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4/07 16:53

매맞는 여성

자주 놀러가는 커뮤니티가 있는데, 주로 고등학생 이상의 여성들이 모여서 논다. (따로 로그인이나 등등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되었다.) 20대가 많고, 내가 꽤 나이많은 축에 속하는 듯. =ㅂ= 그런데 잊어버릴만 하면 아버지에게 맞은 이야기가 올라온다. 이유도 많다. 재수에 실패했다거나, 말대답을 했다거나, 건방지게 쳐다봤다거나, 어머니 편을 들었다거나 기타등등기타등등. 글을 쓴 사람들은 그렇게 아버지에게 죽도록 구타당하고 방에 틀어박혀서 울면서 글을 쓴다. 그런데 아찔한 것은 그 글만 해도 실은 가슴이 아픈데, 그런 글에 보통 달리는 스무개 정도의 댓글 중에 나도 어제 맞았다, 며 위로하는 글들이 꽤 된다는 거다. 그래서 어제오늘 아버지에게 맞은 사람들과 암튼 나름대로 위로하는 사람들이 덧글로 얘기하는 결론은 항상- 그 나이의 아버지를 대화로 바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빨랑 돈벌어서 독립하자, 다. 어떻게어떻게 준비하라고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 주는 사람들도 있다. 매맞는 여성이라면 거의 항상, 남편이나 애인(이거 말고 다른 표현없을까?)등의 동거인에게 맞는 여성을 떠올린다. 하지만 스물안팎의 남성이 아버지에게 맞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왜 아직도 아버지에게 맞는 여성이 이렇게 많은걸까? 더 답답한 것은 대안도 요원하다는 거다. 물론 그 커뮤너티에 모이는 사람들 중에는 독립해서 사는 사람들도 꽤 된다. 집에서 조금 지원을 받은 경우도 있고, 악착같이 모아서 독립한 자기 얘기를 해 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정말 20대가 독립해서 살기 어려운 이 사회에서, 해답이 독립해서 산다는 것밖에 없다는 것은 정말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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