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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09/24 10:18

"놈들은 우리가 몇 사람만 남은 걸 보고 사로잡으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천 사단장은 중기관총을 집어 들고 갈기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놈들이 삼대처럼 쓰러졌습니다. 놈들은 소리만 지를 뿐 감히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천 사단장도 배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배에서 창자가 빠져나오고 기관총도 피로 물들었지요. 그때 놈들이 막 올라왔습니다. 사단장은 스스로 창자를 밀어 넣으면서 총알 한 알만 달라고 했습니다. 적의 손에 죽을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사단장 동지는 제 손을 꽉 잡으며 중앙에 소식을 전하라고 했습니다. 우리 사단은 총 한 자루가 남을 때까지 싸웠고 적에게 투항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 "대장정 세상을 뒤흔든 368일" 中

  원작 웨이웨이 / 그림이야기 글쓴이 왕쑤 / 그린이 선야오이 (보리출판사)

 

* 어느날

   내 삶을 마무리하게될 그 순간에 

   역사와 인민앞에 바쳐질

   나의 마지막 보고는

   과연 어떤 내용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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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4 10:18 2009/09/2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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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09/23 10:38

예전엔 세상조차 시집한권만큼이나 가벼웠는데

이제는 시집한권도 세상만큼 무겁다

 

라고 후배에게 뜬금없는 문자를 보냈더니

 

"그게 당신의 무게인게지.."라고

답장이 왔다.

 

문득

내 삶의 무게는 과연 얼마나 되는 것인지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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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3 10:38 2009/09/2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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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09/15 11:11

KBS에서 방영되었던 '중국 대장정' 다큐멘타리 2부작을 봤다.

대장정 기간중 많은 홍군전사들이 죽어갔는데

종종 벌거벗은 시체들이 발견되곤 했다한다.

괴이한 일은 시체 옆엔 그 사람이 입었을듯한 옷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던 것인데,

대장정 생존자중 한명은 인터뷰를 하면서 그 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이 죽고 나면 몸이 뻣뻣해진다. 보급품이 부족해서 죽은 동지들의 옷을 입곤 했는데,

죽어가는 동지들이 나중에 다른 동지들이 옷을 벗기기 힘들 것 같으니까

스스로 옷을 벗어 동지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나중에 자기 몸이 뻣뻣해지면 다른 동지들이 옷을 벗기기 힘들것을 염려하며

스스로 옷을 벗고 맨몸으로 죽어간 전사들...

그들이 있었기 때문에 대장정은 대장정일 수 있었고

홍군은 어쩌면 스스로도 가능할 것이라 상상치못했을 거대한 중국혁명에

성공했던 것이 아닐까.

 

대장정은 모택동의 '작품'이 아니라

그렇게 이름도 없이 죽어간 전사들이 자신의 살과 피로 쌓아올린

위대한 혁명의 금자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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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5 11:11 2009/09/1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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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09/11 14:09

누군가는아주 작은 일에도

크게 감사한다.

 

다른 누군가는커다란 도움도

그저 당연한 것으로만 받아들인다.

이런 이들에게 삶은 결핍이다.

아무리 많은 사랑을 받아도

자기 마음을 채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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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1 14:09 2009/09/1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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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09/10 09:41

눈물로 상처를 씻는 것은

단지 고독한 자학일뿐.

남겨야할 것은 기억이 아니라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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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0 09:41 2009/09/1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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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09/03 15:14

지난주부터 갑자기

문득문득 외롭단 느낌이 들어서

이게 무슨 조화일까 싶었는데

가을이 오고 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가을을 느껴버린 것인지.

 

'분노'외의 다른 감정도

내게 남아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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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3 15:14 2009/09/0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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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08/29 19:45

예전에 경찰서에 집회신고하러 갔다가 우연히 보았던

'보고서 작성요령'이란 책자는 참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책자에서 제시한 내용중 하나는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운동권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

자신도 모르게 경찰조직내에 운동권의 사상을 전파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예를들어 '국토순례대행진'의 경우 규모가 커보일수 있으니 '국토순례행진'으로 쓸 것이며,

이런 식으로 '순화'하기가 정 힘든 경우엔 '이른바' 혹은 '소위'를 붙여서 표현하라는 것이다.

 

99년도에 민주노총이 '이른바' 합법화하고 난뒤

노둥부에서 민주노총을 담당하던 직원이 '축하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던 적이 있다.

당시 민주노총의 '소위' 합법화과정등에 마음이 심히 불편했던 나는

"개코나 무슨 축하냐"고 심드렁하게 답했는데

그 직원은 "이제 우리도 보고서에 '민주노총'이라고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스레 얘기했다.

