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잔치는 끝났다.

2007/07/04 02:55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리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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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의 후반부보다도 전반부에 더 마음이 가는 것보면

 

  난 아직 20대구나.

 

  20대에는 신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고

  30대에는 신념을 유지하는 이들이 거의 없고

  40대에 신념을 갖고 사는 이들을 나는 존경한다.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는 마음은 나도 가끔 든다.

 

  

 

   오늘은 내가 20대가 끝날때까지 계속 살아있기나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겠는가.

 

  

 

  시작도 해보지 않고 뭐든 단정짓는 어리석음만은 범하지 않겠다고 다짐만 할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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