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2008/04/19 23:03

1.

 

  인식의 주체와 대상이 분리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

 

  어느것도 명료하게 ' 사실'  그 자체로 남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너무나 ' 객관적'   ' 보편적'   ' 그냥 그런것'   '   원래 그런것'    ' 잘 모르는 것'

 

 이라는 명분으로 지워지고 삭제되는 감정들과 경험들.

 

 그러나 절대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 다양성' 을 들고나오지만

 

 사실상 그 상대주의가 가치들사이의 암묵적인 권력관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말 그대로 ' 좋은 게 좋은 식'  이라는 식으로 차별적인 서열을 그대로 받아안는 역할을

 

 그대로 답습하는 상대주의에

 

 나는 더 큰 어려움을 느낀다.

 

 요즘 애들 (다양한 의미에서 쓰이는 ' 요즘애들' 이라는 말이다 ㅎ) 은 주로 말만 다양성을 얘기하지 

 

어떤 주체가 다양성이라는 말을 들고나왔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아니, 생각하는 것 자체를 귀찮아 한다.  

 

 아이스크림은 무슨 맛이 좋고,  음악은 어떤게 좋고 라는 것에 대해서는 감동감동하며 애기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입에 자크를 채워 둔듯 얘기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인 듯 하다.

 

 아니 사실은 할 얘기가 없는 것이다.

 

 숨기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대해서 생각이 없고,  관심사가 아닌것이다.

 

 

 

 

 2, 

 

   아이구   또 목감기에 걸려버렸다.

 

   오랜만에 누구한테 전화했더니,  ' 교회에서 전도하는 줄 알았다'   라고 한다 ㅠㅠ

 

   목소리가 탁해져버렸다.

 

   마지막 학기니만큼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

 

   대학을 휴학기간 빼고 올해 9학기 째나 다니면서도, 머릿속에 남은 것은 단편적인

 

   지식들 뿐, 깊이가 없다 도대체.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서이다.  그치만 그 기간에 다른 것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것도

 

   비록..... 당장 내게 남는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지금의 나를 구성한 부분이라고 여기고 싶다.

 

   지금의 나를 오직 살려줄 수 있는 것은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뿐인듯 하다.

 

   그 배움이 어떤 '자격'   ' 사회적 지지'   '  나를 둘러싼 처지의 나아짐'

 

   을 준다면 더욱 좋겠지만

 

   결코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도 계속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나의 생각이 어떤 타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겠지만, 

 

   결코 그것이 공적으로 다수가 동의하거나   나에게 어떤 프리미엄을 주거나

 

    나를 ' 괜찮은 사람'  으로 포장시키는데 일조하거나

 

    ' 뭔가 하고 있는 사람'   처럼 보이게 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되더라도

 

      계속 날카롭게 살고 싶다.

 

      근데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인것 같다.

 

      단순히 생계유지의 어려움 뿐만이 아니라.....

 

      사실 선구자가 많이 있는 영역들을 공부하는 것은 그렇게까지, 그렇게 까지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아직 남들이 별로 터치하지 않은 영역들을,   현재 나의 전공과 관련한 영역이든

 

        아니든간에,   공부하고 개척한다는 건 정말 각고의 노력과 자신감이 필요할것 같다.

 

 

         전태일이 ' 나에게 대학생 친구가 한명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했다는 데

 

        뭐 그만큼 절박하지는 않을지라도

 

        나 역시 주변에  '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공부하는 사람'     이 있으면 좋겠다.

 

       

 

        절실한 느낌이 말로 잘 표현이 안되는 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TAG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Comments

  1. EM 2008/04/20 05:01

    어쩌면 그 "절실한 느낌"이란, 시간이 좀더 흐른 뒤에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막상 겪을 땐 별 생각이 없을 수도..

    저도 휴학 빼고 "9학기 째" 다닐 때쯤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것 같네요 ^^;;;

    perm. |  mod/del. |  reply.
  2. tarantula 2008/04/20 10:54

    어느 정도의 선에서 현실과 화해할 것인가의 문제는, 요즘 나에게 중요해보입니다. 답답한 마음이라기 보다, 어딘가에 내던진 그런 것일 겁니다.
    나의 일상생활을 점거하고 있는 타자들의 시선들 속에서 벗어나,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당신의 존재를, 깊은 숨을 이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감기 완쾌하시길...

    perm. |  mod/del. |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