무슨 소리냐고 물었더니 그전까지는 '민주노총'이라고 표현하지 못하고 '민노총'으로만 표기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이제 합법적 조직이 되었으니 '민주노총'이라고 쓸 수 있게 되었다고 답했다.

그 이야기르 들으면서도 나는 치가 떨렸다.

단어 하나에도 저들은 그렇게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계급적 입장을 분명히 각인하고자 노력한다는 사실이 그저 감탄스러웠고 우리의 말살이가 하염없이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활동가는 농담속에서라도 자신의 정치적 순수성을 잃지 않는다"던 기개는 사라지고

아무 생각도 없이, 때로는 이른바 '대중성'이란 미명하에

저들이 강요하는 노예의 언어를 쓰는데 이제 조금의 불편도 없어 보인다.

 

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부터 저들의 찌꺼기를 뱉어내고

올바른 사상으로 무장하기 위한 노력은 참으로 힘든 일이라는걸 요즘 새삼 깨닫는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른 표현이다.

'다르다'라고 써야할때 '틀리다'고 쓰는 것은 틀린 용법이다.

"너와 나의 생각은 틀리다"가 아니고 "너와 다의 생각은 다르다"가 맞는 표현이다.

그렇지만 '틀리다'에 익숙해진 주둥이의 버릇은 쉬이 고쳐지지가 않는다.

나빼고 다른 이들의 생각은 모두 '틀린' 세상에서 사는건 참으로 외로운 일이다.

 

코스콤투쟁을 거치면서 '우리'라는 표현이 얼마나 야만적일수 있는지를 느꼈었다.

'우리'라는 표현이 가진 철옹성같은 테두리가 얼마나 날카롭게 '우리 아닌 자들'을 베어내는지를 생생히 경험하면서 '우리'라는 말이 함부로 쓸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회주의자에게 조국은 없다"라고 외치면서도 틈만나면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우리나라'라는 말이나

이 사회의 지긋지긋한 학벌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슬그머니 새어나오는 '우리학교'...

 

고약한 말습관은 사상을 갉아먹는다. 조금씩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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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9 19:45 2009/08/2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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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08/29 19:15

코비동지들께...

글쓴이: [민주시민] 한혁 조회수 : 361 09.03.01 07:48 http://cafe.daum.net/coskom/4eyx/2995

 

두갈래의 철길 위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현재 사용중인 철길이고, 나머지 하나는 오래전에 폐쇄된 것입니다. 예를들어 십여명의 아이들이 현재 사용중인 철길에서 놀고 있었고 폐쇄된 철길에는 두어명의 아이들이 놀고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차가 달려오고 있었고, 마침 당신이 철로변환기 옆에 서있습니다. 아이들을 대피시킬 방법은 없고 오직 당신이 어느 쪽으로 기차를 돌리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생사가 갈리게 됩니다 이 경우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은 폐쇄된 철길쪽으로 기차를 돌리는 선택을 할 것입니다. 두어명 희생시켜서 십여명을 살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일터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희생될 두어명의 입장에서 보면 이미 폐쇄되어 안전한 철길에서 놀고 있었는데, 오히려 놀지 말아야할 철길에서 놀던 다른 아이들 때문에 자신들이 희생되는 겁니다.

이것이 ‘다수’의 막강한 특권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를쓰고 ‘다수’에 속하려고 노력하고, ‘다수’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간략히 정리해보았습니다. 지난 12월말 회사와 합의한 내용의 핵심은 네트워크팀은 3월말까지 근로조건을 협의하여 고용하겠다는 것이고, 아이티네이드에 대해서는 ‘협의후 합의’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크게 두가지 줄기인데, 이중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회사가 어찌됐든 약속을 지킨 셈입니다. 그러나 아이티네이드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의’를 못하겠다며 약속을 파기하고 있습니다. ‘구두약속도 합의아니냐'는 초딩수준의 질문을 하실분은 안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즉 아이티네이드에 대해서는 사장이 그러겠다니 믿어보자 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건에서 네트워크 동지들이 “우리는 구체적인 약속을 받았고, 더 이상 싸울 수도 없으니 아이티네이드가 희생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이티네이드 2년차 이상의 경우에는 고법판결에서 고용의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 경우 대법까지 가더라도 2심판결이후의 급여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개인적 희생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제가 아이티네이드 2년차 이상이라면 절대 소송포기안하고 그냥 재판 갑니다. 미쳤습니까? 그렇지만 조직과 동지들을 위해서 희생을 감수할 수는 있겠지요. 이 희생은 본인 스스로의 선택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코비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네트워크 동지들의 태도는 상당히 폭력적인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입니다. ‘다수’라는 것은 그래서 좋은가 봅니다.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우리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한다”고 서운해하실 동지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사가 아이티네이드 고용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전면파업에 돌입하겠다?

