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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 없어진 곳도 문제 많다

국회, ‘미군기지 반환’ 국정조사 하라

사설

 

 

 

 

주한미군기지 14곳의 반환 절차가 어제 종료됐다. 시종일관 미국 쪽 의지대로 진행됐던 이 과정은 환경주권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을 남겼다. 미군은 멋대로 환경오염 치유 기준을 정했고, 멋대로 처리했으며, 멋대로 기지를 넘겼다. 환경조사 결과 보고서도 독자적으로 제출하고, 미국 당국은 제 보고서에 스스로 서명하는 것으로 절차를 끝냈다.

지난해 오염을 치유했다며 미군이 관할권을 넘긴 미군기지 15곳의 환경오염은 심각했다. 미군이 정한 오염 치유 기준은 기름탱크나 불발탄, 고철 등 가시적인 것만 제거하겠다는 것으로, 정작 중요한 토양이나 지하수 오염은 아예 외면했다. 그나마 스스로 정한 기준조차 충족시키지 못한 기지가 10곳 이상이었다. 매향리 폭격장은 불발탄도 제거하지 않은 상태였다. 한국 정부가 추가 조처를 요구했지만, 미군은 이를 거부했다.

 

정부는 동맹과 안보를 고려해 수용했다고 둘러댄다. 하긴 경제주권도 내주는 판에 환경주권이야 눈에 보일 리 없겠지만, 이로 말미암아 국민이 감당해야 할 천문학적 치유 비용과 오염 피해는 어찌할 것인가. 14곳의 토양 오염 등을 치유하는 데 대략 4000억~5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2011년까지 기지 45곳을 더 반환받게 되는데, 전체 오염 치유 비용은 1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도 나온다.

 

정부의 이런 무책임에 대해 이제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오염 실태를 낱낱이 밝혀 그 위험성을 알리고, 굴욕적인 협상 내용을 따져야 한다. 더는 반복돼선 안 되겠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민주노동당 등에서 추진했던 것이기도 하다. 의정부의 카일, 파주의 에드워드기지의 지하수엔 각각 488㎝, 240㎝의 기름띠가 떠 있다고 하며, 춘천이나 파주 쪽 기지들은 토양의 기름 성분 오염이 기준치의 100배를 오르내린다고 한다. 춘천 페이지기지의 경우 1급 발암물질인 벤젠 오염이 기준치의 40배를 넘는다. 치유되지 않은 채 반환된 필리핀의 수비크와 클라크기지의 경우 지금까지 인근 주민 1000여명이 폐암이나 백혈병으로 숨졌고, 난치병 환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푸에르토리코 비에케스 섬에선 주민의 73%가 납중독, 44%가 수은 중독에 시달린다.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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