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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12/04 17:16

핏대를 높여가며

"이제 세상이 변했다"고 외치는 사람일수록

지금의 현실이 바뀔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에게 '변화'란 현재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역사적 맥락이 아니라

다만 현실을 옹호하고 안주하기 위한 근거로서만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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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4 17:16 2009/12/0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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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12/01 21:05

몇년전에  심리학 공부를 시작할 즈음에

부모님과 식사를 하면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다.

 

어머닌 반색을 하시며

"그거 공부하면 이제 월급도 좀 많이 받고 돈도 버는거냐?"고 물으셨다.

곧 마흔이 될 자식놈이 민주노총에서 상근을 하며

이른바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는게 못내 걱정스럽고

그런 자식의 앞날이 미덥지 않았던 어머니에게

뭔가 공부를 하겠다는 아들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반가우셨던 것같다.

 

그런 어머니의 심정을 모르는바 아니었지만

"어머니. 돈을 더 벌진 못할것 같은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순 있을것 같아요"

라고 대답했다.

 

"너도 이제 나이가 적지않은데, 언제까지 그렇게 살거냐?

앞날도 걱정해야지!"라고 어머니는 한숨섞인 핀잔을 쏟으셨고

나는 지지않고

"어렸을 적에 어머니 아버지가

 '열심히 공부해라! 많이 배워야 더 유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배워서 남주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가르치시지 않았습니까. 저는 부모님 가르침대로 살고 있을 뿐입니다"고 말씀드렸다.

 

"너한텐 한번도 얘기하지 않았지만,

너 학교 다닐때 네가 가방매고 집을 나서면

나는 네 책상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를 했었다. 10년 넘게.

네가 열심히 공부해서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었지.

그래서 가끔은 후회도 한다.

내가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해서

네가 지금처럼 힘들게 사는 것만 같아서.."

 

어머니는 진심으로 속상하신듯 싶었다.

아들내미의 순탄치않은 삶이

당신의 책임이라고, 당신의 기도탓이라고

그렇게 자책을 하고 계신것 같았다.

 

밥을 먹다 울컥 눈물이 났다.

그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푸욱 숙인채 허겁지겁 밥을 입에 퍼넣었다.

 

어머니 아버지

고맙습니다.

당신들의 사랑과 기도가 저를 키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워서 남주라는 부모님의 그 크신 가르침

평생 잊지않고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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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1 21:05 2009/12/0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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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11/30 18:31

평택지원에 서면을 제출하러 갔다가

마침 쌍차 간부들의 재판시간이 겹처서

잠시 참관을 하고 왔다.

 

몇호 법정인지를 몰랐지만

재판정을 찾는건 어렵지 않았다.

복도에까지 쩌렁쩌렁 울리는 한상균 지부장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재판정에 들어서니

피고인석을 가득 메운 쌍차동지들이 있었고

방청석에는 참관하러온 여러 동지들이 빼곡하니 앉아 있었다.

그중 일부는 자리가 부족해서 군데군데 서있는 모습도 보였다.

 

집회때 투쟁사를 하듯 한상균 지부장은

먹튀자본 상하이의 만행과

자본의 이익만을 충실히 대변하며

노동자 죽이기에 혈안이었던 정권의 부도덕함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마직막엔

"모든 구체적인 지침은 내가 내렸다.

여기 있는 간부들은 모두 내 지시에 따른 것 뿐이다.

어떠한 책임도 다 질테니 다른 동지들을 선처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으나 어느 간부는

"우리가 미친놈이거나 또라이여서 파이프와 화염병을 들었던 것이 아니다.

상하이차가 공장을 말아먹고,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해서 살인적인 탄압을 자행하는데

파이프와 화염병이라도 들지 않으면 오히려 그것이 더 비상식적인 일 아닌가?"라며

"죽고 싶지 않아서 파이프와 화염병을 들었다"고 얘기했다.

이어서 그는

"회사가 2400여명을 정리해고하겠다며 노동부에 신고한게

어버이날인 5월 8일이다.

어머님 아버님 가슴에 꽃이라도 달아드리려고

최대한 일찍 일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문자로 정리해고 통보가 왔다"면서

"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별게 아니다.

어버이날 부모님 가슴에 맘편히 꽃이라도 달아드릴수 있기를 바랬을 뿐인데

회사는 그것마저 비인간적으로 짓밟았다"며 끝내 울먹였다.

