨고(부양), 빠르고 느리게(속도) 날아다닌다(비행). 여기서 부양, 속도, 비행은 ‘비행체’란 개념의 속성이다. 이 속성 각각은 높이/낮게, 빠르게/느리게, 길게/짧게라는 차원을 가진다. 우리는 속성과 차원에 따라 참새, 풍선, 비행기의 위치를 그릴 수 있고, 새, 풍선, 비행기의 유사성과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물론 종달새, 뻐꾸기, 독수리 등과 참새는 ‘조류’라는 또 다른 개념으로 묶을 수 있다. (정도, dimension)-- 통계에 대해 아시는 분은 눈치 챘게지만, 이것이 이른바 요인분석factor analysis이라는 통계 기법의 기본 아이디어이다 -- 앞서 설명한 대로, 개념은 무리를 이룰 수 있다. 즉 하나의 개념 아래에 여러 하위개념들이 묶여질 수 있다. 우리는 종달새, 뻐꾸기, 참새, 독수리를 모두 ‘새’ 또는 ‘조류’라는 상위개념으로 묶을 수 있다. 그리고 조류의 하위개념인 참새목(目)은 모두 5,100여 종(種)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참새들을 포괄하는 상위개념이다.
자연현상과 달리 사회현상과 문화현상은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거나 더욱 복잡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누구누구를 ‘신뢰’한다고 할 때, 신뢰 -- 여기서는 특정 정부와 언론같이 특정 제도에 대한 게 아니라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신뢰, 즉 대인간 신뢰 -- 란 오직 추상적으로 정의함으로써만 개념화된다. 즉 누구누구를 신뢰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긍정적으로 믿을 뿐만 아니라, 비록 그 사람이 배신할지도 모르지만 무조건적으로 그러한 가능성을 수용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맹목적 믿음이나 보상적 거래와는 다른 개념인 것이다. 그리고 ‘신뢰’라는 상위개념은 계산적(또는 경제적)으로 주고받는 관계에서 생기기도 하지만, 오랜 기간의 관계로 인해 감정적․정서적으로 생기기도 한다. 이 때 각각을 ‘인지적 신뢰’, ‘정서적 신뢰’라는 하위개념으로 명명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집합식을 이용하면, 신뢰={인지적 신뢰, 정서적 신뢰}이다.
우리가 개념형성 과정을 설명할 때, 구성개념을 이루는 하위개념들이 변화로 설명했다. 신뢰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데, 사실 학계나 경험연구에서 ‘정서적 신뢰’와 ‘인지적 신뢰’보다는, 신뢰의 하위개념을 ‘능력’, ‘배려’, ‘도덕성’으로 보는 경우가 더 많이 사용된다. 가령, 직장 상사에 대해 부하가 상사를 신뢰한다고 했을 때, 상사가 능력 있고, 부하에게 배려를 잘 해주고, 도덕적일 때 그렇게 답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신뢰={능력, 배려, 도덕성}인 것이다. 명심할 점은 어떤 개념화가 확연히 더 낫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답은 없으며, 연구자는 연구 맥락에 따라서, 또 이론적 토대에 따라서 상이한 개념화를 채택할 수 있다.
4. 명제는 개념과 개념 간의 관계를 진술한 문장이다. 예를 들어,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높이면, 투쟁강도가 강할 것이다.’라는 문장은 노동자들의 계급의식(개념)과 투쟁강도(개념)를 방향성(증가 혹은 감소)과 관련성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런 명제를 도출하는 작업은 주로 (광의의) 이론과 선행 조사작업에 의하는데, 다시 말해 명제 도출의 근거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명제들(의 집합)을 단순하게 말해서 일종의 이론화라고도 하며, 이른바 연구모형(혹은 모델)이란 연구자가 해당 조사작업에서 설정하고 있는 한 개 이상의 명제들로 이루어진 명제들의 집합이다. 이것을 간단히 집합식으로 표현하면 이론(혹은 연구모형)={명제1, 명제2, 명제3...}이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계급의식과 투쟁강도의 관계를 명제1로 본다면, 회사몰입과 투쟁강도의 관계(노동자들의 회사몰입이 높을 수록 투쟁강도는 떨어질 것이다)를 명제2로 추가할 수 있다. 이런 명제들의 복합체, 또는 다양한 개념들 간의 관계가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정련될 때, 즉 이론화가 경험연구에서 안정화될 때, 이론이 성립하며, 또한 한 번 성립된 이론은 계속해서 새로운 이론화를 통해 변화한다. 모든 연구조사작업은 이런 과정을 밟는 것에 다름 아니며, 따라서 앞서 우리가 언급했던, 개념화conception 혹은 개념형성 과정과 여기서 말한 이론화theorizing는 우리가 다루고 있는 양적 접근의 이론층위에서 가장 중요한 축으로 볼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양적 접근을 좁은 의미의 통계(여기서 측정층위라 한 것)로만 인식하는데, 오히려 이것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이론화, 곧 명제 만들기 -- 문제 만들기 -- 이고, 내가 앞선 포스팅에서 잠시 언급한 이론생성은 이것을 말한다. 통계는 그 다음 문제이다.
좀 압축적이고 무미건조한 설명이었지만 -- 쉽게 쓰지 못해 죄송 -- , 이상으로, 속성과 차원, 하위개념, 상위개념, 명제 및 이론의 관계가 설명된다. 단, 이러한 용어들은 현실의 구체적인 많은 요소들을 버리고 유의미한 특정한 면만을 ‘추상화’시킨 ‘이론적’ 개념 및 관계들을 가리킨다. 이러한 용어들은 질적인 방법과 양적인 방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관념들을 보다 조작가능한 도구로 전환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온도’라는 동일한 개념을 측정하기 위해 섭씨(℃) 온도계를 만들기도 하고, 화씨(℉) 온도계를 만들 수도 있다.
다음에는 변수와 측정, 척도, 통계적 가설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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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heterosis님의 트윗
Tracked from @heterosis [2010/09/21 11:12] 삭제양적 연구의 기본 용어와 구조_1 http://bit.ly/d72oVm 아마 이 블로거분이 앞으로 심리학과 사회과학에서의 통계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줄것. ㅋㅋㅋ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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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wooyonhwa [2010/09/21 11:47] 삭제완초과학자님의 통계특강 개봉박두..RT @heterosis 양적 연구의 기본 용어와 구조_1 http://bit.ly/d72oVm 아마 이 블로거분이 앞으로 심리학과 사회과학에서의 통계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줄것. ㅋㅋㅋ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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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insanebutterfly님의 트윗
Tracked from @insanebutterfly [2010/09/21 12:04] 삭제RT @heterosis: 양적 연구의 기본 용어와 구조_1 http://bit.ly/d72oVm 아마 이 블로거분이 앞으로 심리학과 사회과학에서의 통계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줄것. ㅋㅋㅋ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