무슨 방법으로 파업에 돌입할 생각입니까?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하려면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노동위 조정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회사가 조합원에 대한 고용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현행법상으로는 정당한 쟁위행의의 목적으로 인정받기 힘듭니다. 결국 불법파업을 하거나 다른 이유를 대서 절차를 거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즉 임단협 교섭을 하면서 계속 아이티네이드 고용에 대한 제기를 하고, 조정신청을 낼 때에는 다른 이유로 교섭이 결렬된 것처럼 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고민해 보시고 파업을 하겠다고 결정하신 겁니까? 아니면 이렇게 고생해서 코스콤에 고용됬는데, 아이티네이드 동지들을 위해 해고와 구속, 손배 때려맞을 것을 각오하고 불법파업까지 감행하겠다는 결의가 있으신 건가요? 도대체 이런 고민을 해보고 내린 결정인지 저는 심히 회의스럽고, 따라서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파업을 결의한다는 말이 현상황을 넘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네트워크팀 선복귀후 현장투쟁을 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그다지 믿음이 가질 않습니다. 쟁의조정절차없이 활용가능한 합법전술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고민해보셨습니까? 그리고 그 수준의 준법투쟁으로 회사가 밀릴 것이라 생각하기도 힘들고 그러면 상황은 제가 앞서 얘기한 파업결의와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조합원 평균임금을 생계비로 지급하겠다는 것도 솔직히 100% 믿기진 않습니다.

회사가 제시한대로 위로금 200만원을 받으면 그걸로 소송비용에 각종 벌금등을 내기에도 부족할 테지요. 여기에 아이티네이드 동지들 생계비를 지급하려면 최소한 조합원 1인당 30만원 이상을 매달 내야 합니다. 이 돈을 매달 조합원 100%가 모은다는게 현실적으로 그리 쉽진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 우리를 못믿느냐고 볼멘 소리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2차파업이후 생계비 마련을 위해 CMS 후원회원을 모집했을때 코비는 조합원 1인당 10명의 후원회원을 모집한다고 결의했으나 실제 모집률은 40% 수준이었습니다. 지금 조합원들 상황으로 볼때 한두달 월급 받는 것으로는 그동안 빌린 돈 갚기도 모자란 사람이 태반일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아이티네이드 동지들이 분란을 일으켰다”는 그럴싸한 명분도 있습니다. ‘원래는 그러려고 했는데 열받아서 못그러겠다’는 핑계거리가 생긴 셈이지요. 군말없이 꼬박꼬박 내는 조합원들이 몇 명 정도이고 누구일지는 동지들도 알고 저도 알고 하늘도 땅도 압니다. 이런 조합원들의 상태나 불만을 최대한 다독이면서 조직이 결의한 기금을 정확하게 걷는 것은 지도부, 집행부의 의지와 실천이 있을때나 가능할텐데, 그건 앞으로 두고봐야겠지요. 게다가 그 돈을 어떻게 걷을 것인지, 예를들어 사측에 체크오프를 요구할 것인지, 조합원들이 자동이체를 신청하도록 조직할 것인지 등등에 대한 대안도 전혀 제시된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 판단은 네트워크 동지들이 “우리를 믿으라”며 핵심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두가지 대안 모두 사실은 구체적 준비나 고민이 없는 네트워크 선타결을 밀어붙이기 위한 명분일뿐이라는 것입니다. 솔직해 집시다!

차라리 아이티네이드 동지들에게 “우리를 위해서 동지들이 희생해 달라. 그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도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진정성있게 설득하는게 올바른 방법입니다.

희생당할 사람들에게 그 희생을 통해 이익을 볼 사람들이 너희가 희생하라며 윽박지르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부의 상황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들어도 믿기지 않을 대책을 내놓으며 자신들이 다수라는 점을 이용하여 마치 모든 정당성을 다 가지고 있는듯이 밀어붙이는 방식이 오히려 조직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봅시다. 아이티네이드는 고용의제가 적용되고 네트워크는 불파 고용의제 미적용으로 판결이 났습니다. 그런데 대법에서 불파에도 고용의제를 적용한다고 정리했고 조금만 기다리면 고법에서 판결이 납니다. 그런데 아이티네이드 동지들이 자신들 먼저 복귀하겠다며 네트워크 동지들에게 ‘회사를 믿고’ 소취하후 기다리라고 요구하면 어떡하시겠습니까? 그 경우에도 동지들의 주장에는 변함이 없을까요? 몇몇 동지들은 그 경우에도 같은 주장을 하실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렇지만 입장이 바뀌면 주장도 바뀔 것이라 생각되는 동지들도 많습니다. 제가 너무 코비지부 동지들을 폄하하고 있는 건가요?