그 동지도 한상균 지부장과 마찬가지로

"현행법을 어긴 부분이 있다면 집행부가 달게 받겠다.

조합원들은 석방해달라"는 얘기로 끝을 맺었다.

 

쌍차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처절한 패배의 상처마저 온몸으로 끌어안고 싸우는 저들이 있는한

적들은 아직 승리한게 아니다.

우리는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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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30 18:31 2009/11/3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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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11/25 13:13

오른손잡이들은

이미 자신이 쓴 글만을 보지만

왼손잡이는

앞으로 써나갈 백지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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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5 13:13 2009/11/2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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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11/21 21:06

눈물의 그림자를

본 적이 있는가

 

눈물보다 늦게 왔다

이내 사라지는

투명한 슬픔의 알리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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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1 21:06 2009/11/2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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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10/22 14:52

그와 그녀가

그, 그녀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고

그렇게 살도록 권장하는 세상

그것이 인간다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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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2 14:52 2009/10/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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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10/10 21:44

내가 싸워야할 것은

개인의 이기심이 아니라

이기적인 개인이 아니라

그런 이기심을 만들어 내고 부추기면서

그렇게 살기를 강요하는 사회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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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0 21:44 2009/10/10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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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10/10 21:40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사실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지가 아니라

자기가 지금 어디에 있는 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에게 길을 가르쳐 준다는 것은

무척 곤혹스러울뿐만 아니라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지에 앞서

지금 그가 어디에 있는지를 함께 찾아보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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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0 21:40 2009/10/1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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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10/04 20:38

경기도지사 김문수가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혁명을 꿈꾸던 사람이다. ...하지만 사회주의권이 붕괴되는 것을 보면서 저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민중당 활동을 했는데 실패했다. 그 실패가 민자당에 들어가는 계기가 됐다.”

고 한다.

 

거의 20여년만에 다시 들어본 얘기...

"나도 혁명을 꿈꿨다. 그런데 소비에트가 망하니 그 꿈이 허황된 것이라 느껴진다."

 

어느 학번에게나 다른 학번들과 구별되는 그 시절만의 아픔이 있겠지만

내가 대학을 들어가서 초반에 겪었던 황당한 상황만큼 독특한 경험이 있었을까?

 

독일 교과서를 가지고 세미나를 시작했든데

그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동독이 무너졌고

역시 사회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의 책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선배들의 권유로 시작되었던 소련 교과서 세미나도

결국 소비에트가 붕괴되면서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돌아올 차비도 없이 막차 잘못 탄듯한 망연자실한 느낌의 그 시절,

입만 열면 혁명을 목놓아 외쳐부르던 선배들, 동기들은

무언가 새로운 이념을 찾아 분주히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들이 버리고간 책들이 학생회실 한켠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어

라면 냄비받침으로나 쓰이게 됐을때도 여전히

나는 그 책들을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사람들은 "너는 아직도 혁명을 꿈꾸냐"며 혀를 찼다.

 

나는 한번도 혁명을 꿈꿔본 적이 없다.

내게 혁명은 그때나 지금이나 꿈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현실이다.

그들도 그 시절엔 혁명은 꿈일뿐이라고 얘기해본적이 없다.

모두들 역사발전의 합법칙성과 필연성을 들먹이며

"오늘은 투쟁, 내일은 해방"을 외치곤 했었다.

그런 그들의 변화가 내겐 너무도 갑작스럽고 극적일뿐이었고

'현실'과 '꿈' 사이의 논리적 도약을 누구도 내게 설명하지 않았다.

 

한 시절의 영웅도 그 시절의 의지를 잃고 살아가게 된다면

역사의 쓰레기가 되는 것이야 순식간의 일이지만

20년전의 레파토리를 다시 듣게 되니 참 감회가 새로울 뿐이다.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음식물 쓰레기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바퀴벌레처럼

구역질나는 그 한마디

"나도 한때 혁명을 꿈꾸었던 사람이오"라는..

그 빌어먹을 대사는 도대체 언제쯤 듣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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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4 20:38 2009/10/0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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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09/28 12:31

꿈꾸는 자의 나침반은

언제나 미래를 향한다.

그러나 그 한끝이

과거로부터 이어져왔음을 잊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의 혈관엔 

오늘의 의지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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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8 12:31 2009/09/2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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