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다시는 하지 않을말.

2007/05/03 07:16

 

 모든 말을 다 하고  끝내고 나면 시원해질거라고 생각했지.

 지금 나는, 그래 시원해.  골머리 아플때보다는 훨씬 시원한것 같아.

 그런데 끝이 아니네.

 

 

우리사이에는 별다른 추억이 없지.

 함께했던 시간도 얼마 길지 않아서 그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울까봐 무섭다.

 

 내가 한 두번인가밖에 본 적 없는 눈을 가늘게 찡그리고 미소짓는 모습

 손을 잡았을때의 꽉 차는 느낌.

 피곤할 때 전화받았을때에 잠긴 낮은 목소리

 옆에 누워있다가 키스하던 뜨겁게 떨리던 느낌.

 칼국수에서 소심하게 조개를 하나 집어서 주던 것

 유쾌하게 머리를 날리며 내 옆에 걸어들어올때 그 내 주변이 충만해지는 느낌.

 표현하지 않는 마음속에 여린 심성

 뭐라고 묘사하기는 힘들지만 당신이 표현하고 바라보는 그 머리속의 세상

 

 

 

내가 만들고 싶은 내용의 영화가 있어? 하고 물었을때

 

" 약자를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 라고 대답했을때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겠다. 싶었지.

 

 

 

생각해보면 나의 상황이 변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까지 기억될 사람도 아니라고.

 나와 결국은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생각도 들지.

 하지만 그건 나를 위로하기 위한 변명일 뿐이고

 당신이 어떤 사람이었던지 간에 나는 당신의 사랑을 원한것이 사실이고

 당신은 줄 수 없었다는 것이 명백한데.

 

 

나와 당신을 함께 아는 사람들의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시선들

 그것도 너무 차갑게 느껴지는 건 왠 약해빠진 나약한 마음인지.

 

 

 

 떠올릴때마다 마음이 쑤시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질것 같아 두렵다.

그때마다, 어떻게 할지....

어찌어찌 적당히 잘 살겠지만....

 

 

 

당신이 혹시 더 외롭고 초라하고 힘들어질까

 그런 우려도 들기도 하고.

 

 

 

 

이 모든게 이제 무슨 소용인지.

당신에게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내가 아픈것을 당신이 느끼지 못하는데 무슨 소용인지.

 내가 어떤 상실감과 그리움이 있던지 돌아보지 않을텐데.

 아무 소용이 없어.

 

 

 

 

생각하면 할수록 그냥 계속 눈물만 흘러.

 사람 많은 환한 컴퓨터실에서 이러고 있어.

 계속 눈물을 흘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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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구성철 2007/05/04 10:10

    제목 : 분홍빛 상실
    염양(艶陽)이 계속되는 오후였다.
    너를 만난 것도...
    사계절을 관통하는 시간에서도 나는 봄에 있었다.

    쉼없이 흘러가는 일상에서
    앙상한 그리움이란 길목이 자리잡았다.
    그리고 난 그곳에서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훈풍이 불어오는 오후
    '기억'이란 두 글자를
    네가 있는 곳으로 후 날려보낸다.

    길을 나서다 문득
    네가 볼 수 있을까
    봄이란 봉투와 그리움이란 편지지를...

    발신인도 수신인도 없는 봉투에
    또박또박 눌러쓴 두 글자.. '우리'를
    네가 알아볼 수 있을까


    어찌하겠어요. '분홍빛 상실'은 거부할 수도 없는 당연한 선택인데...

    perm. |  mod/del. |  reply.