 

지난 여름즈음에 문경에서 총회가 있은후 정용건 위원장과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습니다. 정용건 동지가 저더러 “코스콤의 ‘안’수준을 어디까지로 보고있냐”고 물으셔서, 저는 “타결안 수준에는 별 욕심이 없다. 설령 노동조합을 포기하더라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가 함께 간다는 약속만은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미 그 시점에 일부를 희생시킬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그런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이미 작년 3~4월쯤부터입니다. 조합원 일부를 버리고 갈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때부터 그것만은 막아보고자 최대한 노력했지만, 결국 지금의 상황까지 왔습니다. 저는 개새끼가 됐고, 아이티네이드 동지들은 조직분란을 일으킨 주범으로서 아무런 기약없이 그저 김광현 사장에 대한 믿음 하나로 버텨야 되는 상황말입니다. 제 부덕의 소치이고 실력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일부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를 그 희생을 통해 혜택을 누릴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이 집단이기주의입니다. 다수가 자기 이익을 위해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폭력입니다. 코비투쟁의 전 과정을 볼때, 가장 마지막까지 가장 열심히 싸웠던 동지들이 누구였는지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동지들이 싸우고 있을때 본인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도 가슴에 손을 얹고 돌이켜 보시기 바랍니다.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할때 투쟁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던 조합원 명단을 제출해, 정리해고 당하도록 하겠다는 살벌한 조직에서, 오히려 가장 열심히 참여했던 조합원들이 다양한 이유로 탄압당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가능케하는 것은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한 다수의 담합입니다. 프레시안 인터뷰기사가 나지 않았다면, 정인열 동지의 문자메세지가 없었다면, 학습팀의 사전토론이 없었다면 동지들의 입장이 지금과는 달랐겠습니까? 앞에 열거한 사건들과 지금의 교섭국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의 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입니다. 왜 상관관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일들을 끌어들여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는지, 그리고 사실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일들을 마치 중대한 과오인듯 주장하며 자기 결론을 수용하라고 요구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최근의 신기한 흐름중에 하나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던지 그것이 네트워크의 대동단결에 복무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정인열 동지는 보내지 않았다는 문자메세지를 어떻게 황영수지부장이 가지고 있는지, 조합원의 수술비 대출은 거부하면서 음주폭행사건의 벌금은 대출해준 것이 정당한 것인지, 학습팀이 지부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토론하고 실천해온 것이 왜 문제인지 아무도 묻지 않습니다. 김은아 동지의 글에 대해 ‘돈과 사람을 바꾼다’는 표현에만 분노하고 과연 간담회 결정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되돌아 보지 않습니다. 제 글에 소와 닭이 출연한 것만 문제이고 제가 개새끼란 쌍욕을 들은 것은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상식수준에서 품어봄직한 의문이나 다른 시각의 목소리는 아예 들리지도 않습니다. 오직 “누가 감히 우리편을 건드리냐”는 살기등등한 호통만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작년에 김은아, 이민정 동지가 증권노조에서 해고된 적이 있습니다. 그 여파로 김은아 동지는 이제 곧 10년 넘게 일해온 증권노조를 떠나게 됩니다. 이 동네에서 한창 투쟁이 진행중인 투쟁사업장의 담당자를 해고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해당사업장의 반발 때문에 그 사업장의 동의 없이는 담당자 교체나 해고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추측컨대 증권노조 중집회의에서 황영수 지부장이 두사람의 해고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한번이라도 내놓았으면 두사람에 대한 해고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실제 당시 상황에서 다른 지부의 동지가 코비의 주요 지도부중 한명에게 “코비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는 동지들인데, 코비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때 그분은 “코비의 실리를 우선에 두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고 들었습니다. 김은아, 이민정 동지가 해고된지 얼마후에 그 동지들을 해고한 증권노조의 중집성원들이 수천만원을 들고 농성장에 나타났습니다. 결국 그 수천만원이 ‘코비의 실리’중 하나였던 셈입니다. 저는 그 돈을 ‘피묻은 돈’이라 표현했고, 주변의 몇몇 동지들에게 “김은아 이민정을 버린 사람들은 실리를 위해 누구든 버릴 것이다”고 얘기했습니다. 제 끔찍한 예상이 빌어먹게도 맞아떨어지고 있음을 요즘 저는 느낍니다.

