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2007/05/14 08:43

교통사고는 막상 사고당시의 충격보다

 

그 후의 오랫동안의 후유증이 더 문제이다.

 

특별히 수술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교통사고라는 것의 성격이 원래 그런것이니.

 

상대와 쉽게 합의를 하여 배상금을 받았으나,

 

연이어나타나는  후속 질병들을 고치기에는 배상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제 법정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기한도, 기회도 지나갔다.

 

어쩌겠는가, 만인이 안고 살아가는 흉터라고 생각하고

 

에너지로 승화시켜서 살아가야지.

 

.......나는 아직 너무 나약한 걸까?

 

남들은 몇달이면 까맣게 잊을 것을

 

나는 되새기고 오히려 더 많이 생각해서 더 깊게 가슴에 아로새기는 것 아닌지.

 

신촌에서 홍대쪽으로 넘어가는 곳에 있는 순대집을 보며

 

 그 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정말 간절하게 아무일도 없이 평화로웠던 그 날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제 아무리 지구의 중력처럼 강한 흡입력으로 날 끌어당긴다고 해도

 

버스를 타고 헤어지는 그 순간 돌아보지 않을텐데.

 

잘 들어갔냐는 쪽지에도 형식적으로 답할텐데.

 

정말 후회한다.

 

후회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하지만, 후회한다.

 

나의 어리석음과 경솔함과 순진함과 가벼움에 대해서.

 

그리고 후회하는 만큼 원망한다.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면, 머리에 총을 맞지 않는 이상 내가 먼저 다가가는

 

일은 없었을텐데.

 

내가 주의 깊게 볼 일도 없었을텐데.

 

나의 모든 수치심과 어리석음에 대한 자책감과 다시 잘 살아가고 싶은 의지 모든 것을

 

합친것만큼 원망한다.

 

살면서 다시 마주치는 일이 없기를.

 

혹시 마주치게 된다면 마치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나듯이 나에게 아무 감정도 남아있지 않을때

 

나에게 전혀 없었던 사람을 만나는 것같은 기분이 되었을때에 마주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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