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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에 씨앗을...(41)

어느 날,

잠자고 있던 플래카드들이 다시 펄럭이기 시작했다.

빈 너른 들판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어느 저녁에.

맨발로 그 길에 들어섰다가 그만 정신이 바짝 들어버렸다.

이러고 주저앉아 있으면 내가 너를 통째로 삼켜버리리라- 땅 속에서부터

우글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발이 닿는 곳마다 부드러운 흙이 나를 쓰다듬었다.

 

다시 눈이 보이고 귀가 들리고 몸이 열리기 사작했다.

오늘부터 다시 잘 살아야지.

 

 

http://cafe.daum.net/6-2nong/KCWg/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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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도착하였다.

서울 강남역에서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 양수역으로 오는데 1시간 20분.

오전에 알바를 하고 부랴부랴 들어왔지만 햇살이 슬쩍 누워있었다.

 

 

 

 

화장한 내 얼굴을 힐끔 쳐다보는 아저씨들에게

이렇다할 농담도 제대로 건내지 못하고

내가 더 어색해 조금은 쓸쓸하게 술을 얻어 먹고.

도시 직장인 코스프레 의상이 숨이 막혔다.

 

 

 

오늘은 플래카드를 다는 날.

이렇게나 많이. 지난 3년간의 외침.

줄지어 늘어선 플래카드들이 만장같다.

다시 이들을 일으켜 깨워야 한다.

 

 

흙, 그리고 플래카드.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선선하였다.

해질 무렵 강가에는 주홍빛 노을이 내렸다.

빈 땅엔 파이프를 떄리는 망치소리가 쨍쨍거렸다.

서로 별 말이 없었다.

 

 

 

 

 

 

 

 

 

 

처음 보는 친구인데 마침 와주어 얼마나 반갑던지.

어찌 저찌 알게되어 혼자 찾아온 학생덕에 마음이 뜨거워지고

아저씨들도 기운을 내셨다.

 

 

 

나는 맨발로 돌아다니며 이리 저리 사진을 찍고

노을지는 강가의 반짝이는 물비늘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뻐근해, 파스라도 붙여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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