 

노동조합이 실리만을 추구하고, 그 실리를 위해 동지적 의리를 버린다면 더 이상 노동조합으로서의 존재의미를 상실하는 것입니다. 동지들이 코스콤 정규직들을 왜 무슨 근거로 비판했었는지 돌이켜 보시기 바랍니다. 원칙대로 갈것을 주장하는 저에게 황영수님은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조합이 FM대로 하냐”고 되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민주노총 산하의 대다수 노동조합들은 이른바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으로부터 심하게 일탈했거나 일탈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민주노총이 지금 이모양 이꼬라지입니다. 그렇지만 동지들의 투쟁이 지지받고 엄호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던 것도 그놈의 민주노조운동의 원칙덕분이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코스콤정규직노조가 사무금융연맹에서 제명된 것도, 동지들은 이제 기억조차 하지 못할 수많은 연대의 손길들과 투쟁기금들도 모두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동지들에게 필요할때만 찾고 실리에 도움이 안되면 버려도 되는게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이 아닙니다. 지키기 쉬우면 굳이 원칙이란 표현도 쓰지 않습니다.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가기 힘든 길이기 때문에 원칙이라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동지들이 이 사회에 요구했던것, 코스콤정규직노조나 다른 노동조합들을 비판했던 이유, 다른 동지들에게 요청했던 것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그 기준에 비추어 동지들의 모습은 어떠한지, 얼마나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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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9 19:15 2009/08/2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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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08/29 19:12

황영수 지부장께...

글쓴이: [민주시민] 한혁 조회수 : 104 09.02.28 02:39 http://cafe.daum.net/coskom/4eyx/2992

 

# 황영수님께

 

제가 올린 글에 영수님의 답변이 없군요.

 

예상은 했었지만 참 답답하네요.

 

며칠전에 두어번 전화를 하셨길래

지금 통화가 힘든데 무슨 일이신지 물었더니

"없는 자리에서 욕을 한건 사실이라 사과하려고" 전화를 하셨다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요청드린대로 게시판에 사과글을 올려주십사 다시한번 부탁드렸는데

그뒤로 묵묵부답이시군요.

 

영수님이 영수님 방식대로 이 문제를 해결하시겠다면

저도 제 방식대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여러 동지들이 '분란'을 일으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영수님도 조합원들과의 간담회자리에서 댓글을 달면 분란이 커질것이기때문에 글을 올리지 않겠다고 하셨다 들었습니다.

 

'분란'이 왜 일어나고 있습니까?

 

영수님 스스로 인정하신것처럼 영수님이 제게 '개새끼'라 하신것은 사실입니다.

그게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개새끼라 욕을 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또한 영수님이 표현하신 것처럼 '없는 자리에서' 욕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있는 자리에서' 욕을 하는 것은 문제가 안되나요?

밑의 글에서 말씀드린 것은 영수님은 분명히 사실을 왜곡하면서 저를 모욕한 것입니다.

이것조차 인정하지 못하시겠다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제가 사과를 요구했을때 영수님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셨다면 그걸로 끝났을 문제입니다.

그렇게 하시지 않기때문에 얘기가 길어지고 분란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수님이 사과하시지 않는다면 그 분란은 더 커질 것입니다.

 

 

# 이 글을 읽으신 다른 동지들께

 

석민님이 지적하신 호칭문제와 관련해서 또다시 "우리 지부장한테 '님'이라 부르냐"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직과 조직의 대표를 사랑하는 동지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재 이 상황에서 영수님은 제게 가해자입니다.

피해자더러 가해자에게 예의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또다른 폭력이고 2차 가해입니다.

 

어쩌다 술마시고 실수로 욕을 한 정도라면 저도 솔직히 그냥 웃고 넘기겠습니다.

동지들께 일일이 말씀드릴 수 없는 수많은 상황들이 있었고,

그런 상황들로 인해서 저의 상처도 무척 깊습니다.

이런 문제제기 방식이나 내용이 동지들께 낯설고 어색하더라도

제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심정도 이해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며칠전에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데 앞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더군요.

"아름다운 사람은 떠난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그 글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제가 떠난 자리가 아름답지 못한건 제가 아름다운 사람이지 못한 탓이겠지요.

그렇지만 제가 아름답지 못한 사람인 것과 제가 하지도 않았던 일때문에

공공연히 개새끼 소릴 들어야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고생한건 아는데'라는 표현들을 쓰시더군요.

제가 고생해봤자 실제 당사자인 동지들만큼 고생했겠습니까.

그런 말씀들 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고생한거 알아달라고 이런 문제제기 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데'로 끝나는 문장들 뒷끝 좋은 것도 못봤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고생한건 아는데'라는 말은

마치 제가 고생좀 했다고 부당한걸 요구한다는 듯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들립니다.

공연히 공개적으로 인격적 모욕을 당했고 그걸 사과하라는 요구가 부당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아주 작은 상식수준의 정의일뿐입니다.

 

 

행여 제 글로 인해 마음 상하셨을 동지가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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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9 19:12 2009/08/2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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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 2009/08/29 19:09

절더러 개새끼라 하셨다지요...

 

글쓴이: [민주시민] 한혁 조회수 : 346 09.02.19 01:00 http://cafe.daum.net/coskom/4eyx/2969

 

 

이 글을 써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두고 몇날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너무 황당하고 분해서 이렇게라도 제 심정을 알리고 싶다는 욕구와 아직도 투쟁중인 사업장의 수장을 상대로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조직과 조합원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 사이에서 많이 갈등했습니다.

 

저도 이제 새로운 활동공간을 찾아서 일을 시작할 계획이고, 영수님도 명예퇴직을 하시겠노라 말씀하신 적이 있어서 어차피 서로 얼굴 볼일도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두가지 이유에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첫 번째는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저를 욕하셨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이대로 그냥 넘어가면 제가 코비투쟁에 함께했던 일을 두고두고 평생을 스스로 후회할 것 같아서입니다. 두 번째 이유에 대해서 그런 사소한 일로 그리 사람이 소심하냐고 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몇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먼저 민주노총의 폭언폭행금지규정에 의거하여 연맹이나 민주노총에 영수님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잠시 생각을 해보았지만 닭잡는데 소잡는 칼을 쓰는 격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은 영수님과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영수님과 저 사이엔 그정도의 신뢰나 애정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황임이 명백한지라 이 방법도 포기했습니다.

 

영수님께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는 방법이 그나마 제일 조용하고 무리없이 처리할 수 있겠다 싶기도 했으나 이 경우 영수님이 묵묵부답으로 대꾸조차 안하실 가능성도 있고, 제 얘기가 또다시 왜곡되어 여러사람에게 퍼질 수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통화한 이후로 제가 분명히 “말씀 함부로 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드렸는데도 아무런 답변도 없이 심지어 공공연히 개새끼라 하셨기에 이 방법도 별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그래서 이곳 카페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솔직히 영수님이나 저나 한번 만나서 깔끔하게 원터치로 쇼부보는게 속편한 스타일이겠지만, 저도 이제 나이 마흔줄에 들어선지라 그렇게 뒷골목 양아치같은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참으로 민망한 일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워낙 오해와 왜곡이 많은 사이여서 최대한 솔직하게 쓰다보니 이리됐습니다.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절더러 개새끼라 하셨다 들었습니다.

 

살면서 많은 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욕도 많이 먹었지만, 이번처럼 소름이 끼쳤던 적은 없습니다. 사람사는 일이 참 그렇구나 하는 허망한 생각도 들더군요. 마지막으로 영수님과 통화할때도 서로 점잖게 얘기가 오간터여서 우리 사이에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제가 바보였던 것같습니다. 영수님 덕택에 별로 깨우치고 싶진 않지만 인생살이의 참으로 어두운 한 단면을 보게되었습니다.

 

제가 노동운동을 시작할 즈음에 선배들에게 들었던 꾸지람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좋은 사람이라는 칭찬 들으려고 노력하지 마라”였습니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의 다양한만큼이나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지라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자 노력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나쁜 사람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였습니다. 욕먹을게 두려워서 원칙을 저버리거나 적당히 타협하며 살지 말라는 가르침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세상사람 모두에게 좋은 소리 들으려고 아까운 인생 허비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되는 것도 불가능하니까요. 일부러 욕먹을 짓만 할 필요는 없겠지만 누구에겐가는 욕을 먹더라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굽히면서까지 좋은 사람이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제가 인정받고 싶은 사람에게 인정받으면 그만이지요. 그래서 영수님께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 욕을 먹었다 해도 사실은 그닥 신경쓰이지 않습니다. 영수님이 저를 비난하신 것도 하루이틀의 일이 아님도 알고 있습니다. 없는 자리에선 나랏님도 욕한다는데, 이제 이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국회의원들과 상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신 마당에 저같은 놈더러 개새끼라 욕하는 것쯤이야 우스운 일이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지도 않았던 얘길 근거로 뒤통수에 대고 그런 쌍욕을 하시는 것은 너무 심하시지 않습니까.

 

노동운동을 십수년이상 해서 잘 알고 있는 인간이 집행부 선출권한이 총회에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며 ‘한혁이 개새끼’ 운운하셨다지요?

 

제가 그리 말했습니까?

 

마지막으로 인사나 드리려고 참석했던 집행부회의에서 이른바 ‘1기 집행부’를 다시 집행부로 선출하는 문제에 대해 회의 참석자간에 이견이 많았고 그로인해 잠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한참 얘기를 듣다가 제가 드렸던 말씀은 “지금 코비의 상황에서 집행부를 확충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며 집행부 선출은 지부장의 권한이다. 선거로 선출된 지도부가 자신의 정책방향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집행부를 꾸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코비의 경우 초기 선출된 집행부 성원들이 투쟁과정에서 스스로 자리를 내놓은 것이고 이를 조합원들이 모두 알고 있는데 타결이 되었다고 다시 집행부로 올리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납득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있을 수 있고, 그로인해 자칫 조직의 지도력 전체가 훼손될 우려도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당사자들도 괜히 찝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총회에서 자천타천으로 집행부를 추가선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초기 집행부 동지들도 본인 결의가 있다면 조합원들앞에 그 결의를 밝히고 확인받아 집행부로 일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것이었습니다. 똑같은 얘기를 그날 정회중에 영수님과 담배를 피우면서 다시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아닌가요? 혹시나 싶어 그날 집행부회의에 함께했던 다른 동지들께도 확인했는데 적어도 제가 물어본 동지들은 제 기억이 맞다고 하더군요.

 

이 얘기가 왜 제 노동운동 경력까지 들먹여가며 개새끼란 쌍욕을 들어야하는지 저는 지금도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얘기 나온김에 그날 하지 못했던 얘기를 조금 더 하겠습니다. 그날 회의에서 두가지 근거를 말씀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며, 1기 집행부 성원들이 고생을 많이했기 때문에 그들을 집행부로 다시 올리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여러사람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임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를 위해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총회를 자주 열거나, 분회모임을 안정적으로 조직해서 그 결과를 총화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한 집행부 숫자를 늘리는 것도 좋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이들의 ‘지혜’를 모으겠다면 다양한 의견들을 포함해야 합니다. 노조 집행부회의가 친목모임은 아닙니다. 뜻 맞는 사람들끼리 말 안해도 통하는 시스템이면 회의가 도대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그리고 그날도 말씀드렸듯 투쟁과정에서 열심히 하고 실천적으로 검증된 동지들도 많습니다. 그런 동지들이 새롭게 집행부에 결합해서 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직해서 배치하는 것이 조직의 장기적 미래를 위해서도 좋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대상에는 당연히 1기 집행부들도 포함되는 것입니다. 그들을 배제하자는 얘기가 결코 아니었음을 그때도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 얘기가 왜 나쁜 것인지 저는 지금도 이해가 안됩니다. 두 번째로 ‘고생을 많이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솔직히 할말이 없습니다.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집행부에 복귀시킨다는 것은 저와는 완전히 딴세상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말 마직막 단식투쟁중에 제가 단식을 함께하던 여러 동지들게 “단식끝나면 맛있는 고기 구워주겠다”고 약속한바가 있었습니다. 조직이 동의했기 때문에 시작된 단식이지만 발의자는 저였기 때문에 어찌됐든 단식하는 동지들게 여러 가지로 미안한 마음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입니다. 겸사겸사 주변의 나름 친한 동지들까지 초대를 하다보니 인원이 생각보다 많아졌습니다. 사실 제 욕심같아선 더 많은 동지들과 함께 그간의 고생을 잠시라도 잊고 즐겁게 놀고 먹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꽤 오래전부터 저랑 식사라도 따로 한 동지들이 일부 사람들에게 ‘작당모의’운운하는 소리를 들어가며 속상해하던 모습을 보아온터라 여러 사람에게 같이 가잔 얘길 하기도 주저되었습니다. 지금이 무슨 박통시절도 아니고 도대체 왜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는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행여 함께 한 동지들게 피해라도 가지않을까 걱정해야하는 것도 솔직한 현실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맘편히 먹고 놀자는 자리인데 저와 인사도 안하고 말도 안섞는 분들은 어차피 제가 오시라할 이유도 없습니다. 행여 나중에라도 다른 소리가 나올까봐 문경에서 고기를 구어먹는 동안에도 제가 나서서 “노조 얘긴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그놈의 ‘작당모의’ 소리가 듣기 싫어서...

 

문경에 있을때 영수님이 몇몇 동지들을 통해 제게 “집행부를 쳐내겠다” “조직을 깨겠다”고 전하라 하셨다 들었습니다. 저는 학생운동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대장자리에 올라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장이란게 맘만 먹으면 조직도 깰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위치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고기 좀 구워먹는게 무슨 큰 대역죄라고 조직을 깨시겠다는 건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노동조합은 특정한 정치적 견해만으로 뭉친 결사체가 아니라 다양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대중조직입니다. 마치 일곱색깔 무지개가 각각의 색을 지키면서도 어깨를 걸고 함께 있어 아름다울 수 있듯이, 노동조합도 여러 견해들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단결함으로써 그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노동조합을 설립할때부터 저는 이 사실을 누누이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회의기구가 중요하고, 조합원들과의 간담회를 비롯해서 분임토의 등등을 통해 의견을 모아낼 것을 계속 제안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과정에서 저의 이같은 제안은 자주 코스콤비정규지부의 특수성, 전투중인 조직의 긴박성 등등을 핑계로 무시되었고 오히려 ‘군대식 규율과 병영적 통제’가 더 올바르고 효율적인 조직운영방식인 것처럼 얘기되어 왔습니다. 그것에 반대하면 ‘병신’이거나 ‘개새끼’가 되기 일쑤였고, 이번에 제가 개새끼란 욕을 먹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동조합 위원장의 지도력은 자기 색깔로 몽땅 덧칠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깔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존중하고 지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 믿음입니다.

 

얼마전에 이명박대통령이 TV에 출연하여 ‘원탁토론’이란걸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패널들이 국론분열을 우려하며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이명박대통령의 한결같은 대답중 하나는 “국정운영에 ‘장애’가 많다”였습니다. 자신의 정책방향과 다른 의견들을 ‘장애’로 인식하는 것이지요. 심지어 그것을 공중파방송에서 숨김없이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이땅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포악하고 천박한 수준인지를 다시한번 깨달았습니다. 이명박처럼 한 집단의 리더가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견해에 대해 ‘장애’로 인식하고 대응했을때 나타나는 재앙적 결과가 용산참사와 같은 것입니다.

 

재작년말쯤 저는 집행부 성원중 한명의 역할을 바꿀 것을 제안한바 있습니다. 당사자가 알려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와 여러 동지들이 그 동지가 오해하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잘 얘기해서 푸시도록 수차례 권유했었습니다. 그러나 영수님은 그냥 하면된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그로인해 그 동지도 마음에 상처가 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그 책임을 몽땅 제가 지고 욕을 먹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사례는 매우 불행하게도 상당히 많습니다. 일일이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지금 드리고 싶은 핵심적인 말씀은 영수님께 ‘병신’ 혹은 ‘개새끼’ 소리를 듣는 사람은 늘 있었고 영수님의 생각이 바뀌면서 그 대상도 함께 바뀌었을 뿐이라는 점입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개새끼’로 부르며 ‘쳐내야할 대상’으로 공격하는 방식을 바꾸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영수님은 한 조직의 대표자입니다. 그 대표자가 자기와 입장이 다른 이들을 그렇게 대하신다면 결국 조직 전체가 파국적 결말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글이 길었습니다. 물론 아직 하지 못한 얘기도 많습니다만 이제 마무리하겠습니다.

 

제게 공개사과하시기 바랍니다.

 

적어도 제가 하지도 않았던 얘길 근거로 저를 개새끼라 욕하신 점은 사과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에 새로운 공간에서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이력서라는 것을 십여년만에 처음으로 써보았습니다. 그 이력서의 마지막 줄은 ‘2007년 10월 민주노총 서울본부 퇴사’로 끝납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요. 1년 넘는 시간이 그저 공백으로 남습니다. 코비투쟁과정에서 제가 있으나 보이지 않았던 유령같은 존재였듯이 제게도 그 시간들은 공란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시간들을 아름다운 행간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저의 이런 최소한의 소박한 바램을 짓밟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부터 일주일간만 이 글을 올려두겠습니다. 그리고 매일 한번씩 이 게시판에 들어와 보겠습니다.

 

진심으로 사과하시길 다시한번 정중하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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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9 19:09 2009/08/2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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